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매화가 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꽃인 줄 모르고"
짐승마냥 욕심에 뭍 혀 살아 오다가 얼핏 여든을 바라보나니
선생께서 써 두신 글 반 천년 지난 이제서야 비로소 맛 본다네
옛 어른 글을 마음대로 고치고 바꾸는 것이 송구하나
관습에 얽혀서 글 뜻조차 짐작못해서야 무슨 맛으로 사는가
가까이 다가들어 보니 옛 분들 글 쓰시던 그때로 돌아가네.
취향 따라 풀어 쓰니 반 천년 거슬러 그때 그 매화가 보이네
정신을 수습하여 나도 매화 되니 눈(雪)빛 속에 청매(靑梅)라네
희다가 못하여 더 더욱 하얗게 되고 더더욱 하얗다가 푸른 빛 된 것일세
그러면 그런 것이고 아니라면 아닌 것이 가타부타 여지없네
늙고 꺼꾸러진 모습 보기 보다는 아름다운 나의 청매 굽어 보니
그 누가 말했던가 아스라히 잊었건만 그 맛을 잃지 않고 옮겨 보네
“내 전생이 달이 더니 마침내 사람이 되어 오늘 매화 앞에 섰노라”
다시 후생에 이만한 매화가 되고자 몇 겁을 더 살며 돌아야 할 진저?
이 소리 다시 한번 내 귓가에 스치며 내 말처럼 흉내 내어 말하네
“내 전생이 달도 되고 모란도 되었다 여겼더니
마침내 사람으로 태어나 오늘 매화 너 앞에 섰노라”
다시 후생에 이만한 꽃 되고자 수백 겁을 더 견뎌 인연을 쌓을꼬?”
퇴계 선생 매화 옆에서 2244 이 관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