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미국-아세안 정상회의 2
남중국해 분쟁 비판하며 '중국' 제외, 기본적 입장만 재확인하며 끝나
작성: 난파 (크메르의 세계)
미국-아세안 정상회의가 다소 미지근하게 끝났습니다. 예상됐던 다양한 주제 중 중국 제재 관련 문제가 거의 유일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캄보디아, 라오스 등 친중 국가들의 반대로 '중국'을 명시, 비판하는 내용은 싣지 못했습니다. 테러리즘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모으긴 했습니다만, 언급 수준에 그쳤습니다.
회의 폐막 기자회견은 코미디의 클라이막스였습니다. 오바마는 옆에 아세안 지도자들을 세워놓고, 남중국해 분쟁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 이들 대부분은 독재자이거나 독재적 통치를 하고 있는 지도자인데, 오바마는 이들을 불러놓고 '민주주의'와 '인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오바마는 태국의 민주주의 이양과 미얀마의 새 권력 선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쁘라윳 총리는 인신 매매, 테러리즘에 대한 대처를 자국(태국) 법의 테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소 애매한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의 도움은 감사하지만 태국은 이미 수많은 중국인 망명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뻔한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의 정상회의 결과에 중국의 반응은 매서웠습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다,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늘 신화통신은 오는 9월 중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양측 대화관계 구축 25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세안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알력 다툼이 조금씩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아세안의 양측 교역액은 4천722억 달러(577조 원)로 미국과 아세안의 교역규모 2천540억 달러(310조 원)를 상회합니다. 전편에도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중국은 아세안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리적 인접성, 중국 개입의 역사와 문화적 동질성, 일당제 공산당 질서 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눈여겨봐야겠습니다.
이 정상회의의 꽃은 바로 사진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 독재자들이 남가주의 따뜻한 햇빛을 배경으로 한 데 모여 셀카를 찍고, 오바마와 함께 서니랜드 정원을 거니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될 만 합니다. 사진 몇 장을 올리며 브리핑을 마칩니다.
왼쪽부터 싱가포르 총리 리셴룽, 캄보디아 총리 훈 센, 베트남 총리 응우엔 떤중, 라오스 부총리 통론 시솔릿 (출처: 리셴룽 페이스북)
왼쪽부터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 태국 총리 쁘라윳 찬오차, 라오스 대통령 촘말리 사야손, 말레이시아 총리 나집 나작,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싱가포르 총리 리셴룽, 필리핀 대통령 베니뇨 아키노 (출처: Bloomberg)
발언 중인 오바마 (출처: Reuters)
회의 중인 정상들 (출처: 리셴룽 페이스북)
기념 사진 촬영 중인 정상들 (출처: AP)
서니랜드 센터 앞에서는 몽족, 태국, 캄보디아 계의 독재 반대 시위가 열렸다. (출처: @TDSbrettke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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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시간 16.02.18 참 코메디군요..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 정도 빼고는..
아주 각종 독재자들의 전시장이네요..
상속형 독재자(싱가포르),
쿠데타 군부독재자(태국, 미얀마),
공산당 독재자(베트남, 라오스),
앵벌이 자수성가형 독재자(캄보디아) 등등...
아주 가관이네요.. ㅎㅎㅎ -
작성자목수 작성시간 16.02.19 훈센은 베트남의 꼭두각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지도자라는 표현이 너무나 가슴에 팍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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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시간 16.02.19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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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bigbear 작성시간 16.03.01 앵벌이 자수성가형 독재자(캄보디아)
표현이 재밋네요 -
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시간 16.03.01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