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로이터 통신(Reuters) 2016-10-21 (번역) 크메르의 세계
[르뽀] 태국 국왕 사망 : 북부 및 북동부 지방 상황 - 고요 속의 기다림
Thailand's opposition heartland shelves politics to mourn king
취재 : Robert Birsel
(사진: REUTERS / Athit Perawongmetha) 방콕 왕궁 앞의 추모객. 2016-10-20.
(컨깬) --- 태국 북동부의 초록빛 쌀농사 논 평야지대에 흩어진 마을들은 원래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 및 친-탁신 '레드셔츠 운동'(UDD)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도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을 추모하기 위해 정치를 잠시 내려놓았다.
향년 88세의 푸미폰 국왕은 지난주 목요일(10.13)에 사망했다. 그는 여러 세대 동안 태국 내 모든 정치 세력들에데 호소력을 지닌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여겨져왔다.
해외에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국왕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긴 했지만, 그 밖의 다른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컨깬(Khon Kaen)의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이동통신 재벌 출신의 탁신은 아무런 메세지도 보내오지 않았다고, 전직 레드셔츠 활동가는 밝햤다.
"모든 지도부가 사라졌다. 새로운 소식도 듣지 못한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전직 활동가는 본 통신이 인터뷰한 다른 두 명의 소식통과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했다. 그것은 정치적 소요를 막기 위해 도입된 가혹한 보안법을 두려워해서였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탁신은 국왕이 사망한 이후 심지어 논평조차 들어볼 수 없었다. 친-탁신 정당 소속 전직 국회의원 암누워이 끌랑파(Amnuay Klangpa) 씨는 당국의 보안조치 강화로 탁신과의 연락조차 어렵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지지자들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심지어는 우리들(=지도부)끼리도 만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잉락 전 총리에게 부과된 1조원의 벌금
금요일(10.14)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전 총리는 발언을 통해, 2014년 5월의 쿠데타를 통해 자신의 정권을 실각시킨 군사정권이 그녀의 자산을 동결하고 350억 바트(한화 약 1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데 대해 맞서 싸우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벌금 부과는 잉락이 총리 재임 시절 실시했던 쌀수매 정책(영농 보조금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서, 당시 잉락의 비판자들은 이 정책이 출혈성 정책이라고 비난했었다.
쌀수매 정책은 농민들로부터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쌀을 수매하는 것으로서, 잉락 정부의 주요 정책이었고, 그녀가 2011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는 데도 도움이 됐다. 탁신 전 총리 역시 2006년 9월의 쿠데타로 실각하기 전까지 유사한 정책을 실시했었다. 잉락 전 총리는 금요일 발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에 대항할 것이다."
분석가들은 군정의 자산동결 조치가 잉락 및 탁신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쭐라롱꼰 대학'(Chulalongkorn University) 정치학과의 티띠난 퐁수티락(Thitinan Pongsudhirak)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조치는 군사 쿠데타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은 탁신 가문의 도전을 두 번 다시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군사정권은 2014년 쿠데타가 몇 달 간 시위에 시달리던 상황에 안정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쿠데타가 친나왓가(家)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부인하고 있다.
왕세자의 왕위계승
태국 정부는 일 년 동안 푸미폰 국왕의 추모기간을 갖는다고 선언했다. 컨깬의 거리 시민들도 모두가 검은색이나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이러한 색깔들은 불교국가 태국에서 조의를 표현하는 색깔이다. 탁신의 지지자들은 추모기간 중 정치활동과 정치적 휴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군사정권이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2017년 말 총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본 통신이 만난 두번째 레드셔츠 조직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도발적 성향을 지닌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양심을 가졌다. 우리는 혼돈을 원하지 않는다."
탁신은 귀국할 경우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살아야 하는데,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유죄판결이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농업보조금 정책 등 빈곤층 친화적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북동부 및 북부 지방의 농촌에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방콕의 기득권층은 탁신이 농촌 유권자들을 매수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한 부패형 포퓰리스트라면서 그를 경멸한다.
푸미폰 국왕의 70년 치세가 끝나면서, 지난 10여년간 이어져온 군사 정권을 필두로 한 기득권 세력과 탁신의 세력 사이의 투쟁에 우려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군사정권은 마하 와치라롱꼰(Maha Vajiralongkorn: 1952년생) 왕세자가 보름 동안의 추모 기간이 지난 후 즉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공식적인 대관식은 일년 후 국왕의 다비식(화장 의례)이 끝난 후에야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96세인 '추밀원'(국왕자문기구) 의장 쁘렘 띠나술라논(Prem Tinsulanonda: 1920년생) 장군이 '임시 섭정'에 임명됐다.
태국의 학계와 분석가들 사이에선, 왕세자의 즉위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왕위계승 절차가 정부측 발표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잔류된 상태"
탁신 및 그의 정당들은 2001년 이후 태국에서 실시된 모든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총리들의 해임과 여당의 해산 명령을 내렸고, 친탁신 시위대는 가두시위 중 총격을 받고 사망하거나 체포당했다.
2010년 탁신 지지파는 대규모 시위로 방콕을 마비시켰는데, 그들은 붉은색 깃발을 꽂은 버스와 트럭들을 타고 북부 및 북동부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친-기득권층 성향의 정부를 몰아내고 탁신이 정당하게 차지하고 있던 권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방콕 시내를 장악하고 대치했다.
하지만 이들 재야세력은 이제 군부에 의해 제압당한 상태이다. 방콕에 거주하는 태국 군주제 전문가 데이빗 스트렉퍼스(David Streckfuss)는 '레드셔츠 운동'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들은 더 이상 조직적 능력을 갖지 못한 채 잔류된 상태이다."
[국제 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군사정권의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사람들 수백 명이 임의적 구속을 당하거나 기소절차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컨깬 지역 변호사 분용 깨우파이녹(Boonyong Kaewfainok) 씨는 그 동안 '레드셔츠' 인사들의 변론을 맡아왔는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불만이 있다. 하지만 그나마 조용한 게 더 낫다."
많은 태국인들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국왕을 추모하는 중이지만, 레드셔츠 활동가들은 슬픔을 공유하는 일이 국민화합을 이룩할 수 있을지에 관해 의문을 표시했다. 본 통신이 두번째로 인터뷰했던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슬픔이 정치를 함께 가져오진 못한다. 국민화합을 위해선 선거(총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완취재: Amy Sawitta Lefevre 및 Cod Satrusayang / 편집: Bill Tar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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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화면 : "[기사목록] 2016년 태국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