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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핵 사고 70주년을 맞아

작성자난파|작성시간15.08.06|조회수584 목록 댓글 2


 크메르의 세계 회원 여러분, 오랜만에 찾아뵙는 난파입니다. 원래는 하노이 벌목 계획에 대해서 후속 글을 쓰려고 했지만 생계에 치이면서 영문을 번역할 시간이 없어 해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던 인도차이나던 날이 무지 덥습니다. 모쪼록 여러분 모두 이번 여름 별 탈 없이 잘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8월 6일입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기리는 날인데요. 그에 대해 핵 사고 70주년을 맞아 메모 형식의 글을 써봤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기억하고자 제 블로그(nanpaexe.egloos.com)에 올린 원문 '핵 사고 70주년을 맞아'를 올립니다.



핵 사고 70주년을 맞아


1945년부터 현재진행형인 핵 사고 70주년을 기리며 메모 몇 가지를 남긴다.


#1




 오늘은 2015년 8월 6일이다. 1945년 8월 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70년이 지났다. 히로시마 투하 이후 8월 9일에 나가사키에도 폭탄이 떨어졌다. 모두 아는 사실이겠지만 8월 6일로부터 일주일하고도 이틀 뒤 조선은 해방을 '맞는'다. 그러나 미국이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덕에 조선이 해방됐다는 말은 순 거짓이다. 이미 태평양 전쟁의 전세는 기울어졌고, 가해자 미국과 피해자 일본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굳이 그 폭탄을 쏘지 않아도 일본은 '엘리 (eliminated ;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본진 전멸 상황을 뜻하는 은어.' 직전이었다. 

 두 번의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16만, 나가사키에서 7만 4천 명이 피폭됐다. 각각 도시 인구의 1/3, 1/4에 달한다. 두 도시는 군수도시이자 요충지인데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였다. 그리고 여기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되어 있었다. 히로시마에서 5만, 나가사키에서 2만 명이 피폭됐고 그 중 각각 3만, 1만 명이 피폭사했다. 

 강제 징용은 마을, 도시 단위로 이루어졌다고 일본에서 피폭당한 사람들 중에선 경상남도 합천 사람이 많았다. 일제의 패전 선언 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1974년 조사한 합천 지역 생존자는 약 3천 8백 명. 이들만 아니라 이들의 2세까지 핵으로 인한 고통을 받아왔다. (반핵운동가 김형률의 이야기가 피폭자 2세 중에서 잘 알려져있다.) 이 4만 명의 피폭자와 이들의 2세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조약에서는 아무 것도 논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70년이 지나도록 면피 행위인 실태조사는 커녕 피폭 사실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
 
#2




 최근 이란이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핵무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구 상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하나 준 것은 다행인 일이다. 근데 어제 미 공화당이 의회에서 이란 핵 합의를 거부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란이라는 테러리스트 국가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이스라엘의 총리도 이란 핵 합의는 중동에 핵 군비 경쟁을 불러일으킬 나쁜 합의라며 미국 내 유대인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란 핵 합의의 뒤엔 ⓐ이란에 가해진 경제제재 해소의 건과 ⓑ공적 IS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구도가 얽혀있다. 공화당의 반발 논지는 대표적으로 ⓐ이란은 협상 중에 러시아와 지대공 미사일 구매 계역을 체결했다는 것과 ⓑ공적 IS 퇴치는 협상이 필요 없으며, 이란은 '제재'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우방 미국이 숙적 이란과 '협상'을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골칫거리다. 나아가 이 이슈에는 이렇게 정리한 것 이상의 문제(유대인 그룹의 행보, 미국 대선, 국제 환율)가 산재되어있다.

 그럼에도 하원의 거부 결의안 발의는 레임덕 없이 깔끔한 오바마 정부의 임기 종반을 흔들려는 시도일 뿐 통과되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워보인다. 오바마는 인기가 좋고, 그에겐 거부권이 있기 때문이며 미국 의회의 리듬 상 이것이 실제로 빅 이슈가 되었을 때 오바마는 대통령이 아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지금까지의 단편극에 술렁거리며 한국은 출렁거린다. 휴전선 이북의 악의 축 북한 때문이다.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규모와 상관없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이 좁은 반도에서 큰 문제다. 오늘 ARF 외교장관회의도 있고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란 핵 합의 사례(사실 이 사례로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이야기는 설득력있지는 않은데 이 주변에는 '이이제이' 할 IS같은 존재가 없기 때문다.), 그간 북한의 떼쓰는 이력을 들춰봤을 때 미국의 큰 제스쳐 없이 이 문제는 늘 도돌이표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외교적으로 도돌이표를 그리는 동안 북한은 열심히 '인민'의 고혈을 짜내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럼 미국의 현재 대응은 어떤가?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이것은 엄청 위험한 일이며 필요시 정밀타격까지 가능하다고 태평양사령관의 입을 통해 수 차례 이야기했다. 그러나 미국은 1960년대까지 자국의 사막이나 '태평양'에다 무려 235차례의 핵실험을 해왔다. 일본 열도에 실제로 폭탄을 쏜 미국의 핵이 정의의 핵이 될 이유는 역사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없다. 아톰같은 정의의 핵은 없다. 이란과 북한을 두고 벌어지는 지난한 외교전이 핵무기의 실용성이 힘의 논리를 실제로 증명하는 외교카드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스스로 핵무장을 포기함으로 전 세계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3

 인류는 수차례 대형 핵 사고를 경험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는 급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이를 해결하려던 안전원의 부주의와 조작 실수가 문제였고,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실험 중 발생한 사고였으며,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규모 9.0의 지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가 원인이었다. 그 외에 경미한 고장부터 발전 중단, 누출 사고, 화재, 처리시설 사고까지 포함하면 이미 인류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모든 핵과 관련된 장소에서 모든 종류의 핵사고를 경험한 셈이다. 그리고 단기적인 발전 중단을 포함한 매우 경미한 사고(발전 중단이 경미한 수준에 준한다는 것은 핵 사고의 문제를 반증하고 있다.)를 제외했을 때 그 모든 결과는 재앙이었다.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구호는 수 차례 사고로 거짓임이 증명됐다. 핵을 다루고 제어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틀린 발상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류 감당의 수준이 아니다. 그것이 무기용이든 발전용이든, 외교용이든 마찬가지이며 이 셋은 늘 이어져왔으며 이 본질에는 '핵'이 있다. 혹자는 '핵분열' 말고 '핵융합'은 어떤가 질문한다. 실제로 인류는 핵융합을 여러 차례 해봤다. 그러나 나는 그 본질에도 '핵'이 있다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핵융합 발전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수소폭탄을 만들려고 핵실험을 몇십 년 전부터 수차례 해왔고, 이후에도 자기장을 가두기 위해 수차례 핵융합 실험을 해왔는데 도대체 발전 가능한 핵융합을 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핵융합이 어려운 건 물리 전공 안 한 나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 '흡수량보다 방출 에너지량이 많았다.'는 발전의 첫단계로 상용발전이 가능하다 논하는 것은 심각히 이르다. 게다가 우라늄은 유한자원이다. 이미 핵분열 발전으로 우라늄의 매장량이 빠르게 줄고 있는데 그 안에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또 핵융합 발전 지지자들 중 일부는 착각을 하고 있는데 바로 핵융합 발전이 평화적 대안인 것마냥 말하는 것이다. 애초에 수소폭탄을 만들기 위해 연구가 시작된 핵융합인데 그것이 어떻게 평화적일 수 있는가? 핵융합을 하는데 필수적인 레이저 기술은 지금 군사적으로 전혀 무관한가? 그리고 실제로 핵융합이 상용화되었을 때 그것이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을 거라는 담보가 NPT 말고 어디에 있는가? 정의의 사도의 착한 마음 속?    


 #4

    


 따라서 핵 사고는 핵 그 자체이다. 핵이 인류의 눈 앞에 드러난 1945년 8월 6일은 핵 사고가 시작된 날이고 핵을 계속 다루고 있는 이상 핵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 '핵 역시 불이나 칼처럼 양면의 검 아닌가? 좋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핵도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인간은 핵을 불이나 칼처럼 제어할 수 없다. 지진에 당했고 사람이 실수하면 그대로 무너졌다. 미국이 외교카드로 쓰고 있는 핵무기는 애초에 태평양을 박살내고 얻어낸 것이다. 그 핵으로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주창했고 그 핵으로 전기를 만들었지만 이내 사고로 이어졌다. 착한 핵은 없다. 그 핵이 그 핵이다.

 그럼 넌 전기 안 쓸 거냐고? 쓸 거다. 그래야 이런 글도 쓰고 할 것 아닌가. 이 사회에서 전기는 물처럼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 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핵발전 안 하면 태양과 바람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냐고? 어떤 부분을 해결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이 시스템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지구는 유한하고 결국 전기수요는 줄어들어야 한다. 독일의 모범을 따르자고? 따를 건 있겠지만 독일은 유로존의 수장 쯤 되니까 그게 가능했다. 결국은 수요를 줄여야 한다. 어디의 수요를 줄이냐고? 그래프를 보시라. 전기로 쇠를 녹이는 데를 잡아야 할지 집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컴퓨터하는 나를 잡아야 할지. 마지막 하나. 그럼 어떻게 핵을 없앨 거냐고? 이미 핵 옹호자들은 예전부터 그들 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사실을 은폐한다. 이들과 싸워야 한다.

 "If the radiance of a thousand suns were to burst at once into the sky that would be like the splendor of the Mighty One..." (11:12)
"...I am become Death, the Shatterer of the World." (11:32, The Bhagavad G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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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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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울트라-노마드 | 작성시간 15.08.06 난파 님 안녕하세요..

    그러잖아도 근황이 궁금했습니다.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난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8.06 자주 찾아뵈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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