CAFE

生母까지 짓밟고도...

작성자2244/이관희|작성시간06.12.15|조회수19 목록 댓글 0
生母까지 짓밟고도...

    현불동(現佛洞) 깊고 깊은 현불암(現佛庵) 높다 높다.
    걸음마다 바람일어 날을듯이 솟아올라
    걸친 건 다 벗어 던지고 안개로만 감싸다.

    지금 우리나라 강토에 이만한 분위기를 감싸줄 만한 명산이
    그 몇 곳이나 남아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 아름답고 빼어난
    금수강산은 우리조상들이 참으로 운 좋게 차지한 이루 반만년
    동안 가꾸고 다듬고 즐기며 사랑해 온 우리의 보금자리다.
    우리민족의 얼과 혼이 여기서부터 나오고 여기에 갈무리해
    두고 산다. 춘하추동 계절을 달리하여 풍성함으로 주며 사랑
    과 행복을 알맞게 안겨준다.
    우리민족은 이 아름다운 잔디위에 자손들이 뒹구는 재롱을
    보고 즐기며 연연히 이어 오늘에 이르러 왔다. 빼어난 이 강산을
    의지하여 고달픈 마음은 보듬었다가 때가 되면 다시 활기를
    뽑아 오대양 육대주에 기상을 드날리며 찬란한 민족의 줄기찬
    저력을 펼쳐나가게 될 것이다.
    이 강토는 곧 우리민족의 모태요 민족의 정신이며 겨례의
    어머니이다. 누구나 그가 태어난 곳을 향하는 생각,즉 귀소성
    歸巢性)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가족은 고향을 생각하고, 종족은 근거지를 생각하며 민족은
    조극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생물은 자라온 토양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관계사실에 결함이 생기면 그 종족은, 민족은, 개인은
    모두 정신적인 병증을 앓게 된다. 고향을 가지 못하면 향수
    병이 생기듯이 인간에게 주는 심리적 영향은 적지 않아 심지
    어는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을 이끌고 국토순례를 한다. 그들에게 산을 보여주고
    바다를 보여 준다. 명승고찰을 보여주며 민족문화를 이야기해
    준다. 그러나 오히려 절망을 안겨주고 만다. 청소년들의 눈에
    비춰진 조국의 강산은 설명하는 교과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 젊음들의 눈에 비친 것은 설악정상에 오물덩이 뿐이였다.
    남루하게 망가진 강토였다.
    담배꽁초가 있고 입걸레가 묻어났다. 북악산도 그렇고, 지리
    산도 그렇고, 한라산 백록담에서도 바로본 얼굴들을 찡그려지
    기만 한다.
    이 강산은 그나마 둘로 갈라서서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사이에 강간당한 것 이상으로 황폐해졌다. 오랑캐가 침범했을
    때보다 더 흉물스럽게 훼손되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기대하던 종국강토가 쓰레게로 오염되어 있음을 보면서
    자기학대와 현실 도피적 발작이 일어나게 되고 특히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들의 정서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게 된다.
    돌이켜 도면 30유여성상, 돈벌이에 열심히다보니 어느새 돈도
    벌고 자동차도 마련했다.
    그리고 풍월은 알아서 지도책 펴들고 가 볼만한 명승고적은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열심히 오물을 버려왔다. 모두가 돈이
    있으면 무슨 특권도 부속품처럼 따라붙는 것처럼 착각하고
    무작정 설쳤다. 자연환경이 오염되기 시작하면서 사회환경도
    함께 오염되어 갔다.
    경제가 돈으로 도배질 당하자, 정치를 오염시켰다. 사회환경도
    도 이기주의로 페인트 되자 교육도, 문화도 썩고 병들지 않은
    것이 없게 되었다.
    도덕이 추락하고, 노인이 소외되고, 여성문제, 청소년문제가
    사회문제의 핵심이 되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던데 자연환경이나 사회환경이 다투어
    심각함이 극도로 치달리는 반면에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의
    규모는 산악처럼 커져가고 광야처럼 황량하다.
    추석과 설이면 향수라는 병을 치료받기 위해 고향을 찾지만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안고 돌아온다. 이러한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하는 동안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은 병이 들게 되고 증세를
    앓게 된다. 마음의 안은 야만인들에게 약탈된 피난민들
    처럼 처참하게 신음하고 있음을 보았을 뿐이다.
    자연이라는 인간의 모태부터 여지없이 훼손되고, 사회도 함께
    병들어 신음하는 가운데 고향에서 안식을 찾으려 하던 기대는
    절망으로 변했다.
    근래 끔찍한 범죄가 특히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음을
    볼 때 미래의 사회환경도 걱정된다. 하늘이 내려다보고 땅이
    올려다본다. 바람이 지나다 듣고, 초목이 비웃는 가운데서도
    버젓이 자기를 나아준 제어미까지 강간하는 자가 어디 하나 둘
    뿐인가? 이보다 더한 패륜이 또 어디 있겠으랴만 이를
    다스리는 인간이 정한 대목이 없고 인간의 범으로 치죄할 수
    없음이 한스럽지 아니한가?
    스스로 신체의 일부를 잘라 죄업을 갚되 담배꽁초를 버렸으면
    그 손목을 잘라 마땅할 것이며, 대기를 오염시킨 자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야 마땅할 것이건만 다만 돈 몇 푼으로 그 죄 값을
    대신한다하니 죄는 악을 더 크게 잉태하기만 한다. 인간의
    보잘것없는 능력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함몰시킬 만한
    죄악을 다스리려 한다는 것은 한낱 쇠똥벌레가 수레의 바
    퀴를 멈추게 하려는 수작과 다름이 무엇인가?
    자연을 훼손해 민족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그런 패륜아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모든 분야에서 오염을 조장·방조
    하는 그런 패륜아들. 제 어미의 자궁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저주가 따를 지어다. 그리고 하루속히 통일하자. 금강산 현불
    암 바위에 큼지막하게 그러진 낙서부터 지워야겠다.
    "이 나라 강토에 낙서한 자는 제 어미까지 강간하기를 서슴치
    치 않는 파렴치한이며 용서할 수 없는 이 민족의 죄인이다"
    "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