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GlobalPost 2016-3-1 (번역) 울노 / 크메르의 세계
[칼럼] 태국 승왕 후보자의 벤츠, 그리고 태국 불교의 물신화
Why does Thailand’s top monk own a vintage Mercedes?
기사작성 : Patrick Winn
(방콕) — 전통적인 불교 승려의 소유물은 탁발용 항아리, 가사, 면도용 칼, 음료수에서 벌레를 걸러내기 위한 필터 정도이다. 그런데 태국의 최고위 승려에겐 이 모든 것에 더해서 25만 달러(약 3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클래식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가 추가된다.
태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불교 인구를 가진 국가이다. 하지만 지난 몇년 간 불교 승단은 사회적 논란이 된 승려들의 비행 사건들로 시달려 왔다. 그리고 이제 스캔달은 승단의 최고위층으로도 번지고 있다.
태국 경찰은 최근 '승가 최고회의'(Supreme Sangha Council: SSC) 의장이 1950년대에 제작된 고가의 우유빛 벤츠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승가 최고회의' 의장인 솜뎃 프라 마하라차몽칼라찬(Somdet Phra Maharatchamongkhalachan: 1925년생) 승왕 권한대행은 '솜뎃 추웡'(Somdet Chuang)이라고도 불리며, 14세에 출가하여 올해 90세가 된 인물이다.
솜뎃 추웡 승왕 권한대행은 물질주의 거부라는 불교의 이상을 구현해야 할 인물이라고 상정돼 있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그의 사찰 경내에 빈티지 벤츠 3대가 있었는데 그 중 1대가 미국에서 분해 상태로 수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태국 내에서 비밀리에 조립됐다는 의미로서, 통상 관세를 기피하기 위한 수법이다.
(사진: The Bangkok Post) 논란이 된 솜뎃 추웡 승왕 대행 소유의 빈티지 메르세데스-벤츠.
성지순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그의 사찰 경내에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불교는 금욕에 관한 것이 그 전부이다.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붓다는 새는 오로지 날개만 갖고 있을 뿐이라면서, "승려는 몸을 감쌀 가사와 배를 달랠 음식 정도에 만족한다. 그가 가는 곳마다 최소의 필요물만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승려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널리 존경받는 승려들에게조차 최소한의 소유물은 충분하지 못하다. 깨달음의 여정 속에서, 많은 이들은 아이폰을 구입하고, 흡연 습관을 갖고, 심지어는 은밀히 여자친구들을 두기도 한다.
* 참조기사 : "[동영상] 태국 제트기 스님의 귀환 : 럭셔리 & 럭셔리"(The Bangkok Post 2013-6-16)
태국의 신문들에는 승려들의 심각한 계율 위반 사례들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주지승들의 마약거래나 횡령된 돈의 일부 수수 의혹, 관광객들에게 멸종위기의 호랑이들을 안아볼 수 있도록 하는 기묘한 사원의 운영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생한 승단의 그늘진 사건은 2월15일 시위 승려들이 통제하는 군인들과 몸싸움을 벌인 일이다. 이 승려들은 승가최고회의에서 승왕(Supreme Patriarch, 쌍카랏[สังฆราช, sangha-raja])으로 추대된 솜뎃 추웡 스님을 지지하는 이들로서, 솜뎃 추웡 스님은 고급 빈티지 벤츠 소유로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현재 그는 승왕 대행을 맡고 있는데, 정식으로 승왕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총리의 지명과 국왕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또한 메르세데스 벤츠 소유 문제는 그의 추대 이후에 새롭게 터져나온 스캔들이다.
승려들의 이번 시위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오렌지색 가사를 두른 한 승려가 군인에게 가한 헤드락이다. 태국은 현재 군부정권이 통치하고 있고, 군 병력은 광범위한 권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날 시위에서는 많은 군인들이 시위 승려들에게 반격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들 중 일부는 마치 포로라도 된 듯 양손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승려들은 군인들의 가슴을 밀치기도 했지만, 군인들은 스님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신호를 보인 것이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기독교의 추악한 사제나 무슬림의 악의적 이맘이 보여주는 희얀한 광경에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불교의 어두운 이미지를 상상하는 일은 그보다 어려운 일이다. 불교 승려들은 종종 이상화돼 있기도 하다. 즉, 맨발의 방랑자들로서 모기 한 마리도 제대로 죽이지 못할만큼 인자한 사람들이란 이미지이다. 하지만 스님도 물론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다. 캄보디아의 학살자 폴 포트(Pol Pot: 1928~1998)도 젊은 시절 한때 출가를 하기도 했었다.
서양의 사제가 서품을 받기 위한 엄격함과 비교할 때, 불교 승려의 출가는 훨씬 더 단순하다. 동남아시아에서 출가란 은행가와 국수 노점상이 동일하게 희망하는 인생의 통과의례 같은 관행이다. 불교도 남성은 단 2주 사이에 출가 및 환속을 모두 마칠 수도 있다. 또한 부모의 상을 당했거나 악운이 겹쳤을 때 단기 출가를 하라고 강요당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들은 초보 출가자(사미)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삭발을 하고 성생활, 거짓말, 음주, 오락, 오후의 식사를 절제한다. 태국에는 약 30만명의 승려들이 있는데, 이러한 단기 출가자들이야말로 말보로 담배에서부터 모바일 게임 '앵그리 버드'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습들을 사찰 내로 유입시키는 데 있어서 아마도 가장 주된 창구일 것이다.
그러나 "비쿠"(bhikku, 比丘)라 불리는 완전한 수계를 받은 승려들은 200가지 이상의 계율을 준수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결코 섹스를 하지 말라. 심지어 그들은 장난도 칠 수 없다. 완전한 비구승은 대중들 앞에서 큰 소리로 웃어서도 안 된다. 식사를 할 때도 소리를 낼 수 없다. 소유물에 관해서도, 최소 6년간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담요도 새로 바꿀 수 없다.
핵심은 고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희 속에서 정신 및 물질의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며, 더 이상 "갈망의 그물 속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태국 불교 승려의 압도적인 다수는 단순히 그것만을 수행한다. 그들은 사소한 실수를 동반한 조용한 삶을 보내지만, 커다란 스캔들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행의 욕구가 공개된 소수의 승려들 때문에, 태국 승단 전체의 이미지자 고통받고 있다. 경찰이나 판사, 그리고 21세기의 여타 비행 권력자들과 마찬가지로, 승려들의 비행이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폭로되는 경우가 점차로 늘고 있다.
아마도 가장 망신을 당한 사례는 TV 방송을 통한 포교로 명성을 얻었던 승려 넨 캄(Nen Kham: 일명-'제트기 승려')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물 위를 걸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금화를 판매하러 돌아다녔다. 하지만 2013년에 [제트기 파일럿이 촬영한] 사진들이 유출된 이후 그는 위상은 추락했다. 해당 사진들에서, 그가 자가용 제트기 안에 앉아 달러화 뭉칫돈을 세고 있었다.
(사진) '제트기 승려'로 화제가 됐던 넨 캄. 이 사진은 해당 전세기 조종사가 개인적으로 촬영했던 것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이다. 넨 캄은 금전적 사기 외에도 미성년자 성폭행 등 각종 범죄 혐의로 승적을 박탈당하고 태국 정부의 수배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 영주권을 얻은 상태로서, "미국에서 새로운 태국 사찰을 건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 정부는 현재 그의 강제송환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 상태이다.
붓다는 "호화로운 침대"를 금지했었다. 2400년 전 그 물건은 진귀한 호사품이었다. 붓다는 '세스타' 비행기나 '아이폰' 휴대폰을 언급한 바는 없다. 또한 1953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300B 모델 같은 것의 소유를 금지한 바도 없다. 그렇지만 붓다는 임종 직전에 다음과 같은 무서운 경고를 남겼다.
"미래의 승려는 호사스럽게 사는 장로가 될 것이다."
그는 조언했다.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그런 일이 없도록 깨어 있으라."
* 참조용 게시물
- [칼럼] 태국 불교의 '국교화' 요구 : 경쟁력 상실한 불교의 마지막 탈출구 (New Mandala 2016-1-15)
- [분석] 태국 불교의 국교화 운동 : 좌절한 양극화 사회의 새로운 불씨 (Southeast Asia Globe 2016-2-11)
* 상위화면 : "[기사목록] 2016년 태국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