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호주국립대학(ANU) 발행 온라인 저널 <뉴 만달라>(New Mandala) 2016-1-15 (번역) 울노 / 크메르의 세계
[칼럼] 태국 불교의 '국교화' 요구 : 경쟁력 상실한 불교의 마지막 탈출구
Buddhist politics and Thailand’s dangerous path
기고 : 켐텅 통사꾼랑루웡 (Khemthong Tonsakulrungruang: 태국 헌법학자)
다원화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불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지면서, 이 종교는 보다 과격해지고 국가적 권력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태국의 '헌법 초안위원회'(CDC)는 불교를 국교(國敎)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또 다른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CDC의 이같은 거부 결정은 현재의 CDC가 아무리 급진적인 보수 성향을 보여왔다고 할지라도, (지난 1997년, 2007년, 2014년에 설치됐던 이전 CDC들의 선례를 따라) 국가와 종교 사이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중립적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CDC는 발표문을 통해 [소수 종교의] 소외와 종파적 분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불교계 내 근본주의자들의 압력에 맞서면서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해나가려 했다.
하지만 태국에서 새로운 헌법이 초안될 때마다, 불교를 국가 공식종교로 삼자는 요구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왔고, CDC가 빠져나갈 여지는 더욱 좁아져왔다.
불교의 국교화 운동은 불교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태국다움"(Thainess)의 유지에 얼마나 공헌해왔는지를 강조하면서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불교의 국교화 논쟁은 급속도로 선정적이고 감정적인 문제로 변했다. 심지어는 CDC가 불교의 국교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던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의 연설문까지 인용했지만, 극단주의자들은 푸미폰 국왕이 불교를 국교라고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연설문 내용을 찾아내 응수하기도 했다.
CDC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 알려진 후, 일부 불교도들은 다가올 개헌안 국민투표에 불참하자는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하락 중인 군사정권의 지지율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는 악재이다.
많은 태국인들은 불교를 국교로 공식 인정하는 일이 좋은 헌법의 핵심적 요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태국이란 국가가 현재 시달리고 있는 정치적 소요로부터 벗어나는 데 불교 윤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현재의 정치 위기가 단순히 윤리적인 정치인들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단순한 발상이다. 불교가 국교의 지위를 획득하면, 정부는 불교 진흥을 위한 의무를 갖게 된다. 승려들과 신도들은 불교가 보다 나은 보호조치와 국가 보조금, 그리고 공적 차원에서 두드러진 위상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태국의 헌법들에서 불교는 보호를 잘 받았고, 비공식적인 지위에도 불구하고 법조문 안에는 불교 및 불교적 이념에 관한 언급들이 많이 나타난다. 1997년 이래로, 태국의 헌법들은 항상 불교 및 여타 종교들의 보호와 진흥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언급해왔다.
국왕도 불교의 신조에 관한 고백을 해야만 한다. 지난 2007년 '법치'(rule of law, 法治)에 해당하는 용어로서 태국어 낱말 '니띠랏'(nitirat)과 '니띠탐'(nititharm)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불교의 '담마'(Dhamma, 法) 개념에 더욱 가깝다는 이유로 '니띠탐'이 선택됐다. 2014년에 초안됐다가 결국엔 부결됐던 개헌안은 윤리적 인물을 공직에 임명하는 일의 중요성 및 도덕성 부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명시적으로 강조했었다.
2014년 CDC는 불교 윤리에 관해 특정해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당시 개헌안이 불교 윤리를 구체화시킨 것이란 점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도 태국 정부는 다른 종교들에 비해 불교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하고 있다. 전국의 각급 공립 학교들은 불교 수행이나 교리를 가르친다. 불교적 가치들은 음주나 낙태에 관한 정책이나 검열 같은 문제들에서 정부의 공적 입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도 활용된다. 최근에 발생했던 정치적 시위 중에는 승려들이 이끄는 '담마 군대'(Dhamma troop: 호법군)가 별다른 책임도 지지 않고 여러 법률을 위반했다. 태국은 "사실상의" 불교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의 태국인들이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교가 태국의 공식 종교가 되지 않는 한 불교를 보호하는 조치는 결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많이 있지만, 특히 불교가 젊은 세대에게서 선도적인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는 두려움도 큰 원인이다.
태국의 불교는 단 한번도 현대화 혹은 이성적 개혁을 이룬 적이 없기 때문에, 오늘날 태국 사회에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해석은 절대화된 상태이고, 그러한 정설에 대한 도전은 거부되며, 불교 철학도 낡은 사상이 됐다. 주지승들이 축적한 부와 승려들의 저지른 비행들 때문에 '승가'(Sangha)의 약점에 대한 비판도 증가하고 있다. 불교는 보다 젊고 비판적인 세대에게 호소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
불교도들은 불교계 내부의 문제 외에도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위협들도 물론 감지한다. 태국 최남단 지방의 무슬림 반군 소요사태에서, 무슬림 반군들은 승려들을 살해했다. 남부 무슬림 소요사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태국 정부는 이슬람교에 대한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극단주의 불교도들은 이러한 조치를 위험한 관용책으로 여긴다. 태국의 기독교 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불교도들에겐 또 다른 위험이다.
이러한 긴장 상태는 불교 승단에서 그릇된 움직임을 일으켰다. 가령 불교 학교들이 무슬림 여학생의 히잡 착용 금지조치를 내린 것, 정부가 후원하는 '이슬람 은행'에 맞서 '불교 은행' 설립을 주장한 일, 승려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모스크에 방화를 하자는 제안, 기독교 자선재단의 기부금으로 제공된 서적들과 광고물을 압수하자는 요구 등이 그것이다.
태국 불교의 약화와 권력 쟁취의 야망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 국가적 진흙탕 싸움에서 출현한 징후이다. 불교는 너무 망가졌고, 그 결과 더욱 다원화된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할 만큼 약화됐다. 그들은 이제 국가 권력에서 궁극적인 해법을 찾으려 한다. 이런 과격한 계획이 온건파들을 멀어지게 만들긴 하겠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불행하게도, 불교 정치가 태국을 위험한 길로 들어서게 만들고 있다.
* 참조용 게시물
- [분석] 태국 불교의 국교화 운동 : 좌절한 양극화 사회의 새로운 불씨 (Southeast Asia Globe 2016-2-11)
- [칼럼] 태국 승왕 후보자의 벤츠, 그리고 태국 불교의 물신화 (GlobalPost 2016-3-1)
* 상위화면 : "[기사목록] 2016년 태국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