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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캠핑) "세리야. 다리안 캠핑장 어때?"

작성자피안재|작성시간26.06.16|조회수42 목록 댓글 0

 

 

‘할아버지. 캠핑가고 싶어요.’

‘그래? 세리가 가고 싶다면 할아버지는 무조건 가야지. 어디가 가고 싶은데?’

‘작년에 갔던 월악산 캠핑장이요.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또 잡고 싶어요.’

‘거긴 억수계곡 (용하 야영장)인데, 거기가 그렇게 좋았니?’

‘네. 수영장이 텐트 밖에 가깝게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다시 가고 싶어요.’

‘그럼 다시 가야지 뭐. 알았어. 이번엔 물고기 스므마리 잡아줄게.’

‘정말요? 할아버지 약속하셨어요? 그럼 고기 잡아서 튀김으로 먹게 해주실거지요?’

‘튀김이야 얼마든지 만들겠지만, 너가 정말로 먹을 수 있을까? 세리가 먹는다면 이번엔 백 마리 잡아야겠다.’

‘할아버지가 약속했어요? 아싸~~~~~!’

작년 여름에 캠핑을 했던 용하 야영장이 우리 손녀들 뇌리엔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다. 주변 지인들에게나 블로그를 통해 (용하 야영장)을 ‘어린이를 동반하는 최고의 여름 캠핑장’으로 꾸준히 권장을 해왔으니 말이다.

숲이 아름답고 그늘이 풍부하면서도 맑고 차가운 계곡물이 아주 가까운 골짜기로 풍요롭게 흘러내리는 천혜의 캠핑 조건을 갖춘 데크 영지가 풍성하도록 넉넉하게 설치되어 있고, 월악산 국립공원이 관리하는 천혜의 여름 휴양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A 데크와 B 데크 사이로 인공조성해 놓은 봇도랑은 그야말로 어린이 물놀이장으로는 최고의 시설이라 하겠다. 근처를 흐르는 월악산의 천연자연수 그대로를 조금 상류에서 봇도랑을 만들어 캠핑장 가운데를 흘러가게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천연 물놀이장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크기와 깊이와 흘러가는 수량을 오로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신체조건에 맞추어 최적화시켜 놓았다. 어린 자녀들이 그 봇도랑 물놀이장에서 윔블던 테니스 경기에 출전한 선수처럼 물놀이 경기에 전념하고, 양쪽의 데크에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관중석의 가족들처럼 여유롭고 우아한 시선으로 자녀들의 경기를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나름의 망중한 내지는 캔맥주 파티를 벌인다. 이곳만의 이색적인 한가로운 풍경이다.

그야말로 ‘이런게 가족캠핑 아니겠어?’하는 표정들로 말이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저마다 앞다퉈 여름 휴가를 떠나지만, 어린 자녀들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심이 많아져 휴가가 아니라 고행의 수난일이 되기도 한다. 날은 덥지, 길은 막히지, 이름이 났다하면 어디든 엄청난 웨이팅이 생기기 마련이지, 툭하면 비 매너와 어처구니 없는 갑질이 이젠 지극히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속에서, 어린 자녀들에게 인내심이나 설득이 어려운 불가항력의 상황들이 사방에 즐비하게 펼쳐져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즐거운 휴가 여행이 아니라 어린 자녀를 동반하고 지뢰밭을 통과해야 하는 살 떨리고 피 터지는 한바탕 난장판이나 전쟁터와 다름 없을 것이다.

하여 바로 그런 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곳이 바로 (월악산 용하 야영장)이다.

비록 지도상으로는 대한민국의 한복판이지만, 한참 헤매고 찾아가야 하는 변방의 오지라 할만하고, 가까운 곳에 꼭 필요한 하나로마트 하나 없지만, 일단 어느정도 신경써서 준비를 갖추고 꼬불꼬불 허접한 시골 산길을 돌고돌아 축구장만한 주차장이 널널하게 펼쳐져 있는 (용하 야영장) 팻말을 찾아가 체크인을 하고 주차장에 주차를 마쳤다면......... 이제 당신은 제대로 낙원에 들어선 것이다.

하나 남은 마지막 관문은 차량 출입이 불가능(오토 캠핑장이 절대 아님)한 선택받은 데크까지 부지런히 짐을 옮겨야 한다는 마지막 숙제만 해결하면 된다. 가족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스퍼트가 필요한 순간이다.

'웰컴 투 파라다이스! 어린 자녀를 동반하시는 당신을 위해 낙원을 펼쳐놓았으니 여유롭게 즐기고 가십시요.'

(용하 야영장)의 봇도랑 양쪽에 인접한 A데크와 B데크는 하나같이 모두가 명당이라 하겠다.

그중에서 굳이 딱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무조건 (A9) 데크를 꼽겠다. 직접 사용해 본 경험으로 최고의 자리는 적어도 우리에겐 무조건 (A9)이다. 왜냐고? 가보면 안다. 어린이를 데리고 가서 지내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용하 야영장)의 명당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자리가 (B42)다. 많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 이유의 대부분이 가장 깊숙한 곳에 따로 떨어지듯 위치하여 프라이빗 캠핑이 보장된다는 이유를 든다.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전제하는 ‘어린이를 동반하는 가족여행’으로는 (A9)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프라이빗은 좋겠지만, 구석진 자리는 모기를 포함한 해충과 울타리 밖의 자연적 위험에 가장 근접해 있고, 데크 안으로 위치한 소나무들이 장애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넉넉한 공간 확보가 가능한 대형 텐트나 타프의 설치에 절대적 장애를 만든다. 프라이빗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넉넉한 공간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리고 봇도랑의 접근에 약간 불편이 따른다면 나는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A9)을 꼽는 최우선 이유이기도 하다.

(A9)을 대체할 수 있는 한 곳을 더 고른다고 해도 나는 결코 (B42)를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B41)을 고르겠다.

(B41)을 (A9)에 비교해서 보자면, 짐 나르는 데 조금 더 멀고, 그런만큼 화장실에서 더 멀어진다는 점만 빼면 하나도 더 부족할 것이 없다. 대신 데크 옆으로 활용이 가용한 공간이 더 많다. 그리고 옆 계곡으로 물놀이를 다니기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장점을 대신 가졌다. 하여, 아직 계곡 물이 차갑다는 5월 6월 7월 초나, 9월의 여행이라면 (A9) 데크를 ‘어린이를 동반하는 여름 가족여행의 최고 명당’ 자리로 선택하겠고, 8월 폭염의 같은 여행지라면 나는 기꺼이 (B41) 데크를 최고의 명당이라고 선택하겠다. 계곡에 풍덩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서 말이다.

2025년 여름 (용하야영장). 테크는 (A9).

 

예정대로 였다면 2026년 5월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동유럽에 있어야만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온 모처럼 만의 유럽 배낭여행이 계획되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중동에 전쟁이 벌어졌고, 금방 끝난다던 전쟁은 오리무중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기름값부터 요동쳤고 국제 정세를 비롯한 온 세상이 요란해 졌다.

어수선한 상황속에서 출발일자는 다가오고, 결국 우리는 이번 동유럽 여행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야속하게도 46만 원이라는 예약 취소 페널티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지내놓고 보니 포기하기를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결정은 오로지 할망구의 몫이었지만 말이다.(아내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나 뭐라나?)

그렇게 비워두었다가 새로 생겨난 5월 이라는 한 달의 시간이, 엉뚱하게도 참으로 이상할 만치 바쁘고 여러 가지 일들로 가득 차 버렸다. 만약 동유럽에 있었다면 지나 보낸 5월 한 달 동안에 생긴 일들을 도대체 어떻할겨?

그런 덕분에 어버이날을 집에서 맞이하게 되었고, 가족 외식을 하려고 찾아 온 우리의 작은 병아리가 할아버지에게 해온 부탁이 바로 캠핑이었다.

그래?

우리 세리가 캠핑이 하고 싶어?

할아버지한테 맡겨.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게 놀고 싸돌아 다니는 것 아니니? 할아버진 아직 현역이야.

그날 부로 당장 캠핑장 예약을 했다.

우리 세리가 오매불망하는 (용하 야영장 A9)을 5월 중순에, 그리고 (B41)을 5월 하순에 힘들게 찾아내 예약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웬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암초에 걸려 그만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닌가?

‘사고 좀 치지 말래니까? 5월 중순은 물이 아직 너무 차가워서 안 돼. 거기는 여름 물놀이장인데 우리 애들이 물가에 가서 얌전히 있기만 하겠어? 너무 일러. 그리고 하순 기일엔 일이 잡혀서 안 돼. 큰 공사가 예약되어 있어. 애들도 열 명은 투입해야 하고 당연히 당신 도움까지 필요해. 그런 걸 포기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자꾸 사고치지 말고 여름방학 때까지 기다리자니까? 물놀이는 여름이 되어야 맘 놓고 애들을 풀어놓지? 그러니깐 이번엔 양보해라?’

할망구의 타당성 있는 거절에 제동이 걸려 결국 예약해 둔 두 건을 모두 취소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병아리들 여름방학까지 나보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못해. 죽는다면 몰라도 살아있는 동안엔 우리 병아리들과의 캠핑이나 여행을 절대 포기 못 해. 방학 때까지 기다리라고? 차라리 죽으라고 해. 난 절대 그렇게는 못 해. 남편 사표낼래.

다시 캠핑장을 구하려고 (숲나들이)와 (국립공원 관리공단) 싸이트를 검색하는데, 아뿔싸.

벌써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었는지라 주말 추첨제와 성수기 추첨제가 6월 1일부터 접수가 시작된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일단 당장 내마음대로의 계획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사설 캠핑장이야 사방에 널려있지만, 아주 특별한 경험지가 아니라면, 나는 줄곳 국립이 아니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립을 고수하는 편이다. 아니면 차라리 내 경험에서 나온 차박지를 찾을망정 말이다.

5월이 안된다고 하니 6월은 되겠지 하고 작전을 짜야 하겠는데, 6월은 선택이 허락치 않는 추첨제란다. 순전히 운빨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추첨의 영향력에서 슬쩍 벗어나있는 지자체 관리 캠핑장을 찾아 보자.

그렇게 하다가 눈에 띄는 뜻밖의 캠핑장이 있다.

단양 곳곳엔 그동안 수없이 여러 번 드나든 캠핑장이 사방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캠핑 초기엔 도락산 근처의 중선암 상선암 주변의 오지 캠핑을 즐겼는데, 국립공원 관리지역에 포함되면서 개발된 허가지역 외의 모든 캠핑은 금지되고 말았다. 하여 마지막으로 남겨진 곳이 소선암 지역의 (자연발생 캠핑장)이고, 우리 가족의 추억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 추억의 명소다. 그런 후에 오토 캠핑이 대중화 되고, 우리도 어쩔수 없이 일단은 전기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서부터 단양 지역 하면 늘 (소선암 오토 캠핑장)을 염두에 두고 즐겨 찾았었다. 그 (소선암 오토 캠핑장)은 월악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관할이 아니라, 단양 지자체에서 관할하는 공립 캠핑장이다. 아울러 단양군에서 관리하는 공립 캠핑장에는 (소선암 오토캠핑장) 이외에도 (다리안 캠핑장)과 (천동 오토캠핑장)과 (대강 오토캠핑장)이 더 있다. 물론 지나다니면서 이곳들을 둘러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해 본 캠핑장은 (소선암 오토캠핑장)이 유일했다.

그래서 6월 캠핑을 계획하는 방편으로 (소선암 오토 캠핑장)을 다시 찾아 보았는데, 캠핑장 입구인 다리 공사가 거듭거듭 완공이 늦어지면서 캠핑장 재개장 공고는 한없이 미루어 지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현재 공고는 8월1일 재개장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 예약 접수는 받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새롭게 발견한 곳이 바로 (다리안 캠핑장)이다.

소백산을 가장 짧은 거리로 그나마 가장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등반 코스가 바로 다리안 코스다. 희방사 코스와 비로사 코스에 비하자면 다리안 코스는 난위도에서 하나나 둘 정도 아래라고 그동안의 경험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30년 전쯤에 초등학생 아들 짱구를 앞세우고 다리안 코스로 연화봉까지 두 번인가 올라간 기억이 있다. 그때도 주차장 옆쪽으로 초장기의 (다리안 캠핑장)이 있었는데, 당시 소백산 등산은 충주에서 당일 코스로 다녔었기에 주차장만 이용했었고, 캠핑은 주로 소선암 계곡 상류의 (솔밭 야영장)을 이용했었다.

우연히 무심코 (다리안 야영장)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쭈? 이건 순전히 (용하 야영장)을 리모델링한 엎그레이드 판이네? 거기다가 계곡이 깊어 풍부한 수량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숲이 빼곡히 우거진 것은 30년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고, 이건 완전히 세련된 (용하 야영장)이네?’

하여 여기저기 인터넷을 통해 (다리안 야영장)에 관한 다양한 기사들을 찾아서 읽어 보았다.

한 마다디로 지척의 너무나 익숙한 곳에서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을 찾아낸 느낌이 아닌가?

‘이 정도였어? 왜 그동안 지나다니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지? 여기면 되겠네? 완전히 새롭겠네.’

그래서 즉시 예약을 했다. 검색하면서 알게 된 좋다는 테크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처지였지만, 다행히도 마음에 드는 예약을 하게 되었다. 더하여 다분히 내가 데크를 선정하는 기준이 남들과는 사뭇 다르고, 다행히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그곳에서 깨닫게 된 좋은 장소 기준 세 곳 중에서 하나였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약 데크는 (다리안 야영장) C구역의 11번 데크로, 여행을 마친 지금의 경험에서도 아주 좋은 자리였다고 하겠다. 가장 명당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옆의 12번 데크 보다는 11번 데크가 좋다고 나와 할망구는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우여곡절은 약간 있었으나 기어코 (다리안 야영장) 예약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두 개다.

하나는 겡구(며느리)에게서 병아리들을 빼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버거운 과제인 할망구의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다.

하이고야. 이를 어쩐다?

여기까지 와서 또 태클에 걸리면 어쩌지?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 계획인거야. 수준높은 잔머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실패하면 병아리 방학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생 한 방을 걸자!

'아들. 이럴 때 아빠를 위해서 너가 나서서 효도 좀 해라.'

2026 여름 (다리안 야영장). 데크는 (C11).

 

변했다. 우리 병아리들이 그간 변해도 너무 변했다.

그게 아니라면 할아버지의 기대와 확신이 너무 컸던 때문일까? 그걸 모르고 개꿈만 야무지게 꾸었단 말인가?

캠핑장 출입 관리실에서 체크인을 하고 야영장 근처의 차량 출입이 허가되는 지역까지 들어갔다. 오토캠핑장이 아니기에 여기서부터는 장비와 짐을 내려서 캐리어에 싣고 예약한 데크까지 운반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리안 휴’라는 휴게실 겸 화장실 건물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병아리들이 뛰쳐나간다. 저만치 앞쪽에 계곡을 넘나드는 철제 다리가 보였으니 당연히 그 아래가 물고랑이라는 눈치를 채고 난 직후였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계곡으로 뛰어 내려가 텀벙하고 발부터 담그고 만다. 동시에 계곡 가득히 ‘할머니. 빨리 와요.’라는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여우 공화국의 절반 국민이 계곡 속으로 사라졌다.(우리 집은 여우 네 마리에 이빨 빠진 푸른 늑대 두 마리가 한 가족인 자유 공화국이다.)

그래도 안전을 확인해야해서 멍한 표정으로 쫓아가 보니 이미 저만치 하류쪽으로 내려가 있다.

이렇지는 않았었는데 지금 이게 뭐지?

할아버지 껌딱지인 작은 손녀 세리는 짐 내려서 옮기는 것도 도와주고, 장비며 설치며 온통 궁금한 것이 천지라 연실 질문에다가, 조금 위험한 것이든 말든 무조건 직접 해보겠다고 덤벼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었는데, 개뿔......... 돌아와서 도와줄 낌새조차 야예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짐을 다 옮기고 텐트를 치고 나서 물에 들어가는거야?’라는 다짐을 왜 미리 해두지 못했을까?

거기다가 꼬맹이 둘이 늘었을뿐인데 뭔 짐이 이렇게 늘어났단 말이야?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기본 필수 장비면 준비 끝이었는데, 병아리 두 마리 늘었다고 짐이 2.5배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

오매불망, 소중한 병아리들 안전과 편안하고 즐거운 캠핑에 오로지 주안점을 두다 보니, ‘팩 박기 지옥’이라는 몽골 텐트여야 만 되고, 바닥관리 해야 한다고 대형 러그(깔판)를 두 개나 가져와야 하고, 테이블도 두 개에다가 의자도 네 개인데 상황에 따라 키 높이 조절해야 한다고 어린이 체어 두 개를 별도로 추가하고, 더워도 추워도 안된다고 이 계절에 선풍기랑 절전형 전기난로까지 따로 챙겨야 한다. 바비큐 먹여야 한다고 통돌이까지 챙기고, 잘 마른 장작도 챙기고, 거기다가 물고기 잡아야 해서 낚시와 어항까지 추가로 챙긴다. 이거 손녀들과의 가족 캠핑이 아니라 어디 에베레스트 원정대 장비 담당이라도 된 느낌이 들 정도다.

허니 어쩌겠는가?

이 모든게 다 내가 좋아서 자청해서 내가 저지른 일인 것을.......... 할망구께서 ‘그러게 제발 사고 좀 치지 말라고?’했음에도 또 내가 몰래 저지른 결과인 것을......... 이게 내 팔자이고 또 살아가는 낙(樂)인 것을.......

할머니의 태클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질러버린 음모의 댓가인가?

몰래 (다리안 야영장) 예약에 성공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큰손녀 태리에게 카톡으로 작년 (용하야영장) 물놀이 캠핑 사진을 보낸 것이다. 이는 여지없이 태리로 하여금 캠핑가고 싶다는 열망에 불을 더 지르게 될 것이다. 그럼 태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아빠에게 '아빠 캠핑가고 싶어'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에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곧바로 아들에게 (다리안 야영장 캠핑)에 관한 사진 모아놓은 것을 카톡으로 보냈다. 호감 가득한 긍정적인 반응이 왔다. 그래서 이미 예약에 성공한 이번 캠핑 계획의 전모를 아들에게 전달했다. 절대 엄마에겐 비밀이라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 '아들. 넘어야 할 과제가 둘 있는데, 하나는 겡구(며느리)가 허락해서 병아리들을 내주어야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번번히 태클을 걸어오는 엄마를 설득해야만 하는 것이야. 일단 겡구 의중이 궁금해. 그런 다음에 차차 시간을 두고 엄마 눈치를 살펴가면서 설득을 해야되겠지. 이해하겠니? 그러니까 일단 엄마에겐 완전 비밀로 하고 겡구와 먼저 상의를 해주렴.' 이라고 할아버지의 의중 전부를 낱낱이 전달해 의근한 의도된 협박을 가했다.

퇴근하고 아들 부부간에 협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먹고 나서 아들에게서 몰래 카톡이 왔다.

'아빠. 겡구가 무척 좋아하던데요? 그날짜에 맞춰 준비해 놓겠대요. 저녁 먹으면서 태리 세리에게도 날짜까지 알려줬어요. 많이 신나하고 있어요. 물총 들고 배낭메고 갈거래요. 아빠 생각대로 진행 하세요.'

'아들. 엄마에겐 절대 비밀이다. 시간을 가지고 눈치껏 설득을 해 볼께. 엄마 촉이 9단인거 알지? 비밀 지켜줘.'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아빠를 믿어요.'

후후후후.

이런 특별한 기분을 남들이 알까?

우리집은 모두 공평하고 절대 비밀이 없기로 하고 지낸다.

그런 여섯 식구중에 다섯명이 모두 알고 동의를 넘어 동맹을 맺었는데 한 사람만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도 실세중에 실세인 구미호 대비마마만 모르고 있다. 할머니를 골려먹는 것만도 통쾌한 할아버지 입장에서 이런 가문의 쿠데타는 그야말로 살아있음에 대한 짜릿한 환희라 할만하다.

설득해서 안되면 이미 식구중 다섯명이 동의했다고 반란이라도 일으켜야 하겠는데, 그럼 할머니가 서러워서 우는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럼 이 태클을 어떻게 극복해 할망구를 설득해야만 하느냐?

내가 평소 하나뿐인 우리 아들에게 내 목숨 이상으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만, 딱 한 가지 경우에는 거꾸로 절대 믿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들과 맺은 약속의 어디에 아주 약간이라고 엄마가 관련되어 있으면 절대로 믿어봤자 다 헛빵이라는 사실이다. 말짱 도루묵이다. 그야말로 백전백패가 뻔한 불문율처럼 자명하다. 엄마가 속상해 하거나 슬퍼할 일은 절대로 만들지 않는 녀석이 하나뿐인 아들놈이기 때문이다. 이번 쿠데타의 마지막 해결은 또 아들이 자연스레 해결해 줄 것이다. 절대 자주는 안되겠지만, 이렇게 슬쩍 아들에게 떠맡긴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평소 그런 아들임을 알기에 쿠데타 아니라 쿠쿠쿠데타라 해도 아들이 앞잡이면 엄마는 저절로 무장해재된다. 거기에 뒷탈도 없다.

몇 날을 아무런 낌새도 보이질 않고 설득하려 시도도 하지않고 그냥 평범한 날처럼 지냈다. 그러다 오후에 불쑥 할망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정말 이럴꺼여? 상의할 게 있으면 상의를 해야지, 내가 뒤통수 치지 말랬지? 집에 들어올때 술 사가지고 와.'

쿠데타가 들통난 것이다. 이제 터질때가 되었다 싶었었다. 안주를 좀 색다른 것으로 사서 갈까? 이제 캠핑은 허락된 것이니까 말이다.

후후후후후. 이번에도 할아버지의 굳히기 작전이 성공했다. 아들 내세우면 백발백중이다.

하나뿐인 아들은 한 달에 서너 번 엄마와 안부 통화를 한다. 아빠와는 어쩌다 문자 연락이 전부지만 말이다. 우리 집안 전해 내려오는 내력이다. 아들과 엄마는 어떤때는 아주 시시콜콜한 것 까지 장시간 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엄마만 빼고 가족 다섯명이 이미 사전 모의한 음모가 있겠다, 병아리들 동향 이야기 하다보면 오매불망 여름 캠핑갈 생각에 들떠 있는 분위기가 안나오겠는가? 거기다가 아들은 엄마와 아빠의 합의 진척이 어디까지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병아리들 물놀이 열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보면, 어디쯤에선가 촉이 9단인 엄마가 어떤 의문이 들게 마련이고, 추궁이 이어지면 언제나 처럼 아들은 엄마 앞에서만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사전모의 실토를 할 것이다. 이 모든게 아빠의 모략인것을 눈치 채서 격노에 들어갈 것이고, 그럼 아들은 아빠의 가엽은 처지를 생각해서 병아리들을 앞세워 엄마를 진정시키면서 자칫 벌어질지 모르는 가문의 내전 진화에 애를 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카톡이 왔다는 것은 타들어가는 할망구의 속이 진정되었고, 이왕 이렇게 된것 무조건 병아리들을 위해서 꼼수를 부린 할아버지가 무한의 책임을 지라는 엄포인 것이다. 물론 다시는 사고 좀 치지 말라는 다그침이 있을 것이고, 그런 약속은 얼마든지 할 수있는 아량을 갖춘(?) 말썽꾸러기 할아버지가 바로 내가 아니겠는가?

'태리야. 세리야.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우린 (다리안 캠핑장)에서 물놀이 캠핑을 할꺼야. 할아버지 마음 너희는 알지? 벌써 보고싶어.'

‘팩 박기 지옥’이라 소문이 자자한 <브라이튼 12.3 텐트> 데크 위에 펼쳐놓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 지친다.

완전한 사이트 구축까진 아니라고 대충 세워서 펼쳐 고정 시킨다고만 해도 얼추 팩을 20개 정도는 박아 주어야 한다. 26kg이나 하는 덩치를 어기까지 들어 옮기는 것만도 버거웠는데 말이다.

거기다가 느닷없이 캠핑장 관리에 대한 원성이 절반 정도의 욕설로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다리안 캠핑장)의 이용 수칙 중에는 데크의 관리를 위해서 오로지 (오징어 팩)만 사용해 달라는 당부 조항이 있다. 나사 형태의 팩을 사용하면 방부목 데크가 손상 우려가 크기 때문에 오징어 팩 사용을 요구한다. 부득이 오징어 팩을 사용할 틈새(구멍 공간)이 부족하면 연장선을 사용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브라이튼 12.3 텐트)의 경우는 연장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바닥 부분이 그 자리에 그대로 고정되어야만 가운데 기둥을 세워 형태를 갖출 수 있는 구조다. 바닥 고정이 안되면 사이트 전체가 허공으로 들려 딸려 올라간다. 외부 고정선이야 텐트 형태가 좀 망가지나 마나 끌어낼 수 있겠지만, 바닥 고정은 확실해야만 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그런데 (다리안 캠핑장)의 데크는 설치 과정에서 그런 용도를 염두에 둔 작업 공정이 미미해서 오징어 팩 사용이 가능한 틈새를 거의 염두에 두지 않고 작업의 속도만 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인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작업을 수시로 하는 건축 분야이기 때문이다. 20개의 팩을 박는데 오징어 팩이 들어가는 곳이 딱 하나였다면, 관리자측에서 데크를 원활한 사용이 가능하게 뜯어고치거나, 아니면 오징어 팩만 사용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건 억지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오징어 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고정을 나사고리 형식의 팩으로 바꿔 박았다. 누군가가 와서 제지를하면 타당성과 근거를 가지고 대대적으로 한 판 붙을 각오를 하고 말이다. 휴양림 관리 공단을 넘어서 산림청장과 맞장 뜰 생각과 각오가 되어 있었다.(오징어 팩과 연장선을 다 줄테니까, 너희들이 여기에다 내 브라이튼 12.3 텐트를 사용 가능하게 설치해 봐. 핏이 살고 각도가 잡히기까지 바라지는 않을께. 안돼? 그럼 안내문에 브라이튼 12.3은 설치 불가라고 적어놓던가? 그리고, 오징어 팩만 써라 요구하지 말고, 어느 데크던지 똑같은 불편과 불만이 연이어 생겼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서 개선해야지, 대한민국 다른 자연휴양림 야영장과 대부분 캠핑장은 다 되는데, 왜 여기만 안된다고 하는 거야? 차라리 방부목 데크를 걷어 치우던가?)

부아가 좀 치밀었다.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태클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할아버지야. 우리가 이게 지금 뭔 짓이니?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

‘그건 나도 그런데 그렇다고 어떻하겠니? 그래도 당신은 연실 웃고 있잖아?’

‘저것들 노는 걸 보고 있는 것은 즐거우니까. 이쁘잖아? 그런데 쳐다보는 내가 슬슬 배가 고파.’

‘나도 많이 고파. 우리 단양 나가서 시장 구경 겸 먹고 올까?’

‘애들 안간데. 배도 안고프대. 그냥 물에서 논대. 방금 물어봤어.’

‘나는 부랴부랴 텐트 설치하고 나면 오후엔 밖에 나간다고 캔 맥주도 하나 안 따고 땀만 흘렸구만, 밖에도 안 나가고 밥도 안 먹으면 이적지 힘쓴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라고?

텐트와 타프를 설치했을 무렵에 이미 물어 젖은 채 올라온 우리 병아리들, 이제 옷갈아 입고 늦은 점심을 서둘러 해먹자고 통돌이까지 돌리기 시작했는데, 억지로 끌어다가 옷을 겨우 갈아입혀 놓으니까 느닷없이 ‘저희는 점심 생각 없어요’를 외치더니 물총을 챙겨 들고는 이웃의 어린이들과 물싸움하러 뛰어나간다.

이게 도대체 뉘집 아이들인지?

그럼 옷은 왜 갈아입힌 것인지?

그 유명한 단양 구경시장에 먹거리 군것질 투어도 안 가신단다. 카페산 패러글라이딩도 싫으시단다. 만천하 스카이 워크도 싫으시단다. 고수동굴도 안 가신단다.

저녁에 언니는 짜파게티면 되고, 동생은 불루베리에 방울토마토면 된단다. 더하여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만 사달란다. 나머지는 오로지 ‘지금처럼 물놀이만 실컷 하게 해주세요.’

우리 병아리들은 정말 못 말린다.

그럼 도대체 단양 캠핑장까지 뭐하러 온거지? ‘애들아. 그럼 할아버지가 정말로 오후에 운전 안해도 되는 거지?’

통돌이에 구워 낸 막창 맛이 정말 기가 막히다.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계곡에서 말아내는 소맥이 정말 환상적이다. 그러면서 은근하게 취기가 돈다.

데크에 앉아서 내다보면 C구역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녀석들이 구역을 벗어날 일은 화장실 갈 때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정도는 이제 익숙해서 걱정을 안해도 된다.

‘그래. 이 야영장 전체가 오늘 내일은 너희들 거다. 실컷 즐기려무나. 할아버지는 할머니랑 따로 놀고 있을 테니까, 매점 가고 싶어질 때 이야기하렴.’

‘할망구야. 우리 건배를 해야지? 병아리들을 겡구에게 빼앗아와서 온전히 우리꺼로 만들었잖아?’

‘뒤통수를 맞아 끌려오긴 했지만 오니까 좋네? 우리 병아리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크면 안따라 오겠지만 그래도 빨리 쑥쑥 컸으면 좋겠어.’

‘뭐 그런 앞날을 미리 걱정해?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지금 당장 이렇게 즐거우면 된거지. 겡구랑 아들도 잘 보내겠지. 난 정말로 지금이 행복해.’

‘그렇게 행복하고 좋으면 앞으로도 내가 종종 사고를 쳐도 된다는 뜻이네?’

‘개뿔. 아무데나 잘도 갖다 붙이기는, 좋기는 한데 이젠 정말로 삭신이 쑤시고 아퍼. 좋은건 맞는데 현실적으로 많이 힘이 든다고. 우리가 맨날 청춘이니? 그러니까 다음 우리 병아리들과의 계획은 좀 시간 차를 두고 천천히 하자.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씩씩하게 같이 놀아주는 거라고? 그런데 지금 나는 사방이 다 아프다니까?’

‘쳐다만 보고 있어도 아픈게 싹 낮는다면서? 우황청심환에 비타민에 보약이 저기 저렇게 눈 앞에 있잖아?’

‘쌩쌩하고 예쁜 할머니 모습으로 곁에 있고 싶다니까? 그 마음 몰라? 난 늙어 보이고 나약해 보이는 구질구질한 할머니 모습 애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그런데 이번엔 머리 손질도 못하고 염색도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끌려온 모습이잖아. 그러니까 앞으론 제발 상의하고 절차대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여행을 부탁 좀 하자고? 그게 안돼? 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 좀 해주면 안돼? 난 죽을 때까지 우리 병아리들에게만은 최고의 할머니고 싶어.’

‘접수했어.’

분위기가 다소 무겁게 가라앉을 즈음에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 지금 매점 가주시면 안될까요?’

흐메. 오늘은 너희가 할아버지까지 구해주는구나. 때~~~~앵 큐!!!!

 

 

 

 

 

 

 

 

 

 

 

 

 

 

 

 

 

 

 

 

 

 

 

 

 

 

 

 

 

 

 

 

 

 

 

 

 

 

--- 글 올리는 작업중입니다. 일과 병행하다보니 조금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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