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앤드류 맥그레거 마샬(Andrew MacGregor Marshall)의 페이스북 2016-10-16 (번역) 크메르의 세계
[분석] 태국 국왕 사망과 섭정의 임명, 그리고 왕세자의 즉위 사양
WHAT’S GOING ON IN THAILAND? : Confusion reigns as crown prince waits
똥은 군사정권이 치워라?
글 : Andrew MacGregor Marshall
태국의 격동기를 맞이하여, 필자는 현재 태국에서 진행되는 상황에 관해 정기적인 업데이트 해설을 제공하고자 한다. 태국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들조차 <왕실모독 처벌법>과 관련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자기검열의 관행을 갖고 있고, 만족할만한 뉴스나 감춰진 이야기에 관한 분석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가 제공하는 업데이트 해설이 이번 사태의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태국의 마하 와치라롱꼰(Maha Vajiralongkorn: 1952년생) 왕세자가 목요일(10.13) 자신이 아직 '라마 10세'(Rama X) 국왕으로 즉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부왕을 추모할 시간적 여유를 갖겠다고 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국가 입법회의'(National Legislative Assembly: NLA)는 공식적으로 왕세자를 국왕이라 선언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입법회의 의원들은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라마 9세) 국왕을 추모하는 의미로 9분 동안 기립 상태로 묵념했고, 이후 회의는 산회했다. 침묵의 '입법회의'는 군사정권 치하에서 이뤄지는 태국의 정치적 삶을 적절하게 상징화했다.
군사정권 지도자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총리 및 여타 정부 관리들은 왕세자가 즉위를 늦추는 일이 완벽하게 정상적인 것이고 문제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짜끄리 왕조(Chakri dynasty)의 역사에서 이러한 일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태이다. '시암 왕국'(=태국)이 장기간 국왕이 궐위 상태였던 적은 이전에 단 한번도 없던 일이다.
어찌하여 이토록 기묘한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왕권(kingship)이 지닌 3가지 요소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 3가지는 즉위 선언, 대관식, 국왕으로서의 의무 행사이다. 이 세 가지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짜끄리 왕조'의 왕권에서, 항시 새로운 국왕들은 전임자가 사망하자마자 자신의 즉위를 신속하게 선언했다. 현대 태국의 헌법 하에서는 이 선언을 의회가 하게 되는데, 군사정권 치하에서 의회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가 바로 '입법회의'이다. 국왕의 즉위 선언은 목요일 밤에 있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왕세자는 자신이 아직 즉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모든 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부왕을 추모하길 바란다는 폭탄선언을 했다([역주] 실제로는 총리의 입을 통한 간접적 발표).
국왕의 즉위 선언과 비교하여, 공식적인 대관식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대관식은 즉위 선언 후 수 개월에서 수 년 뒤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곤 했는데, 먼저 선왕의 장례와 다비식(=화장 의례)을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망한 푸미폰 국왕도 즉위 선언은 1946년 6월 9일에 했지만, 대관식은 거의 4년이 지난 1950년 5월 4~5일에 치뤘다. 그의 전임자이자 형이였던 아난다 마히돈(Ananda Mahidol, 라마 8세: 1925~1946) 국왕도 1935년 3월 2일에 즉위 선언을 했지만, 공식적인 대관식은 하지 못했다. 그는 대관식 직전인 1946년 6월 9일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왕권의 3번째 핵심 요소는 물론 국왕의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왕이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시기가 존재할 수도 있다. 가령 건강이 안 좋다든지, 승려가 돼 일정 기간 수행을 한다든지, 혹은 국왕으로서 온존한 의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나이인 20세가 되지 않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경우 섭정(regent)이 국왕을 대리하여 통치한다. 섭정은 국왕의 의무만을 수행할 뿐 국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왕치라롱꼰은 자신이 아직 국왕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선언했지만, 목요일(10.13) 밤에 '라마 10세'로서의 즉위 선언을 할 수도 있는 상태였고,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 그런 후 슬픔 때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의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그 경우 섭정이 그를 대행할 수가 있다. 또한 공식적인 대관식 역시 일정 기간 연기될 수도 있고, 대관식을 빨리 서둘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와치라롱꼰은 그렇게 하는 대신 심지어는 자신을 국왕으로 공식 천명조차 하지 않아 거대한 혼동을 초래했다. 올해 96세로서 강경 왕당파이자 모사가인 쁘렘 띠나술라논(Prem Tinsulanonda: 1920년생) 장군이 왕세자와는 대단히 적대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부전승으로 '섭정'이 됐다. 그가 '추밀원'(국왕자문기구) 의장이란 직책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매우 민감하고 당혹스러운 문제로서, 몇몇 신문들은 쁘렘이 섭정에 임명된 일을 보도했다가 인터넷판에서 해당 기사들을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결국 토요일(10.15) 밤 쁘라윳 총리가 부랴부랴 특별방송에 출연해서 이 사태를 해명해야만 했다.
쁘라윳은 왕세자가 쁘렘을 만났다면서, 형후 일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쁘렘은 임시로 섭정을 맡을 것이고, 왕세자의 대관식은 국왕의 공식적인 장례가 끝난 후 지금부터 약 1년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왕세자께서 언급하신 내용 중 중요한 점 하나는 국민들이 왕위계승 등 정부의 일을 혼동하거나 염려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태국의 엘리트들이 국민들에게 무언가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걱정할만한 것이 많은 것이 언제나 사실이었다. 상황은 완전 콩가루 상태이다. 이런 상황은 태국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평을 갖고 있는 위사누 끄르엉암(Wissanu Krea-ngam) 부총리가 혼돈을 해명하기 위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더욱 더 명백해지고 말았다.
위사누는 "새로운 치세의 시작은 10월13일부터 헤아릴 것이기 때문에, 왕가 계보의 연속성은 중단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심지어 와치라롱꼰이 국왕 즉위를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미래의 모든 사람이 푸미폰 국왕의 서거 날부터 새로운 국왕이 존재했었던 것처럼 행위할 것이란 말이 된다. 위사누는 또한 쁘렘이 섭정으로서 국왕을 대리하여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국왕이 부재 중"(=섭정 임명의 조건)이란 핵심 의제를 명백히 망각한 발언이었다.
아마도 위사누는 헌법적 수렁을 이리저리 피하려다 결국 거기에 빠지고 만 것이겠지만,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한다. 위사누는 눈물을 흘리면서 왕세자가 총리에게 했다는 말을 인용하는 데로 옮겨갔다.
"와치라롱꼰 왕세자 전하께서는 총리에게 말하기를, 적어도 지금은 모든 일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폐하가 살아계실 때와 똑같이 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전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라가 텅 비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다. 과거의 모든 것을 그렇게 빨리 바꾸지 말라. 과거의 것을 현재처럼 소중히 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팩트는 왕좌가 비어 있다는 것이고, 적어도 일 년 동안은 계속 비어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일은 과저엔 결코 없었던 일이다. 군사정권의 쁘라윳과 그 측근들은 완벽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그저 상황을 따라잡아 나가는 척 하고 있다.
왕치라롱꼰이 즉위를 미루며 기다리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필자가 이전의 글(9월3일자)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푸미폰 국왕 치세의 마지막 수 개월 동안 왕세자가 보여준 모습은 그가 권력에 굶주려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고, 마지막 순간에 회의를 갖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란 점도 보여줬다.
아마도 즉위 연기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몇 가지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만일 와치라롱꼰이 [국왕 사망] 즉시 '라마 10세'로서 즉위를 선포했다면, 그의 치세의 시작이 불가피하게도 현재 방콕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슬픔의 장면들과 연관을 맺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왕세자는 자신이 다른 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부왕을 추모하고 싶다고 말함으로써, 영리하게도 자기 자신을 국민들의 사람, 즉 여타 태국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으로 위치시킨 것이다.
많은 태국인들은 오랜 기간 와치라롱꼰 국왕 치세를 두려움 속에 바라봤다. 하지만 왕세자는 자신이 즉위를 오래 미룰 수록 태국인들이 권력공백을 걱정할 것이고, 결국 자신의 대관식이 이뤄질 때 국민들이 환영을 하게 될 것이란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왕세자의 묘책은 그 자신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군사정권의 새로운 헌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지닌다. 군정의 신헌법은 태국 민주주의를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헌법의 법률적 효력에 서명하는 일은 쁘렘의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일이 잘못될 경우 쁘렘이 모든 욕을 먹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일은 조만간 아니면 좀 더 나중이 되긴 하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군사정권이 미얀마의 사례를 따라서 군 장성들이 계속해서 집권할 수 있는 거짓 민주주의 제도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일을 앞두고, 왕세자는 자신의 늙어비틀어진 철천지 원수에게 어려운 한 해를 항해하게 만듦으로써, 그는 영리하게도 자신의 선택지들을 열어둘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왕세자의 동기가 무엇이든간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군사정권이 기습공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푸미폰 이후의 태국에서, 이제 잠시나마 태국을 통치하는 것은 혼란 뿐이란 점이다.
* 관련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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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푸미폰 국왕 사후의 태국 :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선의 시나리오 (Jeffrey Peters/ New Mandala 2016-10-19)
- [르뽀] 태국 국왕 사망 : 북부 및 북동부 지방 상황 - 고요 속의 기다림 (로이터통신 2016-10-21)
* 참조용 게시물
- [논문] "깔리육", 태국의 광기시대 : 왕위계승과 정치위기 (Andrew MacGregor Marshall 2013-10-31)
* 상위화면 : "[기사목록] 2016년 태국 뉴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0.17 그러게요..
그건 저도 좀 궁금합니다만..
맨드류 맥이 만만찮은 사람이라서 말이죠.. -
작성자Who am I 작성시간 16.10.17 감사합니다. 탁신의 컴백이 머지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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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ewels 작성시간 16.10.18 어머 잼있네요~^^ 번역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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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0.18 [속보]
앤드류 맥그레거 마샬이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자신의 소식통들에게서 들어온 전언들을 정리한 것인데요..
쁘렘이 왕세자에세 이런 저런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과거에 존재했던 "부(副)국왕"이란 직책을 부활시켜,
그 자리에 시린톤 공주를 앉히자고 왕세자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왕세자는
자신의 누나 우본랏 공주를 부국왕 후보로 제시하여..
양측이 아직도 협상을 계속하는 상태라는군요
https://www.facebook.com/notes/andrew-macgregor-marshall/whats-going-on-in-thailand-the-succession-struggle-isnt-over-yet/1293721757313827 -
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0.19 하늘사다리 그 사이 또 변화가 있네요..
번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