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컬럼 및 특집

[(번역)][칼럼] 태국 입법회의 잉락 전 총리 탄핵 청문회와 파괴되는 법치주의

작성자울트라-노마드|작성시간15.01.19|조회수245 목록 댓글 1

 

 

(출처) 호주국립대학(ANU) 온라인 저널 <New Mandala> 2015-1-15  (번역) 크메르의 세계

 

 

 

[칼럼] 태국 입법회의 잉락 전 총리 탄핵 청문회와 파괴되는 법치주의

Impeaching Yingluck Shinawatra

 

 

 

(사진: Reuters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입법회의의 탄핵 청문회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고 : 켐텅 똥사꾼룽르엉 (Khemthong Tonsakulrungruang: 태국 헌법학자)

 

 

지난주 금요일(1.9)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전 태국 총리가 [군사정권의 의회 격인] '국가 입법회의'(NLA)에서 진행 중인 자신에 대한 탄핵 청문회에 출두하여 증언을 했다. 최종적인 결과는 1월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역주: 1월23일[금]로 예정됨).

 

많은 관찰자들에게는 군사정권이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친나왓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핵 절차는 태국의 엘리트 기득권 세력이 일련의 사법적 괴롭힘을 하는 과정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일 뿐이다. 입법회의는 예단을 가진 상태에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법치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입법회의는 과연 어떤 입장에서 잉락을 제거하려 하는가? 지난 14개월 동안, 잉락은 [수꼴 시위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하원(=국회)도 해산한 바 있고(=총선실시), 헌법재판소로부터 총리 해임 판결도 받았고, 결국엔 쿠테타로 인해 실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입법회의가 아무런 정치적 직위도 없는 여성에게 탄핵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그들의 궁극적 목표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탄핵'(impeachment)이라는 것은 매우 독특한 처벌이다. 그것은 선출직 정치인이나 고위 관리들을 단순히 제거하는 것 뿐만 아니라, 향후 5년 동안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마도 이번 탄핵 절차의 진짜 목적은 후자일 것이다.

 

입법회의 그 자체가 당파성을 지닌 기구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 탄핵 절차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것처럼 보인다. 잉락의 운명을 결정할 입법회의 의원들은 군사정권이 임명한 이들로서, 대부분 그녀의 적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결코 비밀이 아니다. 여타 탄핵 대상자들과 동일한 행동을 한 것이었지만, 심지어 한 입법의원은 잉락이 입법회의에 출두해 발언을 낭독하는 것조차 비판했다.

 

하지만 입법회의가 편향적이라는 것은 입법회의의 공식적인 탄핵 절차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2014년 군사정권이 선포한 <과도헌법>(Interim Charter)은 탄핵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입법회의는 <2007년 헌법> 조항으로부터 사법적 권한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2007년 헌법>은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권이 이미 폐기시켜버린 것이다. 따라서 잉법회의가 <과도헌법>이 규정한 범위마저도 벗어나서 행동하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과도헌법>에 탄핵에 관한 조항이 없다는 것은 이번 탄핵이 군사정권의 원래 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은 일이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입법회의의 이번 탄핵 절차는 군사정권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군사정권 자체의 칭송을 받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번 탄핵 청문회는 특히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녀야 할 여타 정부 기관들의 고발 내용 역시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잉락 전 총리에 대한 탄핵은 정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겨줬던 쌀 수매 정책 관련 부정부패 혐의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국가 부패방지위원회'(NACC)가 그녀를 부패 혐의로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잉락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실체적 증거를 내놓고 기소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대신 NACC는 증거 규준이 덜 까다롭고 결정 규준 역시 보다 자의적일 수 있는 [입법회의를 통한] 탄핵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탄핵을 위해서는 굳이 유죄 판결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수꼴 정당인] 민주당 정권의 유사한 쌀 보조금 정책에 관해 NACC가 무관심했던 것과 비교하면, NACC가 잉락 전 총리 건에 관해 기울이는 노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NACC는 오랜 기간 부진한 후에 2011년 대홍수 때문에 대부분의 증거들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수사를 중단한 바 있다. 편향적이고 무능한 NACC는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를 했다가 사건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것인데, 탄핵은 그들에게 이상적인 해법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적의원 절반을 선거로 뽑았던 상원의회에서는 약한 증거들을 제시했음에도 탄핵에 필요한 5분의3 찬성을 얻어내지 못했던 역사적 전례가 있다. 솜차이 웡사왓(Somchai Wongsawat) 전 총리와 너빠돈 파타마(Noppadon Pattama) 전 외무부장관의 사례가 바로 그러하다. 솜차이 웡사왓 당시 총리는 [왕당파 수꼴 세력인] '옐로셔츠 운동'(PAD)의 반정부 시위 도중 2명이 사망한 사태와 관련하여 폭력적인 강제진압을 명령했다는 혐의로 고발됐었다. 그리고 너빠돈 전 장관은 캄보디아와 공동으로 서명한 코뮤니케가 태국의 영토 주권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명목으로 고발됐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무당파인 현재의 입법회의가 잉락 전 총리에 대한 탄핵을 가결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잉락이 피해나갈 가능성은 암울해보인다.

 

예견되는 미래에 탄핵은 더욱 자주 이뤄질 수도 있다. <과도헌법>은 탄핵당한 정치인 및 관료들은 평생동안 정치활동이 금지된다고 규정했다. [현재 활동 중인] '헌법 초안위원회'(Constitution Drafting Committee)의 계획을 보면, 새로운 헌법은 2가지 방식으로 탄핵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만일 탄핵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5분의 2만 찬성하여 부결되더라도 선거인 명부에 탄핵 대상자였음을 명기하여 공개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은 그 어느때보다 손쉽고도 치명적인 수단이 돼, 정치적 야당을 괴롭히는 데 사용될 것이다. 군사정권이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것과는 모순되게, 아마도 군사정권이 새로 공포할 신 헌법은 더욱 큰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쌀수매 정책이 경제적으로 지속불가능한 정책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잉락 전 총리에 대한 정책적 책임은 총선에서의 투표결과로서 그 신임 여부를 물어야만 할 일이었다. 견제와 균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정치에서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법회의가 탄핵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입법회의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에 위험한 게임을 펼치고 있다. 입법회의가 잉락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게 된다면, 친-탁신 세력의 분노를 더욱 깊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일단 탄핵 청문회가 시작된 이상, 입법회의가 반-탁신 성향 지지자들의 분노를 감내하지 않는 한 잉락을 봐줄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의 결과는 잉락의 운명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회의 그 자신들의 운명까지도 함께 결정할 수 있다.

 

친나왓 가문의 정치적 미래 혹은 정권의 인기도에 이번 탄핵 청문회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와 상관없이, 입법회의의 자의성이 태국의 다른 모든 법률 및 공적 기구들의 적법성을 계속해서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탄핵 결과는 법치주의를 더욱 파괴할 것이다. 현재의 입법의원들이 임기를 마치고 떠난다 할지라도, 한번 손상된 일의 유산은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다.

 

 

 

 

* 상위화면 "[기사목록] 2015년 태국 뉴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19 태국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것이죠..

    쿠테타에 제대로 저항도 안 하면서,
    이런 "소소한" 법치주의 판괴에 분노하거나 비판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국의 대선부정 사건이 바로 그런 문제에 해당하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