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브리핑) 난파 / 크메르의 세계
(보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6-2-5
(출처: getty imagesbank)
기사작성: 김영준
한참 화제가 되었던 기사로 경총이 대졸 정규직 초임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쪽 사람들이 늘상 외쳐대는 단골메뉴인 일본과의 비교도 나오는데 이젠 반박하기도 지친다. 일단 제작년부터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가치가 역대급으로 하락했던 것을 고려치 않아도 할 말은 많다.
솔직히 말해 일본의 대졸초임 연봉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일본계 은행쪽 취업을 알아보면서 초봉을 살펴보니 대략 200만엔 선이라 생각보다 많이 낮아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일본의 고용시스템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용은 고용안정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그 때문에 초봉은 비록 낮지만 근속년수가 늘어날 수록 임금상승률은 굉장히 높다. 그 기점이 우리나라로 치면 대리급부터로 이 시점부터 연봉수준이 우리나라를 추월한다. 즉, 안정적인 고용을 담보로 해서 초기에 낮은 비용으로 희생하는 걸 감수하면 나중에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 일본식 임금과 고용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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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는 솔직히 말해서 그게 아니지 않는가? 당장 '쉬운해고'라고 불리는 노동개혁법안이 없는 지금까지도 법적 허점을 활용하여 제 발로 걸어나가게 할 정도(ex. KT)로 고용안정성이 높지가 않다. 게다가 고경력 직원의 경우도 임금피크제로 임금을 깎고 있는 마당에 초임자의 연봉까지 깎자는 얘기는 결국 노동의 대가를 후려치자는 얘기 밖에 안된다. 그 어디에도 그 반대급부의 보상은 없다.
임금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자는 주장도 허울 좋은 명분인 게 이런 것을 바로 잡셰어링(Job Sharing)이라고 한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때 시행했던 바로 그것이다. 그때 임금을 깎아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가? 되레 당시엔 그 때문에 임금차별이 문제가 되었다. 같은 직급에 하는 업무도 거의 비슷한데다 정규직/비정규직처럼 채용 채널이 다른 것도 아닌, 단지 입사시기가 조금 다를 뿐임에도 임금차는 20%나 차이가 나는데 이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못 받아들이면 퇴사밖에 없으니 대부분 억지로 수용하긴 했지만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금을 깎고 고용을 늘린다는 문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 이게 노동 시간당 임금 지급이 비교적 철저한 유럽국가들이야 그렇게 돌아갈 수 있겠지만 한국은 그렇지가 못하다. 야근이 굉장히 잦은데다 실제 추가 근무시간만큼 임금이 지급되지도 않는 현실(한 달에 야근수당이 지급되는 야근시간이 정해져 있다)에 노동시간을 노동자 본인이 정할 수 없는 한국 노동자의 상황에서 임금을 줄이는 것은 기업에게 고용을 늘릴 유인보다 기 고용자의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그대로 두는 것을 선택할 유인이 더 크다. 이것이 해당 상황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간의 큰 임금차는 구직자로 하여금 대기업 정규직에 몰리게 함으로서 고용난을 불러오고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경총의 주장대로 초임을 삭감한다고 해서 저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대기업 정규직을 원하는 것은 임금도 임금이지만 이후의 커리어 관리나 사내 복지 등 다른 부분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임금 상승률까지 비교해보자면 대기업 정규직쪽이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일자리의 퀄리티가 총체적인 부분에서 게임이 되질 않는 상황인데 그걸 임금 좀 깎는다고 해서 이때까지 대기업 정규직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지원을 할 것이란 것은 착각이다.
한국의 고용과 임금시스템은 다들 알다시피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초창기에 기업을 세우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진국인 일본 기업들의 시스템을 카피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임금체계에 있어서도 일본의 호봉제와 안정고용 시스템을 그대로 카피해 와서 사용했다. 이게 제법 잘 굴러갔었다. 그러다가 이게 98년 이후부터 미국식 시스템을 접목해버린 탓에 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한국의 고용과 임금 시스템, 기업문화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시스템을 갖다붙인 괴물 '키메라'가 되어버렸다. 한국의 기업문화와 직급체계, 소통 시스템이 유럽, 미국기업들 처럼 수평적인가? 답은 아니다. 오히려 권위주의적 엄격함으로 따지자면 원본인 일본보다 더 한 구석이 많다. 기업 고위직들에 대한 의전 문화 같은 건 아주 골치 아프게 후진적이다. 그러면서 고용은 미국식 쉬운 고용과 해고를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또 초임 얘기만 나오면 종신고용 시스템의 일본의 초임과 비교한다. 하나만 하자 하나만.
내가 사자, 염소, 뱀이 한 몸을 이루는 그리스/로마신화의 괴물 키메라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서로 이질적인 고용 시스템을 98년을 기점으로 접붙인데다 강한 협상력을 가진 기업과 임원들에 의해 양 시스템에서 자기 좋은 대로 붙이다 보니 낮은 협상력을 가진 측의 시각에선 양쪽의 단점만 결합한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제발 하나만 하자 하나만.
경총의 주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게 한국 5대 경제단체 중 하나로 꼽히는 경총의 생각이란 말인가? 이런 유치하고 얕은 발상이? 대한민국의 거대 경제단체의 사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한국 경제발전을 위해 깔끔하게 해체를 선언하는 것이 어떠할까?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보도) JTBC 2016-2-4
2. [팩트체크] 초봉, 일본 보다 너무 많다? 확인해보니…
보도: 김필규
[앵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이 그제(2일) 내놓은 자료 하나가 큰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 대졸 신입들의 초임이 일본과 비교해 너무 높다. 올해는 이걸 좀 낮춰서 신규 채용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인데요. 과연 이게 맞는 내용인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김필규 기자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일단 자료 내용을 전해주실까요
[기자]
해마다 경총이 이맘때면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라는 걸 내놓는데, 지금 경제사정이 이러니 각 기업은 직원들 임금 수준 결정할 때 참고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한국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평균이 3646만 원인데, 이건 일본 대기업 대졸 신입에 비해 39%나 더 받는 거다, 절대적 수치로도 많고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지나치다는 분석이었던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한국 경제 규모에 맞게 대기업의 대졸 초임을 좀 낮춰라, 이런 얘기로 보면 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둘 간의 비교 기준이 뭐였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 입사한 34세 이하의 대졸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했고, 일본의 경우 1000명 이상 대기업에 입사한 24세 이하의 대졸 이상 상용직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앵커]
기업 규모로 보나 연령으로 보나 기준이 많이 다르군요?
[기자]
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는 건데요.
두 나라가 통계를 내는 방식이 다르고, 기업 규모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통계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건데요.
우선 한국 취업자들의 입사 시기가 평균적으로 좀 늦은 편인 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34세와 24세, 기준에 10살 차이나 나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34세 이하면 대학원 졸업한 석박사급 인력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일본처럼 24세 이하면 대학원 졸업자는 있기 힘들겠죠.
우리 노동부 통계를 보면 보통 대학원 졸업자가 대졸자보다 월급이 44% 정도 더 많습니다.
이 부분 감안할 필요가 있는 거고, 또 여기에 일본 '상용직'이라고 한 기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의 상용직이라고 하면 우리 정규직하고 같은 개념이 아닙니까.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경총 보고서에선 앞서 본 초임 액수 비교할 때,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조사의 상용직 숫자를 근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후생노동성 정의를 보면 상용직은 '고용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하루 일정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니 여기엔 비정규직, 계약직이 포함돼 있을 수 있는 거라, 우리의 정규직하고만 비교한 이 부분에서도 오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거죠.
[앵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어려움은 이해가 되는데, 그러면 기준 잡기에 따라서 39%나 차이가 난다 이런 결과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뿐 아니라 양국 간의 문화적 차이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정동관 박사/한국노동연구원 : 일본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에서 근무를 할 때 생애 주기별로, 생애 전체에서 얼마를 받는지, 그게 어떻게 보면 더 큰 의미가 있거든요. 그게 오랜 역사와 사회적인 어떤 합의를 통해서 그게 자리를 잡은 거잖아요. 초임이 거기서 (이후에) 어느 정도의 상승 여력이 있는지, 그것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좀 얘기를 해야 돼요.]
생애 전체로 봐야 한다 이런 얘기인데, 실제 신입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때 한국은 임금이 34% 정도 오르는데, 일본에선 61%나 오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게 출발해 갈수록 많이 오르고, 한국은 높게 출발해 많이 안 오르는 구조인 건데, 여기서 또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일하냐 하는 겁니다.
일본의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정도 되는 반면, 한국은 9년밖에 안 되니 한국 근로자들은 여기까지 가기도 힘든 거죠.
이런 문화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무조건 일본과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 얘기만 보면 경총 자료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경총 쪽 얘기도 들어봤죠?
[기자]
"국제적으로 임금 통계를 100% 정확하게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런 한계를 보고서에서도 밝혔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앞서 본 기준 차이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비교를 했고 그래서 그 분석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100% 정확하게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결론만 얘기한다는 게 사실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결국 경총은 대졸 초임을 낮춰서 고용을 좀 늘리자,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런데 아주 비슷한 이야기 나왔던 게 2009년 지난 정부가 추진한 '잡셰어링'입니다.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해 그 여유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자, 그렇게 일자리를 나누자'는 거였죠.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겠습니다.
[김유선 박사/노동사회연구소 : 그러니까 그게 전반적으로 내부의 임금체계를 조정하든가 해야 하는 문제일 텐데, 초임만 딱 낮춰놓고 그런 식으로 하니까, 1년 차 하고 2년 차 된 사람하고 사이에 상당히 임금격차가 벌어지지 않습니까? 내부적으로 상당히 이것저것 부작용이 있었고, 그러면서 지금은 거의 폐기했던 건데. 다시 그 문제를 또 들고 나온 거죠.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거예요.]
그때 그나마 생긴 일자리도 단기 인턴직이 대부분이었고, 이중 정규직이 된 비율도 4% 미만이란 조사결과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선 "대졸초임 삭감은 실패한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고 신입사원의 임금만 낮춰 오히려 전 직원의 하향평준화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올해 역시 경제전망 안 좋고 위기 상황인 것 맞습니다. 여러 협력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서 기업 스스로 신뢰를 깎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앵커]
대기업 신입 연봉 초임을 낮추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자료를 낸 건데, 여러 가지 자료의 문제는 발견되는군요. 지금까지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2015년 6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경총회관 앞에서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라'며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습 니다. 경총은 몇년 내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