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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작성자도니 윤형돈|작성시간26.06.17|조회수15 목록 댓글 0

ㅣ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축구 경기 한복판에서 심판이 휘슬을 분다. 승패를 다투던 선수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병을 든다. 이를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라고 한다. 격렬한 경쟁 속에서 허락된 짧은 휴식. 그러나 나는 이 짧은 물 한 모금 속에 인간 존재의 깊은 비밀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늘 달리고 있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성취, 더 빠른 성공을 향해 쉼 없이 질주한다. 마치 인생이 하나의 경기인 양,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높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이 얼마나 메말라 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몸이 목마르면 물을 찾으면서도 마음이 목마를 때는 더욱 달린다. 갈증을 해결하는 대신 잊어버리려는 것이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그런 우리에게 던지는 역설적인 메시지다. 멈춤은 패배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것. 물을 마시기 위해 멈추는 시간은 경기의 중단이 아니라 경기의 지속을 위한 준비다. 쉬는 것이 곧 전진하는 길인 셈이다.

형이상학적으로 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물은 생명의 기억이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자랐고, 몸의 대부분도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생명이 처음 들었던 자장가와 같다. 그래서 갈증은 단순히 신체의 신호가 아니라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존재의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성경에서도 물은 중요한 상징이다. 광야의 백성은 물이 없을 때 절망했고, 예수는 목마른 자들에게 생수를 약속했다. 물은 육체를 적실 뿐 아니라 영혼을 깨우는 은유였다. 결국 인간이 찾는 것은 단순한 수분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의미의 샘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의 가치를 새롭게 배운다. 젊은 날에는 멈추는 것이 두려웠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염려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쉼 없이 달린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 적절히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수필도 그렇다. 한 문장을 쓰고 나서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침묵하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공백이야말로 문장을 살찌우는 물 한 모금이다. 음악의 쉼표가 선율을 완성하듯, 인생의 휴식도 삶을 완성한다.

어쩌면 인간의 생애 전체가 하나의 긴 경기라면, 기도는 영혼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일 것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존재의 근원 앞에 서는 시간.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물을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날 힘을 얻는다.

결국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의 형이상학은 단순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달리는 일만이 아니라 마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가장 깊은 지혜는 언제 달릴 것인가보다 언제 멈추어 물 한 모금을 마실 것인가를 아는 데 있다. 그 짧은 멈춤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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