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론] 디자이 및 토스팅 : 힙합에 영향을 준 자메이카 특유의 보컬 형식
1. 디자이 * 주의 : '디자이'(Deejay: DJ)와 '디스크 자키(디제이)'(disc jockey: DJ)를 혼동해선 안 된다. '디자이'(Deejay 혹은 DJ)는 자메이카 음악의 '레개'(reggae, 레게)나 '댄스홀'(dancehall) 장르에서 [특정한 반주음악] 연주인 리딤(riddim)에 맞춰 노래를 하거나 "토스트를 하는"(toast: 아래 내용 참조) 뮤지션을 일컫는 용어이다. 자메이카 음악의 '디자이'를 힙합(hip-hop) 같은 여타 장르에서 음악을 선곡하고 틀어주는 디스크 자키(disc jockey, '디제이'[DJ])와 혼동해선 안 된다. '댄스홀'이나 '레개' 장르의 경우, [반주음악인] 리딤들을 선곡해 틀어주는 DJ들은 '셀렉터'(selector)라고 불린다. 그리고 디자이들 가운데 [토스팅(toasting)보다] 노래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는 디자이들을 때때로 '싱자이'(singjay)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자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활동하던 셀렉터들 가운데 일부의 행동 양상에서 유래했다. 대표적인 인물들로서 유로이(U-Roy: 1942~ )나 킹 스팃(King Stitt: 1940~2012) 같은 이들은 당시 유행하던 레코드판을 출시하면서, '버전 면'(version side)이라 불리는 앞면에 자신들의 토스팅을 집어넣곤 했다. 레코드 회사들은 이 노래들을 [1분당] 45회전 레코드판(45 record)에 수록하여 출시했는데, 그 뒷면에는 해당 노래들의 반주용 경음악(=리딤)이 수록됐다. 이러한 방식은 디자이들로 하여금 그 연주음악에 임기웅변식의 가사를 붙여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이들의 토스팅을 탄생시켰고, 그때부터 '디자이'란 명칭이 그 같은 방식으로 사용됐다.
2. 토스팅 '토스팅'(toasting)은 '채팅'(chatting)이나 '디자잉'(deejaying)이라고도 불리며, 앵글로-카리브해(Anglo Caribbean: [역주] 카리브해 지역 중 영어권) 내의 여타 지역에서는 '랩'(rap)이라고도 불린다. '토스팅'은 '디자이'가 특정한 리듬(rhythm)이나 비트(beat)에 맞춰 주로 단선율로 토킹(talking: 말하기)이나 챈팅(chanting: [역주] 리듬감 있는 읊조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볼 때, '토스팅'의 방법은 카리브해 지역의 칼립소(calypso)나 멘토(mento) 같은 음악 장르처럼 그리오(griot: [역주] 본래는 서-아프리카 전통으로서 전승시인, 이야기꾼, 뮤지션 등) 전통에서 유래했다.(주1) '토스팅'의 가사는 사전에 작성된 것일 수도 있고, 즉흥적인 것일 수도 있다. '토스팅'은 아프리카 계통의 다양한 전통들에서 사용된다. 드럼 비트에 맞춰 챈팅을 하는 '그리오' 챈팅에서부터, 미국 음악의 여러 형식들 및 스카(ska), 레개, 댄스홀, 덥(dub) 같은 자메이카 음악 장르들에서 사용된다. 또한 [트리니다드 토바고(Trinidad and Tobago)의] 소카(soca)와 [도미니카 연방(Dominica)의] 부욘 뮤직(bouyon music)에서도 '토스팅'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토킹과 챈팅을 결합시킨 흑인들의 '토스팅' 구전전통이 '힙합' 음악의 엠씨잉(MCing: '래핑'[rapping])에 영향을 주었다. 노래(singing)와 토스팅을 결합시킨 형식은 '싱자잉'(singjaying)이라고 불린다. '디자이 토스팅'을 발전시킨 인물은 1950년대 말의 카운트 맷추키(Count Matchuki: 1939~1995, 우측사진)였다.(주2) 그는 미국 라디오 방송들에서 디스크 자키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토스팅'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미국 알앤비(R&B: 리듬 앤 블루스) 음악들을 선곡해 틀어주면서 미국 흑인들의 자이브 토크(jive talk: [역주] 미국 흑인들의 영어 사투리 억양)를 흉내내려 했다. 카운트 맷추키 같은 디자이들은 유랑식 가두파티 흥행조직인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에서 활동하면서, 최신 유행곡들을 틀어주는 가운데 자신들의 토스팅이나 보컬을 그 음악에 첨가하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토스트들은 코메디(=만담), 자기 자랑식의 입담, 절반쯤 노래 같은 리듬, 리듬을 타고 들어가는 챈팅, 비명, 외침, 리듬에 맞춘 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주3) '킹 터비'(King Tubby)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오스본 루독(Osbourne Ruddock: 1941~1989)은 자메이카의 사운드 레코딩 엔지니어로서, 보다 보컬이 덜 들어간 리듬 위주의 반주 트랙들을 제작했다. 그것은 '덥 플레이트'(dub plate)라 불리는 플라스틱 레코드판에 담긴 것으로서, 보컬이 들어 있지 않고 에코나 음향 효과들이 가미된 것이었다. 디자이들은 그의 트랙들을 "토스팅"을 하는 데 사용했다.(주4)
(동영상) 서 로드 코믹(Sir Lord Comic)과 카운트 맷추키가 실제 야외 파티에서 '토스팅'을 하던 모습을 기록한 동영상.(연대 미상) 특히 서 로드 코믹은 '토스팅' 발전사에서 가장 최초로 활동한 디자이 중 한명이었다. 1960년대에 활동한 토스팅 디자이들 중에는 유로이(주5)와 데니스 알카포네(Dennis Alcapone: 1947~ )가 있다. 데니스 알카포네는 자신의 토스팅 속에 '갱스터 토크'(gangster talk: 조폭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삽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970년대 초의 토스팅 디자들로는 아이로이(I-Roy: 1944~1999, 그의 예명은 유로이를 존경하는 의미로 지은 것)와 딜린저(Dillinger: 1953~ )가 있다. 딜린저는 유머스러운 토스팅으로 유명했다. 이 시기에는 빅 유스(Big Youth: 1949~ )가 큰 인기를 얻었고 <스크리밍 타겟>(Screeming Taget: 1973년 발매), <드레드락스 드레드>(Dreadlocks Dread: 1975년 발매), <내티 컬추럴 드레드>(Natty Cultural Dread: 1976년 발매) 등 3장의 앨범은 대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말에는 트리니티(Trinity: 1954~ )가 인기 있는 토스팅 디자이였다. 1980년대에는 최초의 디자이 토스팅 듀오 미시간 앤 스마일리(Michigan & Smiley)가 등장했고, 자메이카 바깥에서도 토스팅이 발전돼나갔다. 영국에서는 파토 밴튼(Pato Banton: 1961~ )이 자신의 뿌리인 카리브해 지역 문화를 탐색하면서, 풍자적이고 정치적인 토스팅을 보여줬다.(주3) '제2차 스카 물결'(Second Wave)이라고도 불린 투톤(2 Tone) 장르의 밴드 '더 비트'(the Beat)의 멤버 랭킹 로저(Ranking Roger: 1961~ )는 스카, 팝(pop), 그리고 약간의 펑크 락(punk rock)적인 요소가 가미된 음악에 자메이카식 토스팅을 첨가하기도 했다. 리듬을 타고 들어가는 미국 흑인들의 보컬 토스팅 운율도 자메이카의 토스팅 및 '댄스홀' 장르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주3) 예를 들면, 자메이카 출신으로서 미국 '힙합'의 개척자인 디제이 쿨 헉(DJ Kool Herc: 1955~ )이라든지, 힙합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멤버 파이프 독(Phife Dawg: 1970~ ) 같은 이들이 그에 해당한다. 자메이카의 디자이 토스팅은 정글 뮤직(jungle music)과 유케이 개러지(UK garage: UKG) 등 여러 형태의 댄스음악들에도 영향을 주었다. 자메이카 '댄스홀'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토스팅의 영향을 받은 보컬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세계 팝음악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한 이들로는 샤바 랭크스(Shabba Ranks: 1966~ ), 샤기(Shaggy: 1968~ ), 레이디 소(Lady Saw: 1972~ ), 션 폴, 테러 패뷸러스(Terror Fabulous: 1974~ ),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의 막내 아들] 데미안 말리(Damian Marley: 1978~ ) 같은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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