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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지기)]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1) : 일반론에 관하여

작성자울트라-노마드|작성시간16.09.29|조회수1,103 목록 댓글 1


이 글은 원래 2009년 12월 18일에 최초로 공개한 것으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그래픽 등을 개선하여 재공개한다. (작성자: 울트라-노마드)



뉴스란의 훈 센 총리 어법을 놓고 회원님들께서 이런저런 댓글을 올려주셔서, 댓글을 달다 보니 아무래도 이 주제는 좀 심도있게 살펴볼 문제라고 생각되고, 분량 자체가 길어질듯 하여, 별도의 게시물로 만들면서 이번 기회에 사색을 좀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문제의 게시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해당 게시물 : "캄보디아 총리, "태국 현정부와 관계정상화 불가능!""(AFP 2009-12-16)



한국어와 우리말, 그리고 한글

 

제1편 : 일반론에 관하여

 



제목을 보시면 아실 수 있듯이, 오늘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문제는 (1)한국어, (2)우리말, (3)한글 이렇게 3가지 소재인데, 실은 그 이면에 의사소통 도구언어로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공동체가 가진 사회심리학적 전제들>이라는 보이지는 않지만, 실은 더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주제가 하나 더 숨겨져 있습니다.


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익숙한 것일 수록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지식에 다가가는 필수적인 방법이란 것을 새삼스레 느낄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라는 언어도 워낙에 우리가 익숙한 것이다 보니, 그 때문에 실은 간과하게 되는 점들도 많다고 생각되고....... 더 중요한 점은 이것이 거의 "한국" 국적을 가진 우리들에게는, 마치 생명유지 요소 중 물이나 공기와 같이 --- 철학적으로는 "선험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만 --- "기본적인" 요소라 의식을 하지도 못하거니와 대부분의 경우 의식할 필요도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부터, 비로소 한번쯤 의식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상 과학이든 철학이든, 인류의 지적 계발과정에서 선구적이었던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생래적 환경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해, 그러한 조건을 극복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진정 "다문화적"(multi-cutural) 사고관을 정립코자 한다면, 바로 우리에게 항상 주어져 있는 것에 대한 분석과 반성으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문제를 보다 본격적으로 밀고나가면 철학적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환경을 대상화 혹은 객관화"시키는 능력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고, 그러한 것을 다루는 분야를 전문용어로 "인식론"(epistemology)이라고 합니다만, 그러한 보다 본격적인 주제는 또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위에서 말한 한국어와 관련된 범위로만 한정해서 한번 이것저것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1. 한국어와 우리말


우리 카페의 게시물들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느끼시고 계시겠지만, 번역문이든 혹은 독자적 서술이든 제가 작성한 문서에서 "우리말"이란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항상 "한국어"(The Korean language)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우리는 초등학교(저의 경우엔 "국민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할 때 "한국어"나 "한국말"이란 말을 사용해선 안 되고, 반드시 "우리말" 혹은 "국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마도 한국의 국어교육을 주도해온 국문학자들의 신념(belief)에 따른 것으로 생각되는데, 여기에는 대단히 민족주의적 교육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통상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한국의 국문학자들을 분류해볼 수 있는 문제 중 하나가 "한글전용론자"인가 아니면 "국한문혼용론자"인가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 "크메르의 세계"가 채용한 방식은 "꼭 필요한 때에 한해서만" 한문 뿐만 아니라, 영어 및 크메르어 등 모든 외국어 혹은 외래어에 대해 --- 괄호 속에 넣어 처리하는 --- "국한문병기" 혹은 "국어외국어병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넓게보면 "국한문혼용"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순수한 "국한문혼용론자들"은 정말 조사 빼고 거의 다 한문을 사용합니다. 우리 카페는 비록 "우리말 어휘의 많은 부분이 한자로 되어 있어, 보다 정교한 어감 파악을 위해선 국한문혼용이 필요하다"와 같은 국한문혼용론자들의 일부 전제들에 동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국한문혼용론"을 전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 카페와 국한문혼용론의 결정적 차이는 우리는 다국어를 염두에 두는 데 반해, 국한문혼용론자들은 대개 한자만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을 혼동해서도 안 될듯 합니다. "한자"는 중국의 고전문자를 말하는 것이고, "한문"은 이러한 한자들이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문장이나 언어체계가 됩니다. 여기에는 여러 버전들이 있어서, 그 중 하나가 오늘날의 중국어(=중국언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 한문은 4서5경과 같은 주요한 고전문헌들이 만들어지는 춘추전국 시대와, 문학이 발전하는 당송시대, 그리고 북방민족의 침입이라든가 세속문학이 발전하는 최근에 이르면서 몇 가지 변천사를 겪기 때문에, "한문"이라는 언어체계 혹은 문장체계는 특정 중국어의 방언들을 모두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실 "국한문혼용"이란 용어보다도 "국한자혼용"이란 용어가 의미적으론 더 타당하겠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하여간 우리 카페가 상당한 노동력을 투입해서 여러 외국어들을 복잡하게 병기하는 것은, 나중에 여러 언어로 정보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과, 가능한한 원음에 가까운 발음의 외국어에 익숙해짐으로써, 정보를 현실에서 활용할 때 보다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다른 말로 하자면 "정보전달력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한국의 국문학자 혹은 문자 및 언어를 매개로 사용하는 언론계 및 경제계에 이르기까지 확대해서, 한국은 식민치하에서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에 상당한 국력과 갈등의 소모전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한글전용론자"의 세력이 조금 더 강해보이고, 실제 제도적으로도 이들이 더 많은 것을 얻어낸 상태입니다. 명시적이진 않지만, 전문적인 국문학자나 국문과 학생들의 경우 주되게 사용하는 국어사전이 다를 정도입니다.


가령 국한문혼용론자들은 일제때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던 경성제대 출신의 이희승 선생과 이숭녕 선생에서 그 학맥이 시작되어, 이후 서울대 국문과의 정통적 이념이 되면서 서울대 국문과 교수들이 "국립국어연구원" 원장 자리를 줄곧 이어받으면서 그 전통을 승계했습니다. 반면 한글전용론자들은 배제학당 출신의 주시경 선생과 연희전문 교수였던 최현배 선생을 시초로 하여, 이후 연세대 학맥이 "한글학회"를 주도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령 지금도 한글전용론자들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 만든 대형 사전에는 한자가 한 글자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1970년대 직전만 해도 양학파간 감정적 대립이 있어서 아예 다른 2가지 언어가 존재하는듯 보일 정도였습니다만, 지금의 학자들은 양측 모두 보다 유연해진 자세를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한국의 국문학계에 이러한 큰 흐름이 있다는 것만 이해하고,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위에서 설명한 한글전용론자든 국한문혼용론자든간에, 우리 카페가 "우리말" 혹은 "국어"라는 단어(낱말)가 사용될 자리에 "한국어"란 표현(expression‎)을 매우 체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 아마 모두들 분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리 카페에서는 어찌하여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사실 간단합니다. 우리의 머리 속에는 한국어만 우리의 도구언어(tool language)가 아니라, 세계 여러 언어를 모두 도구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그러한 사고관을 통해, 심지어 "내가 태어난 조국"조차 우리가 냉정하게 검토해볼 대상으로 편입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 과정을 통해, 실제로는 타문화에 대하여, 우리의 조국과 동일한 강도의 존중을 표하고자 함이기도 합니다.


이제야 앞에서 제가 (1)"한국어"와 (2)"우리말"(국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목에다 따로따로 표기한 이유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





2. 한국어와 한글


우리가 한글표기나 한국말에 대해 논의할 때, 의외로 일반인들이 종종 혼동하곤 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종종 "한국어"와 "한글"을 거의 동의어로 착각하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판단한다면, "한국어"는 한국인을 포함한 "한민족" 및 "한국어 언어사용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language)이고, 반면 "한글"은 (1)1443년 조선의 세종대왕이 창제하여 1446년 반포한 문자체계, (2)현재 대한민국 및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등에서 공용 표기체계로 채택한 문자체계, (3)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중,종성의 규격화된 조합이 가능한 자음/모음 분리형의 비교적 최신의 과학적 문자체계..... 대충 이런 방식으로 정의가 가능한 "문자"(표기체계, script)인 것입니다.


좀 바꿔 말한다면 "한국어"는 "한글"이란 표기체계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한반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이고, "한글"이란 문자체계는 원래 이러한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고안된 표기체계인 것입니다. 즉 "한국어"와 "한글"의 관계는 "영어"와 "알파벳 문자", "프랑스어"와 "알파벳 문자", "독일어"와 "알파벳 문자"의 관계와 간단히 말해 동일한 것입니다. 


다만 "한글"의 경우 그 자모음 조합방식이 대단히 과학적이고 편리한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정확한 소리를 표기하는 데는 그 어떤 문자보다도 효율적인 기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세계가 격찬하다보니 간혹 "한국인들"은 이를 "한국어"에 대한 격찬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있습니다만.... 정확히는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과 그 창제자인 세종대왕을 "위대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글"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를 표기할 때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알파벳 문자로 세계 여러 나라 언어가 표기되는 것처럼 말이죠. 하여간 이 경우 "한글"(표기체계)이란 문자표기체계와 "세종대왕님"이 위대하단 것이지, "한국어"란 언어 자체가 위대하다는 의미가 아닌데,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번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통상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문서에, 간혹 "한글판"이란 명칭이 붙을 때가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속에 사용된 언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국어판" 혹은 "국문판"이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다만 현재 거의 모든 "한국어" 출판물은 "한글"이란 표기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글판"이라고 해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어 외에도 "한글"을 표기체계로 사용하는 언어들이 존재하므로, "한글판"보다는 "한국어판"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해보입니다. "한국어"를 매개로 한 문서 혹은 문헌을 "한글판"이라고 하는 것은, 영어나 독일어로 된 문서를 "알파벳 판"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3. 한글의 우수성은 어디에서 발휘되는가?


그렇다면 한글의 우수성은 어디서 발휘되는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초성(첫자음), 중성(모음), 종성(받침자음)을 매우 기계적이고 간편하게 조합할 수 있는 그 조합원리 때문에 위대한 것입니다.


세계에 소리글자들은 한글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미 공부한 바 있듯이, "크메르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크메르문자"(악서 크마에)나 "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태국문자"(악손 타이)도 모두 소리글자(표음문자)입니다. 또한 이들의 조상격이 되는 문자인 "산스끄리뜨어"나 "빨리어" 표기에 사용되던 문자인 "브라흐미 문자"나 고대 남인도 언어를 표기하던 "빨라와 문자"역시 마찬가지이고, 역시 인도 문자들의 영향을 받아 "티벳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든 "티벳 문자" 역시 모두 동일한 소리글자들입니다.


이러한 문자들은 세계 표음문자들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부기다(Abugida: 자모음 일체형) 문자들입니다. 즉 한글로 "꺼"(kka)라고 표기하면 자음 "ㄲ"(kk)과 모음 "ㅓ"(a)라는 2가지 요소가 조합된 것입니다만, 아부기다형 문자들에서 이러한 분리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태국어 "ก"(kka: 꺼)와 같이 아부기다 문자는 하나의 문자가 처음부터 자모음 결합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경우 "ㄲ"(kk)만 표기한다든가 "ㅓ"(a)만 표기하려고 하면, 모음탈락 기호를 붙인다든가 아니면 "อ"(a: 어)와 같이 아예 다른 자모를 동원해야만 합니다. 이것을 알파벳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kka"(꺼)라는 전체가 하나의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기초 부속품"과 같아서 "ㄲ"(kk)만 표기하려면 "kka-"(여기서 "-"는 모음을 빼라는 의미)와 같이 모음탈락 기호를 사용하던가, "a"(ㅓ)만 표기하기위해 "*a" 같은 전혀 다른 문자를 도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자들은 종성, 즉 받침 자음을 표시하려면 더 어려움이 많습니다.


가령 태국어로 "kkak"(꺽)을 표기하려면 "kka"(꺼)를 표기하는 "ก"(kka)를 2번 겹쳐 "กก"(kkakka)라고 적은 후, 읽을 때 2번째 모음을 탈락시켜 "꺽"(kkakk)이라고 읽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태국어 단모음 a는 받침이 있을 경우 "o"로 변해, 실제로는 "꼭"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2번째 모음을 탈락시킨다는 규칙 자체가 이 문자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학습단계에서 알아 두어야 할 필수규칙인 것입니다.


이렇게 불편하니, 실제 소리로 1음절인 "꺽"을 "ㄲ"(초성), "ㅓ"(중성), "ㄱ"(종성)으로 간단히 분리해 낼 수도 있고, 그렇게 분리된 요소들을 다시 다른 조합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 "한글"이란 표기체계야말로 과학적이고 편리한 문자체계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고려해볼 점은 이렇게 1음절 소리를 더 세분해서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한글만은 아니란 점입니다. 가령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더 정확히는 인도네시어에서 사용되는 말레이어), 베트남어를 표기하는 데 사용하는 "로마식 알파벳" 문자체계도 1음절을 보다 상세히 분리해서 표기할 수 있습니다. 가령 "꺽"을 알파벳으로 대충 표기하면 "kkak"으로 표기 가능하고, 또 더 세밀하게 "kk"(초성), "a"(중성), "k"(종성)로 분리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알파벳 문자는 1음절이 1글자를 형성하진 못합니다. 가령 "kkak"(꺽)은 4개의 문자로 되어 있지만, "kka"(꺼)는 3개의 문자, "끌"(kkeul)은 5개의 문자가 있어야만 표기 가능하기 때문에, 한글처럼 "1음절 1글자"로 일정한 물리적 크기를 갖지 못합니다. 즉 한글로 "꺼", "꼰", "끍" 등을 써놓고 외국인에게 보여주었을 때 이들로 하여금 이것을 금방 발음하게 만들 순 없지만, 적어도 이들에게 1글자가 1개의 음절이란 것은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어 단어들은 그 글자수만 보고 몇 음절로 발음할 것인지, 공부해보기 전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1음절 1글자" 조합체계를 가진 "한글"이야말로 소리를 표기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고 과학적인 "조합원리"를 가진 문자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글"과 "세종대왕님"이 위대한 것이지, 결코 "한국어"란 언어 자체가 다른 언어들보다 우수한 언어이기 때문이 아님을 명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4. 한글창제의 배경에 관하여


한글이 "1음절 1글자" 조합이란 최상의 원리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대왕 자신을 포함하여 한글 창제에 참여했던 소수 학자들의 음운학 연구가 당시(15세기)로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세종대왕과 그 참여 연구자들의 개인적 수준과 자질이 높은 데도 기반했지만, 15세기에 이르면 전세계적으로 음운학적 주요한 발달이 모두 정립된 이후여서, 이 모든 학문적 성과가 한반도로 모여 하나로 통합될 일만 기다리고 있던 시기입니다.


우선 좀 살펴보도록 하죠. 가령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글 자음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억합니다.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하지만 이는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 시작된 별다른 의미없는 순서이고, 세종대왕이 <월인천강지곡> 서두에 첨부했던 <훈민정음언해>를 보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음의 조합없이는 현실적으로 발음이 안 되기 때문에, 마치 아부기다 문자처럼 "ㅏ"를 첨가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 아음(牙音):         가   카   응 (아랫이응: 이 발음은 한국어에서는 받침에만 나타난다) 

 - 설음(舌音):         다   타   나

 - 순음(脣音):         바   파   마

 - 치음(齒音):         자   차   사

 - 후음(喉音):         하 (여린ㅎ- 즉 ㅎ의 머리촉이 없는)   하      아

 - 반설음(半舌音):  

 - 반치음(半齒音):   (세모꼴)


여기서 아음(牙音)은 입안 깊은 곳, 어금니 부근에서 나는 소리이고, 설음(舌音)은 혓바닥을 움직여 나는 소리, 순음(脣音)은 입술을 움직여 나는 소리, 치음(齒音)은 잇빨 주변에서 나는 소리, 후음(喉音)은 목구멍에서 바로 만들어지는 소리, 반설음(半舌音)은 불완전한 혓바닥 소리이고, 반치음(半齒音)은 불완전한 이빨소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세종대왕께서 제시한 음운학적 분류체계는, 사실 당시 아시아 전역에 퍼져있던 음운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합니다. 위의 표를 우리가 이미 공부했던, 다음에 제시하는 크메르어 자음표와 한번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료 출처: 스탠포드 대학) 위의 발음을 가능한 한 한글로 옮겨본다.

 

    꺼      커     꼬     코            응아 (nga: 한국어에서는 받침에만 사용되는 발음이나 초성에도 사용) 

    쩌      처     쪼     초            뇨 (nya)

    떠      터     도     도(드호)   노         ----------  이 라인의 자음들은 한국어에는 아예 없는 권설음 라인.

    떠      터     도     도(드호)   노

    뻐      퍼     보     보(브호)   모

    써      허     요     로(r)        로(l)

    러      어      워                               ----------- 마직막 라인은 반모음들이다.


비록 자모수의 많고 적은 차이는 있지만, 거의 유사한 편성체계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최소로 잡아도 7세기경에 형성된 크메르 문자도, 당시로서는 얼마나 정교하게 음운학적 연구를 거쳤는지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세종대왕께서 당시 전세계적으로 전해진 음운학적 지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습득하고 있었던 언어학자인지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종대왕께서 이러한 크메르어 음운학에서 영향을 받으신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세종대왕께서 참조하신 것은 크메르어 음운학에도 영향을 주었던 인도의 음운학이었을 것입니다. 우선 참고로 동양권 문명언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산스끄리뜨어(범어)의 자음표를 한번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상 산스끄리뜨어는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문자로 표기되었다. 이 도표는 현대 힌디어에도 사용되고 있는 데와나가리 문자로, 산스끄리뜨어 표기 역사에서 비교적 후대에 등장하는 문자이다. 위의 도표를 가능한 한 한글로 발음을 표기해본다.

 

꺼    커    거    거(그허)    응아 (nga: 초성 및 종성[받침]에 모두 사용)

쩌    처    저    저(즈허)     냐  (nya)

떠    터    더    더(드허)     너      ----------- 권설음 라인 (혀를 입천정에 붙였다 떼면서 발음)

떠    터    더    더(드허)     너

뻐    퍼    버    버(브허)     머

여    러(r)  러(l)   워(va)            ------------ 반모음 라인

셔    쎠    써

허    리                                     이 표에는 반모음 리(ri), (rii), 리(lii)가 빠져있으니 주의 바람.


이렇게 3종의 도표를 보시면, 아마도 위의 한글 및 크메르 문자가 인도의 음운학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인도 음운학의 영향을 받은 것은 이들 2종의 문자만이 아닙니다. 크메르 문자의 영향을 받아 13세기경에 만들어지는 태국 문자는 물론이고, 크메르 문자와 거의 동시대(7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티벳 문자 역시, 인도 음운학의 영향을 받아 유사한 자모배치표를 갖고 있습니다. 즉 음운학 혹은 음성학적 대분류는 대개 비슷한데, 각기 모국어들이 가진 톡특한 특성을 반영해 일부 변형하거나 개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도의 음운학은 이미 기원전 300년경(BC 4세기)에 살았던 빠니니(Panini)라는 대 문법가가 거의 완전한 체계로 정립해서 <팔장론>(아슈타디야이)라는 문헌으로 남겼습니다. <팔장론>은 고려 때 만들어진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에도 한문번역이 수록되어, 현재도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소리나는대로 읽기하는 방법"이라 부르는 것을 전문용어로는 "연음규칙"이라 하는데, 어느나라 언어에나 이런 읽기법이 약간씩은 존재합니다.


가령 한글은 소리글자라고는 하지만, 어원 등을 고려해 완전히 발음에 의존해 표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한글표기법은 실제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것입니다. 가령 "읽기"라고 써놓고, "일끼"라고 발음하는 것이죠. 하지만 표기를 소리나는대로 "일끼"라고 써버리면, 이 명사가 "읽다"라는 동사에서 왔다는 것을 추정하기 무척 곤란해집니다. 따라서 "한국어"의 한글표기법은 소리와 어원을 적당히 고려하며 절충적으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스끄리뜨어는 한글표기법과 반대로, 완전히 소리나는대로 표기하며 띄워쓰기조차 하질 않습니다. 따라서 산스끄리뜨 문헌을 해독하려면, 일단 문헌에 쓰여있는 문장을 다시 원래의 단어들로 복원해내야만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찍부터 범어에서는 "연성규칙"이 발달했고, 빠니니 문법에서도 이를 상세히 분류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범어의 연성규칙을 뜻하는 빠니니 문법용어가 "산디"인데, 오늘날 언어학자들도 이러한 연성규칙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여 "산디규칙"(sandhi rule)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니 대충 인도 문법학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들 사이에 "언어학의 대가가 되려면 산스끄리뜨어는 필수"라고 하는 말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언어학자들이 세종대왕님과 한글 체계의 위대함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대왕의 연구는 분명 이러한 인도 문법학에만 그치치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번 티벳 관련 게시물에서 말씀드린대로, 몽골과 원나라를 통해 티벳불교 및 실담학(티벳화된 범어 문자연구) 등이 고려로 전해졌기 때문에, 티벳 출신의 팍파 대사가 만든 몽골제국의 공용문자인 "팍파문자" 및 티벳어(장어) 자체에 대한 연구도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 세종대왕의 측근이었던 신미대사(信眉大師)가 티벳불교에 조예가 있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일부 일본 학자들은 팍파문자가 한글의 조상이라고 주장한 적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글을 보다 다양한 요소들의 통합적 연구에서 얻어진 산물이라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대왕 시기(15세기)는 이미 거대한 몽골제국과 원나라를 통해, 인도만이 아니라 중동 지역의 또다른 문법 및 음운학 연구도 전해져, 명나라 때 이르면 중국적 통합과 변용도 시도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세종대왕이 참조할 수 있는 선행 연구사례는 풍부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인류가 가졌던 언어학적 지식의 최종 완결판이 바로 "한글"이란 문자체계인 것입니다.


하지만 세종대왕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1음절 1글자" 조합원리가 가능한 비-아부기다형(자모음분리형) 문자를 만든 적이 없었습니다. 이 점만큼은 분명히 세종대왕의 위대하고도 독창적인 위업이 분명한 것입니다.


이상으로 바로 인류가 만든 최고의 과학적 문자이자 최후(=최신)의 문자가 탄생한 과정 및 "한글"의 독창성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게시물이 너무 길어져서 이상으로 1부를 마치고, 참조용 동영상 한편과 부록을 감상하면서, 다음 내용은 제2부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영상) 충남대 김차균 교수가 복원했다고 하는 15세기 방식의 <세종어제 훈민정음>의 한글 읽기 발음. 이 역시 당시와는 약간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대인들의 중세 한국어 발음에 대한 이해에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부 록


참고를 위해 티벳문자와 태국문자의 자음표를 추가합니다. 티벳문자는 티벳의 통일국가였던 토번의 송쩬깜뽀(松赞干布) 왕이 당대의 학자 톤미 삼뽀타를 인도에 파견해 연구케 한후 640년경(?)에 제정 반포한 문자입니다. 따라서 크메르 문자보다 약간 늦은, 거의 동시대에 유포된 문자입니다. 크메르문자는 정확한 제정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611년경 세워진 비문에서 최초로 등장하므로, 크메르문자가 티벳문자보다 몇십년쯤 앞서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찌되었든 자음의 음운학적 배열이 역시 산스끄리뜨어 음운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꺼   커   거   응아

                   (초성/종성 모두 사용)

 

 

 

 

 

  쩌      처      저      녀

 

 

 

 

  떠      터      더       너

 

 

 

 

 

  뻐      퍼       버      머

 

 

 

 

  쩌    처     저     워 (va)

 ------------

  이 3음은 치찰음 라인임.

  일본어의 "쯔"처럼 이빨 사이로

  새파람을 동시에 불어넣어 발음

 

 

  쎠   써(쓰하)    [어]    여

                ---

 '어'는 자체로는 발음이 안되고

 앞의 음절에 받침 이응으로 붙음.

 

 

  

 러(r)   러(l)    셔    써

 

 

 

 

 

 하(유성음)    어 (기본모음)    

 

 

    * 이 표에는 권설음인 떠/터/더/너 가 빠져있음. 원래 티벳어에는 권설음이 없지만, 경전 등에서 산스끄리뜨어

      고유명사를 표기하기 위해 위의 표에서 떠/터/더/너 를 좌우를 뒤집은 모양으로 사용함.

      이 점은 자음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어의 약점을 보강해, 다른 외래어들을 표기하기 위해 한글의 자음을

      더 만들 경우, 어떻게 만들지를 시사해주는 바가 있음.


그런데 크메르문자와 티벳문자를 잘 보시면, 현재 힌디어에 사용되는 산스끄리뜨 표기용 문자인 데와나가리와는 다소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문자가 만들어질 때는 데와나가리 문자를 참조하지 않았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크메르문자는 남인도 문자로서 동남아시아 여러 문자들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 빨라와문자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만, 아마도 다른 문자들도 역시 연구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유사한 시대에 사용되기 시작한 크메르문자와 티벳문자를 대조해보시면, 이 두 문자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어떤 다른 고대 문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추정이긴 합니다만..... 


다음으로 보여드릴 태국문자는 1283년(13세기) 수코타이 왕조의 람캄행 대왕 시대에 제정된 것입니다. 이 역시 음운학적 배열은 전통적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자모양은 기본적으로는 고대 크메르문자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문자를 만들었던 학자들이 데와나가리 문자도 참조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태국어는 자음이 발달되어 있는 언어로, 자음의 수가 많습니다.


꺼 커 커 커 커 커 응아 (초성+종성)

                                                        

 

 쩌 처 처 써 처  녀  

 

 

  더 떠 터 터 너 ---- 권설음라인 

  (실제발음보다는 범어 표기용)

      

  더 떠 터 터 터  너 

 

 

 

  버 뻐 퍼 퍼(f) 퍼 퍼 퍼 머

 

 

 여 러(r) 러(l)  워(v)  써  써  써 

     ---------

    받침으로 가면 "n"(니은)으로 변화

 

  허  러(받침 니은)   어    허 

* 태국어 발음에서 터/터/터  처/처 등 일부 유사발음들을 한국인들이 구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표는 태국의 자음을 전통적인 음운학적 배열로 나열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한글자모표를 음운학적 배열보다는 ㄱ/ㄴ/ㄷ/..... 순으로 별 의미없는 순서로 배우는 것처럼, 태국어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중자음/ 고자음/ 저자음 이라는 크게 3부류로 나눈 형식으로 가르치는 교과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아마도 여기에 제시된 음운학적 배열표가 훨씬 외우기 쉬울듯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태국문자를 만들었던 학자들의 생각과도 더 유사할 것입니다. 마치 세종대왕님의 아이디어 속에 ㄱ/ㄴ/ㄷ/..... 순이 아니라 가/카/응.. 다/타/나... 하는 식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한때 일본학자들이 "한글"의 원조라고 주장했던 1269년 몽골이 제정한 공용문자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쿠빌라이 칸의 국사였던 티벳인 팍파(Pags-pa) 대사가 만든 것입니다. 아마도 "한글"의 원조라기보다는 "한글"을 만드는 데 참조했을 가능성은 있는 문자입니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음성기관의 모양을 추상화해서 만든 것으로, 아부기다 문자들과는 전혀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팍파 문자(파스파 문자)는 티벳문자의 음성학적 분류와 매우 유사하고, 문자 모양도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 학자들은 사각형 틀을 기본으로 하는 그래픽적 요소에서 "한글"과 유사성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이 표는 좌우로 배열한 것이 아니라 상하로 배열되어 있다. 

 (좌측 1열)  꺼 - 커 - 거 - 응아     쩌 - 처 - 저 - 녀

 (좌측 2열)  떠 - 터 - 더 - 너 (권설음 라인)    떠 - 터 - 더 - 너

 (좌측 3열)  써 - 써 - 어 - 여 - 러(r) - 러(l) - 셔 - 써

 (좌측 4열)  허 - 어 - 쿠 - 셔 - 퍼(f) - 거  

 (좌측 5열)  모음 

 * 몽골어 및 팍파 문자의 음운학에 대해서는, 필자가 정교하게 공부한 바 없으므로, 발음이 다를 수도 있음.



* 시리즈물 바로가기


  ☞ "다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1) : 일반론에 관하여"

  ☞ "다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2) : 한글의 기능적 측면"

  ☞ "다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3) : 한글의 미학적 측면"

  ☞ "다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4) : 세계화의 도전"

  ☞ "다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5) : 언어에 깃든 사회학적 전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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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9.30 한글날이 다가오고 있어서,
    간만에 다시 손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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