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어판 2015-3-23
“언론의 자유란 없다”… 리콴유 전 총리의 언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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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2013년 3월20일,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가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 포럼에 참석한 모습. |
기고 : Melanie Kirkpatrick
23일(월)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현대 싱가포르의 기반을 세운 인물로 여겨진다.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낸 그는 습지로 뒤덮인 섬을 부유한 제1세계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취한 조치 중 하나는 경제적 자유가 융성하게 함으로써 싱가포르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 시장’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싱가포르인들은 정치적, 개인적 자유에 있어서는 운이 좋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도 이에 해당된다.
리 전 총리는 서구 언론의 반대자로 유명했다. 그는 1988년 미국신문편집자협회에 “우리는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인 기자들이 자국민들에게 싱가포르 소식을 전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말했으나 “하지만 미국 언론이 미국에서 하는 역할, 즉 정부의 감시자, 적, 심문관 역할을 싱가포르에서도 맡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싱가포르에서 배포됐던 거의 모든 국제 간행물이 싱가포르에 대한 보도를 둘러싸고 싱가포르 정부와 갈등을 빚거나 소송 또는 소송의 위협을 당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뉴스위크, 로이터, 타임은 그중 일부일 뿐이다. 나는 싱가포르 법정에서 승리했다는 언론기관을 들어본 적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발행사이자 지금은 폐간된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의 발행사이기도 했던 다우존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985년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싱가포르 정부가 야당 소속 의원 2명 중 1명을 괴롭히는 것을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가 정부에게 제소당했다. 다우존스는 이후에도 여러 번 소송을 당했으며 배포 금지, 비자 거부, 기자들의 취업 허가 거부 등을 겪었다.
1986년 싱가포르 의회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밝혀진 해외 출판물의 판매 또는 배포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입 여부는 통신정보부 장관이 판단하도록 했다. 장관은 싱가포르 관보 ‘가제트’에 이와 관련해 발견한 사실을 게재하면 위반 출판물의 유통과 배포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 관행은 ‘가제팅’이라고 알려졌다.
리 전 총리가 두려워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한 마디로 독자들이었다. 그는 싱가포르인들의 능력에 회의적이었다. 싱가포르인들이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평가한 뒤 (리콴유 그의 의견과 같은) 소위 올바른 의견을 스스로 형성할 수 있을 거라는 데에 확신이 거의 없었다.
리 전 총리는 “많은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모방한다”고 1971년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신문편집인협회 연설에서 말했다. “비행기 납치가 보도되면 다른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행기 납치가 잇따라 일어난다. 반체제 단체가 외교관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 조만간 다른 국가에서 비슷한 납치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싱가포르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언론 보도로 인해 폭동이 촉발돼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인용한 다음의 문장으로 헬싱키 연설을 마쳤다. “언론의 자유, 뉴스 매체의 자유는 싱가포르의 통합과 선출된 정부의 목적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와 비교해, 후순위다”
내가 좋아하는 ‘리콴유 언론 전쟁’ 스토리 중 하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싱가포르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을 ‘가제팅’하면서 발행 부수를 일일 약 5,000부에서 400부로 제한했을 때다. 이 조치는 싱가포르 통화국의 장문의 서한 2통을 글자 그대로 인쇄하라는 요청을 저널이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허용된 발행 부수 중 대부분을 정부 혹은 정부 관련 도서관으로 보내도록 명령했다.
어느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싱가포르 사무소에 전화가 왔다. 총리실이 당시 리 총리의 신문 구독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발행 부수가 제한된 건 알고 있지만 그건 분명 총리가 받는 신문에는 적용되지 않는 거라고 말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리 총리가 특별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즉, 총리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와 해설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 자기 신문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모든 싱가포르인들처럼 한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도서관에 가서 보라는 것.
커크패트릭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사설란의 부편집장을 지냈으며 이 신문에 실린 사설로 인해 싱가포르에서 법정모욕죄로 두 번 기소됐다. 커크패트릭을 비롯한 편집인들은 벌금형을 받았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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