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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철학 에세이]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아는 척 하는 일 (김영건 2013-12-13)

작성자울트라-노마드|작성시간13.12.15|조회수970 목록 댓글 0

 

 

다음의 글은 2013년 12월 13일에 블로그 "내 마음의 풍경"에 공개된 분석철학 전문가 김영건 선생의 논평입니다. 철학적으로 던져주는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되어, 우리 카페의 철학 코너 게시판에 퍼오기를 했습니다.[크세] ( 원문 위치에서 보기)

 

 

 

그가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아는 척 한다. 그는 <논리철학논고> 뒷부분에 있는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라"는 것을 인용한다. 그러나 이것과 동시에 "말할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하라"는 것도 이야기했다면 나는 그가 비트겐슈타인의 저술을 읽었다고 간주할 것이다. 그는 아마 <논리철학논고>를 읽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디에서 소문으로 비트겐슈타인의 그 유명한 언명을 들었을 것이다.

 

<건축을 위한 철학>(2013) 서문에서 브랑코 미트로비치가 아주 흥미로운 말을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한 반면, 존 설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면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존 써얼의 말은 그의 책 <지향성>에 있는 구절인데, <지향성>을 읽을 때에는 이 구절을 주목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말에 찬동한다. 명백하고 투명하게 말하지 못한다면 아마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이럼에도 써얼은 명료하게 이해하는 것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한다. 마치 명료하게 쓰거나 이해하는 것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한 것처럼 간주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그렇게 표현된 사유를 쉽게 그것과 유사한 사유와 같은 것으로 취급해 버리는 위험성이 있다.

 

내 읽는 텍스트가 명료하지 못하면 내가 그것을 명료한 방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나아가 어떤 의미에서 명료성도 상대적이며 의존적이다. 

 

명료한 글쓰기가 분석철학의 정의적 규준"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규준도 어떤 사람이 받은 훈련에 상대적이다. “종파분열을 넘는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나는 데리다에게 크립키의 <명명과 필연>을 주었다. 크립키의 책은 나에게 아주 투명했고 분명했으며 뛰어난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에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지만, 거기에서 무엇이 이야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하이데거가 더욱 명료하다고 말했다. 만약 크립키가 명료하게 쓴다고 생각하면 너는 분석철학자일 것이다. 반면에 하이데거가 명료하게 쓴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대륙철학자일 것이다.

 

Wheeler의 지적과 다르게 만약 둘 다 명료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도대체 데리다는 왜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이해되는 크립키의 저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그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크립키의 저술이 별 가치가 없다는 간접적 표현은 아닐까?

 

그러나 문제는 크립키나 되었던 혹은 하이데거가 되었던 간에 그 둘 모두가 다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은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함으로써 아마 그 두 철학자의 저술들을 자기 나름으로 명료하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그 두 철학자의 저술조차 읽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채 마치 크립키나 하이데거를 알고 있는 것처럼 소문을 이야기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가령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내용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대신에 비트겐슈타인과 관련된 일화를 이야기한다. 나는 비트겐슈타인이 설계한 그 집에 가보았다. 요사이 그 집은 불가리아 대사관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에피소드가 왜 중요하단 말인가? 차라리 그 시간에 <논리철학논고><철학적 탐구>을 읽어보고 명백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사소하고 지엽적인 것, 비본래적인 것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았자 그것이 본래적인 것에 대해서 네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보장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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