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땅 어디에 사람이 하나 죽어 있었다.
그리고 두 젊은이가 시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내가 죽였다.”
“아니야, 내가 죽였어.”
두 젊은이는 서로 자기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다투다가 함께 포청에 끌려왔다.
포도대장이 두 사람을 불러 물어 보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제가 죽였습니다. 처벌은 제가 받겠습니다.”
포도대장은 조롱당하는 기분이라 은근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냐? 그리고 너희 부모님들은 무얼 하시느냐?”
“저희는 형제간입니다. 아버님은 일찍 타계하시고 어머님 홀로 계십니다.”
포도대장은 그 어머니를 불러 와서 범인수색에 참고하기 위하여 물어 보았다.
“당신 아들 중에 한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데 어머님은 알 수 있겠지요?”
그녀는 눈물 젖은 얼굴로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윽고 손을 들어 아우를 가리킨다.
포도대장은 이 어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아우를 살인자로 단정하고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임금에게 자초지종을 적어 보고하고 처분을 기다렸다.
임금은 포도대장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아들을 살인자로 몰아붙인 그 어미가 누구인지 너무 매정하다. 그런 어미도 용서할 수 없으니 더 철저히 조사해서 혹시 연루자가 아닌지 알아 보라.’
포도대장은 다시 그 어머니를 불러 준엄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형의 살인을 감추려고 거짓으로 아우를 범인이라고 몰아붙인 저 여자도 이 사건의 연루자일 것이다. 엄중히 조사해야겠다. 형은 당신이 낳은 자식이 틀림없는가?”
“형은 전처의 자식인데 남편이 돌아가실 때 잘 키워 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만 제가 둘 다 잘못 키운 탓이니 저를 살인자로 처벌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그러면 아우는 어디서 주어다 기른 것인가?”
그녀는 옷섶을 열어 젖히고 젖을 꺼내 보이며 통곡했다.
“아우는 제가 낳은 자식입니다. 이 젖으로 먹여 키웠습니다.”
포도대장은 슬그머니 넓적다리를 꼬집어보았다.
“앗 따거!”
포도대장은 즉시 임금에게 이 사실을 적어 파발을 보내었다.
임금도 이쯤 되면 이 어머니의 아들이 결코 사람을 죽였을 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모름지기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는 지혜롭고 강하다는 옛말이 정말 최진실(最眞實)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