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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선생님 보고싶습니다

작성자관희2244|작성시간13.11.20|조회수32 목록 댓글 0

가람 이병기

 

 

바람이 소슬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난 蘭

 

 

가람 이병기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 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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