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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돈

칼을 칼집에

작성자도니 윤형돈|작성시간26.06.05|조회수9 목록 댓글 0

칼을 칼집에 꽂으라


"칼을 칼집에 꽂으라."
이 말은 단순히 무기를 거두라는 명령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폭력의 본능을 향한 깊은 성찰의 언어다. 이 말은 예수가 체포되던 밤, 제자가 휘두른 칼을 보고 하신 말씀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은 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예수는 칼을 거두라고 하셨다. 칼보다 더 강한 것이 사랑이며, 복수보다 더 위대한 것이 용서임을 보여 주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칼 하나씩을 품고 산다. 그것은 쇠붙이로 만든 칼이 아니라 상처의 칼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모욕, 배신, 억울함, 실패와 열등감이 칼이 되어 가슴속에서 번뜩인다. 어떤 이는 그 칼을 말로 휘두르고, 어떤 이는 침묵으로 휘두른다. 때로는 인터넷 댓글이 칼이 되고, 냉소와 조롱이 칼이 된다. 세상은 점점 칼의 시대가 되어 간다.
그러나 칼은 남을 베기 전에 먼저 칼을 쥔 사람의 손을 차갑게 만든다. 증오는 상대를 태우기 전에 자신의 영혼을 먼저 태운다. 복수는 상대를 무너뜨리기 전에 자신의 평안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진정한 승리는 칼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칼을 거둘 줄 아는 사람에게 있다.
노년이 되면 더욱 그렇다. 젊은 날에는 세상과 싸우기 위해 칼을 갈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억울함을 갚기 위해 수많은 칼을 벼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깨닫게 된다. 인생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경기장이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순례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강물은 바위를 칼로 자르지 않는다. 다만 오래도록 흐르면서 바위를 품고 지나간다. 바람은 나무를 칼로 베지 않는다. 그저 스치며 지나가면서 계절을 바꾼다. 자연은 힘보다 인내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칼을 칼집에 꽂는다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이기는 가장 어려운 승리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침묵할 수 있는 힘, 복수할 수 있지만 용서하는 용기, 상처받았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결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품격이다.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 우리는 묻게 된다. 평생 갈고 닦은 칼로 무엇을 베었는가. 그리고 무엇을 지켰는가. 그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나는 결국 칼을 칼집에 꽂았다."
그것은 싸움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선택한 것이며, 증오를 버린 것이 아니라 사랑을 붙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인간은 칼보다 강한 존재가 된다. 칼이 칼집을 아프게 하듯이 영혼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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