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트위터에서 공론화돼버린 개인적인 문제(전기가오리 주최 언어철학 스터디 모임 강제퇴출 건)와 관련하여, 저의 의견을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 논란은 트위터 상의 해당 글타래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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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오리 운영자께서 제가 요구했던 2번째 메일을 보내오셨기에, 이에 대한 저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합의된 팩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제가 전기가오리의 언어철학 모임에 선발과정(=번역시험)을 거쳐서 들어갔고,
(2)두 번의 모임 후 이메일로 퇴출 통보를 받았다.
운영자도 이번 메일에서 이 점은 사과했습니다.
이번 메일에서 운영자는 제가 요구한 모임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운영자와 저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 5인 중, 제가 퇴출된 후에 "근무지 이동"과 "스스로 실력미달을 느껴" 자진탈퇴한 분 등 2명이 나갔고, 한분은 여행 중이라면서, 두 사람의 의견서를 첨부하셨는데, 그 중 1건은 이미 앞선 트위터 대화에 나타났던 내용입니다.
물론 첨부된 2건의 의견서 역시 그 본인들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제가 확인할 길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 분들이 직접 작성한 의견서라고 잠정적으로 인정했을 때, 이번 이메일 전체가 제시한 퇴출 이유를 요약하면,
“쓸 데 없는 발언을 많이(20~30분)하여 진행을 방해했다”
는 것으로서(물론 저는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만),
앞의 트위터 멘션에서 말했던 “공동 작업에 어울리지 않은 일련의 행동”이란 표현과는 어감상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저는 “쓸 데 없는 발언을 많이(20~30분)하여 진행을 방해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1)두 번의 모임 모두 예정된 시간보다 약간 초과된 시간에 예정된 진도를 모두 나갔으며,
(2)최초 퇴출통보 메일에 제시된 퇴출이유와도 다르며, (최초 메일에선 "다른 구성원 미존중/좁은공간 사용 시 예절이 부족"으로 돼 있었는데, 이 역시 저는 인정 못합니다만)
(3)운영자가 구성원 상호 소개도 안해준 상태에서 운영자 외에는 한사람이 20~30분 떠들 분위기도 아니었기때문입니다. (제가 한 정도의 발언도 불가하다면, 처음부터 “운영자에 의한 강의와 해설”이란 점을 모집안내에 명기했어야 할 것입니다)
8월2일 수요일 오후 7시55분에 제가 직접 스터디모임 장소(=운영자 자택)을 찾아간 것도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상호간 연락 자체가 사실상 차단당한 시스템이므로, 직접 방문 외에는 연락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운영자가 주도하는 여타 모임들은 어떠한 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참가했던 "전기가오리 주최 언어철학 모임"은 소규모의 선발된 구성원들끼리 하는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저에게는] 회원 상호간 서로의 신상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연락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정도면 리더를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점조직입니다.)
저의 방문 사실 역시 마치 스토킹 행위처럼 왜곡하는 경향이 있어보이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저는 "스터디 모임 장소"를 스터디 시간에 맞춰서 찾아간 것이지, "운영자의 자택" 방문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그래서 스터디 모임 시간인 "2시간 동안" 주변 카페에서 기다린 것이지, 운영자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아마 이때 만남이 성사됐으면 트위터에서 공론화되는 일도 피할 수 있었겠지요.)
다만 "스터디 모임 장소"가 "운영자 자택"과 동일장소인데, 그 상황은 제 능력 내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이를 빌미로 제가 마치 무슨 스토킹이나 한 것처럼 표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6월23일 퇴출통보를 받은 후 즉시 이견을 담은 답신 메일을 보냈고, 다시 한달 간 이 문제를 검토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7월 마지막주 모임 때 방문하려 했으나, 운영자가 트위터 공지를 통해 "7월 마지막주에는 모든 모임이 휴가"임을 공지하였기에, 8월 첫째주 모임에 방문한 것입니다. 운영자는 때마침 발생한 전기가오리 관련 또 다른 논란과 제 문제가 관련이 있는 것처럼도 표현하는 바, 저는 또 다른 사안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이번에 보내온 메일에는 "피해자 코스프레"란 표현도 등장했습니다만, 저는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자"가 아니라 갑작스런 퇴출에서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는 "피해자"입니다.)
제가 퇴출통보 후 한달 간 숙고 끝에 전기가오리 언어철학 모임 장소를 재방문한 것은 크게 다음의 이유가 있습니다.
(1)불시 퇴출 및 퇴출 형식에 대한 개인적 억울함과 분노의 전달,
(2)이런 방식의 퇴출과정이 존재함을 다른 구성원에게도 알리는 것,
(3)분석철학에 애정을 가진 매니아로서, 스터디 방식 및 학문에 관한 진지한 대화
(1)번은 이미 전달됐을 것이고, 트위터 상의 공론화로 인해 (2)번의 목적도 일정 부분 달성됐기에,
이제 (3)스터디 방식과 학문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전기가오리 주최 언어철학" 모임에 참가한 것은, 분석철학이란 학문분야가 인지과학/인공지능 분야와도 밀접하고 세계적으로 철학의 주류 분야임에도 불구하고(영미의 경우 철학과 커리큘럼이나 교수 수 면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 한국에서는 마이너 분야가 돼 있는 현실(심지어 분석철학 전공 교수가 없는 철학과도 존재함)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해당 모임이 생겨서 반갑기도 하여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참가했습니다.
제가 목격한 전기가오리 언어철학 스터디 구성원들은 영어 실력들이 출중하여 번역작업에는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만, 20세기 초중반에 태동한 분석철학은 바로 그런 “진도나가기” 식 철학적 태도를 경계하며 언어와 개념의 철학적 분석에 집중하였기에, “언어철학”이 바로 초창기 분석철학의 주요한 부문이 됐던 것이지요.
그러한 언어철학 스터디에서, 정당하게 제기됐어야 할 개념 상의 간단한 토론조차 허용이 안 된다면, 언어철학 “스터디”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운영자께서는 심지어 제가 번역어 선례와 관련하여 언급한 <현대분석철학>(M. K. 뮤니츠, 박영태 역)에 관해 (운영자가 읽어보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올드한 책"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상호 소개 시간도 없는 상태였는데, 제 나름대로는 운영자를 제외한 참가자 중 유일하게 발언에 참가하여, 경직된 분위기 해소에 일조를 하고자 하는 호의적 마음도 있었다는 점도 밝혀둡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가오리 운영자가 토론보다는 번역 행위 자체에만 더욱 치중하려 했다면, 스터디 멤버 모집과정에서 “스터디 모임”의 형식보다는 “번역문 검토 모임”이라는 점을 더욱 명확히 천명했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 모집요강은 2가지가 혼재된 내용이었지요.
아울러 20~30대 구성원들이 주축인 모임에서, 오십 먹은 중년남성이 참가해서 스터디의 그래픽적 모양새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제 자신도 했던 바, 차라리 “아저씨는 나가 주십시요”라고 솔직히 말해주셨다면, 아마도 이 정도 분란은 없었겠지요.
2번째 스터디 시간 중에 운영자께서 저에 대한 호칭으로서 “★★ 아저씨”라는 풍자적(?) 호칭을 최소 2회 이상 사용해주셨는데, 그런 행위를 포함하여, 퇴출이유도 개인의 인격이 손상될 수도 있는 모호한 이유를 들고나왔기에, 제가 마음의 상처를 많이 안고 떠나간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세상엔 학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존중입니다.
저 역시 논술을 통해 정회원을 선발하는 국제관계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바로 이 글의 게시장소). 하지만 자진 탈퇴가 아니라, 부득이 정회원을 강제퇴출시킬 때는(9년 동안 단 1차례), 정회원 총회를 소집하고 해당 개인의 반론권을 보장하며, 운영자인 저조차 그 결과를 따르며, 부득이 헤어질 경우에도 전화 및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상호간 마음의 상처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저는 지금도 만 20세 남녀 멤버들까지 포함된 크루들과 정기적인 공연을 하는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프로페셔날 크루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곳에선 경력이나 나이 같은 것으로 권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구성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저는 나이로는 최연장자입니다만 음악적으로 앞서 있는 멤버들로부터 항상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곤 합니다. (안 그러면 벌써 잘렸겠지요.)
제 기억으로는, 제가 "전기가오리 언어철학 모임"에서 나이를 앞세워 타인을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은 적 역시 단 한번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제가 정말로 그런 권위주의적 모습을 보였다면, 운영자 님께서 제에게 이메일 한 통으로 퇴출을 통보하는 일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제가 생각한 바를 모두 피력했지만, 저는 여전히 분석철학을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전기가오리의 언어철학 번역활동이 소정의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추후 전기가오리가 더욱 진지한 학술공동체로 탄생하는 데 있어서, 저의 의견도 작으나마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