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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율 곡 》시

작성자관희2244|작성시간14.01.19|조회수31 목록 댓글 0


 

화석정

 숲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
 시인의 생각 끝이 없어라.
 멀리 흐르는 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어가네.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하늘가의 저 기러기 어디로 가는가
 저무는 구름 속으로 울음소리 끊기는구나.

 

 

8세 때 선대에 지어진 화석정에 올라 읊은 시이다. 화석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을 풍경과 임진강의 흐름, 그리고 그에 맞닿아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이제 막 구름 속으로 기러기가 울며 사라져가는 장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동문을 나서면서

 하늘과 땅은 누가 열었으며
 해와 달은 누가 갈고 씻었는가.
 산과 냇물은 이미 무르녹아 어우러져 있고
 추위와 더위는 다시 또 서로 갈리는구나.
 우리 사람 만물 가운데서
 지식이 제일 많도다.
 어찌 조롱박이 되어
 쓸쓸히 한 곳에 매여 있으랴.
 전 세계와 온 나라 사이에
 어디가 막혀 마음껏 놀지 못할까.
 저 봄빛 짙어가는 산 천리 밖으로
 지팡이 짚고 내 장차 떠나가련다.
 나를 따를 자 그 누구인가
 저녁나절 부질없이 서서 기다리네.

 

19세에 금강산에 입산하면서 지은 시이다. 금강산을 향해 가는 입산 동기가 잘 나타나 있다. 전반부에서는 우주 만물에 대한 철학적 관심과 지식을 향한 열의가 나타나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집을 떠나 마음껏 자연을 벗하며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정서적 동기가 잘 나타나 있다.

 

 

 

 

 금강산에서

 물고기가 뛰놀고 소리개가 나는 것은
    위아래가 같은 이치이니
 이것은 색도 아니고 공 또한 아니라네.
 무심결에 한 번 웃고 내 몸 돌아보니
 석양의 숲속에 홀로 섰어라.

 

금강산의 한 암자에서 노승에게 써준 시이다. 진리란 현상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뛰놀고 소리개가 하늘을 나는 것이 현상으로는 아래위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근원은 동일한 이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퇴계선생을 찾아 뵙고 지은 시

시내는 수사에서 나뉘었고
 산봉우리는 무이산처럼 빼어났소.
 살아가는 계획은 천여권의 경전이고
 나아가고 물러감에 두어 칸 집뿐일세.
 마음은 환히 갠 달 같고
 말씀과 웃음은 거친 물결을 멈추게 하오.
 저로서는 도를 듣고자 온 것이지
 반나절의 한가로움을 훔치려는 것 아니라오.

 


23세 때 58세의 퇴계 선생을 찾아 뵙고 지은 시이다. 수사는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에 있는 수수와 사수를 가르킨 것이고, 무이산은 중국 복건성에 있는 산으로 주자가 여기에 이른 바 무이정사를 짓고 강학에 종사하던 곳이다. 시는 대체로 퇴계의 교육자적 입지, 학문에 힘쓰며 꾸리는 간소한 생활, 도산의 풍경과 퇴계의 인품, 그리고 자신의 방문 목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야서회

 저 천운의 반복하는 것을
 마음으로 되돌아보면 두렵고 두려워라.
 아, 나는 천·지·인의 삼극에 참여하여
 정기는 만물에서 빼어나네.
 해와 달같이 밝은 덕
 이는 하늘이 준 것일세.
 그러나 헛된 생각이 본래의 밝음 침식하여
 시작엔 미약하다가 종래는 치열해졌네.
 산의 나무들이 도끼와 자귀에 곤란을 당하듯이
 천진함이 나 스스로를 헛된 일에 빠지게 했네.
 스물하고도 오 년 동안
 깊은 꿈속을 취해서 헤매었구나.
 어제의 잘못한 것 돌이켜 생각하니
 놀랍고 두려운 마음 일어나누나.
 나 이제 통절하게 스스로 맹세하노니
 하늘은 응당 듣고 또 보시겠지.

 

 

25세 동짓날 한밤중에 지나온 과거의 행적을 반성하며 자기를 정립하고자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쓴 시의 일부이다.

 

 

 

 

 

 

 

 

고산구곡가

서사(序詞)

 고산의 아홉 굽이 못을 사람들이 모르더니,
 풀을 베고 집을 지으니 벗들이 모두 모여드네.
 무이구곡을 생각하며 주자를 배우리라.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을 사람이 모르더니,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 벗임네 다 오신다.
 무이(武夷)를 상상(想象)하고 학 주자(學朱子)를 해오리라

제1곡 관암(冠巖)

 일곡은 어디인가? 관암에 햇살이 비친다.
 들판에 안개가 걷히니 먼 산이 진정 그림 같구나.
 소나무 사이에 술항아리 놓고 벗 오기를 기다리네.

 일곡(一曲)은 어드메고, 관암(冠巖)에 해 빗쵠다.
 평무(平蕪)에 내 거드니 원산(遠山)이 그림일다.
 송간(松間)에 녹준(綠樽)을 노코 벗 오는 양 보노라.

제2곡 화암(花巖)

 이곡은 어디인가? 화암(花巖)에 봄 빛이 저무는구나.
 푸른 물에 산꽃을 띄어 들 밖으로 흘러가네.
 사람들이 이 좋은 경치를 모르더니 알게 되면 어떡하나.

 이곡(二曲)은 어드메고, 화암(花巖)에 춘만(春晩)커다.
 벽파(碧波)에 ㅅ곳찰 ㅅ듸워 야외(野外)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로니 알게 한들 엇더하리

제3곡 취병(翠屛)

 삼곡은 어디인가? 취병에 나무닢 덮였구나.
 푸른 나무에 산새들이 오르내리며 지저귀네,
 반송이 청풍이 부니 조금도 여름 더위를 모르겠네.

 삼곡(三曲)은 어드메고, 취병(翠屛)에 립 퍼졌다.
 녹수(綠樹)에 산조(山鳥) 하강 기음(下上其音) 하난져긔.
 반송(盤松)이 수풍(受風)을 하니 녀름 경(景)이 업셔셰라

제4곡 송애(松崖)

 사곡은 어디인가? 송애에 해가 지는구나.
 물속에 바위 그림자에 온갖 색깔이 잠겨 있네.
 숲과 샘은 깊을수록 좋으니 흥에 겨워 하노라.

 사곡(四曲)은 어드메고, 송애(松崖)에 해 넘것다.
 담심 암영(潭心巖影)은 온갓 빗치 잠겨셰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됴흐니 흥(興)을 게워하노라.

제5곡 은병(隱屛)

 오곡은 어디인가? 은병이 보기 좋구나.
 물가에는 정사도 있어 깨끗하고 시원하기 한량없네.
 그 속에서 늘 강학하며 풍월도 읊으리라.

 오곡(五曲)은 어드메고, 은병(隱屛)이 보기 죠희.
 수변(水邊) 정사(精舍)는 소쇄(瀟灑)홈도 가히 업다.
 이 중(中)에 강학(講學)하고 영월음풍(詠月吟風) 하오리라.

 제6곡 조협(釣峽)

 육곡은 어디인가? 조협에 물길이 넓구나.
 나와 고기중에 누가 즐거움이 더할는지 모르겠네.
 황혼에 낚싯대 둘러메고 달 데리고 돌아오노라.

 육곡(六曲)은 어드메고, 조협(釣峽)에 물이 넓다.
 나와 고기와 뉘야 더옥 즐기는고,
 황혼(黃昏)에 낙대를 메고 대월귀(帶月歸)를 하노라.

 제7곡 풍암(楓巖)

 칠곡은 어디인가? 풍암에 가을 빛이 좋구나.
 맑은 서리가 엷게 내리니 절벽이 비단 깔아 놓은 듯 하구나.
 찬 바위에 홀로 앉았노라면 집 생각도 잊어 버리네.

 칠곡(七曲)은 어드메고, 풍암(楓巖)에 추색(秋色) 죳타.
 청상(淸霜)이 엷게 치이 절벽(絶壁)이 금수(錦繡)로다.
 한암(寒巖)에 혼자 안자 집을 잇고 잇노라.

 제8곡 금탄(琴灘)

 팔곡은 어디인가? 금탄에 달이 밝구나.
 옥 거문고 금 거문고로 몇 곡을 타보지만,
 옛 곡조를 알 사람 없어니 혼자 즐기노라.

 팔곡(八曲)은 어드메고, 금탄(琴灘)에 달 발다.
 옥진 금휘(玉軫金徽)로 수 삼곡(數三曲)을 노른 말이,
 고조(古調)를 알 니 업사니 혼자 즐겨하노라.

 제9곡 문산(文山)

 구곡은 어디인가? 문산에 해가 저물었네.
 기암괴석이 모두 눈 속에 묻혔구나.
 유람객은 와 보지도 않고 볼 것 없다 하는구나.

 구곡(九曲)은 어드메고, 문산(文山)에 세모(歲暮)케다.
 기암 괴석(奇巖怪石)은 눈 속에 뭇쳐셰라.
 유인(遊人)이 오지 안이 하고 볼 것 업다 하더라.

 

 

주자의 무이구곡가를 본떠서 지은 시이다. 퇴계의 도산십이곡 보다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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