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FP 2015-12-25 (번역) 난파 / 크메르의 세계
[르뽀] 미얀마의 잔인한 격투기 '레훼'로 유입되는 외국인 파이터들
Foreigners drawn to Myanmar's bone-crunching kickboxing
기사작성: Athens Zaw Zaw
미얀마 양곤. 뼈가 부서질듯 격렬한 킥복싱 시합. 미얀마인 챔피언이 미국인 도전자의 얼굴에 라이트훅을 적중시켜 1라운드만에 쓰러뜨리자 경기장엔 함성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이 미국인을 비롯하여 점차 그 수가 늘고 있는 여타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전통 무술 레훼(Lethwei)가 지닌 본연의 잔인성이 미얀마를 찾는 이유이다. 그들은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자신들의 격투 기술을 시험해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레훼는 [동남아시아 킥복싱류(Indochinese kickboxing) 가운데 유일하게] 박치기를 비롯한 고통스러운 타격을 허용한다. 레훼 선수들은 레훼가 동남아시아 킥복싱류 중에서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태국의 무워이 타이(Muay Thai: 무에타이)보다도 더욱 잔인하다고 한다.
레훼 선수들은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난타를 하기 위해, [천으로] 손을 감싸기는 하지만 글러브를 끼지는 않는다. 승리는 오직 KO승 뿐이다. (역주: '항복' 역시 기절했다 깨어난 선수의 의사를 물은 후에 결정함. 게다가 체급 제한도 없어서 큰 선수와 작은 선수가 맞붙기도 함.)
이날 밤 링 위에 올랐던 33세의 근육질 복서 사일러스 '블랙 다이나마이트' 워싱턴(Cyrus "Black Dynamite" Washington)은 당일 경기 출전선수명단에 오른 프로 복서 중 한명이었다. 레훼 경기가 붐을 이루고 그 상금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 미얀마에서, 그는 여러 번의 레훼 출전 경력을 갖고 있다. 워싱턴은 미얀마 최고의 레훼 선수 툰 툰 민(Tun Tun Min)과 경기 직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치기?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모든 방식의 싸움이 다 위험하다고 본다. 링 위에서는 박치기, 강력한 발차기, 그리고 여타 신체적 공격이 전부 위험하다."
그러나 일요일(12.20) 경기에서 박치기는 워싱턴의 걱정거리가 되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겨우 일 분이 지날 무렵, 툰 툰 민이 날린 번개 같은 라이트 훅 한 방에 그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영상) 이 날 경기 전체 영상. 큰 주목을 받았던 이들의 3차전은 툰 툰 민의 한방으로 다소 싱겁게 끝났다.
레훼의 오랜 역사
그러나 워싱턴은 자신이 링 위에서 직면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태국의 '무워이 타이' 전문 복서로서, 태국의 이웃국가인 미얀마 방문 빈도를 점점 늘려오던 중이다. 그는 과거에도 이미 툰 툰 민과 두 번이나 경기를 가졌고, 서로 1승1패를 주고받았다. 그는 미얀마 전 국가 챔피언 소우 응아 만(Saw Nga Mann), 또다른 유명 파이터 투 투(Too Too)와도 경기를 가진 적 있다.
미얀마에서 레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얀마 중부 평원의 바간(Bagan 혹은 Pagan)에 산재한 사원들의 조각상들에는 남성 두 명이 결투를 벌이는 것 같은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레훼의 역사가 천 년이 넘었음을 추정케 해준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레훼는 미얀마 동부의 카렌 주(Karen)와 몬 주(Mon)에서 그 명맥을 유지했다. 이 지역들에서는 스님의 장례식에서부터 신년 축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념 행사에 레훼가 열린다.
앞자리 관중들은 선수들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거나, 이따금 흥건한 피나 땀, 혹은 침을 뒤집어쓸지도 모를 만큼 링에서 가까운 거리에 앉는다. 또한 어리게는 10세 정도의 아이들이 출전하는 경기도 드물지 않다.
3분 5라운드가 끝나도록 누구도 KO 당하지 않으면, 경기는 무승부로 끝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파이터들이 레훼 링에서 싸우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추세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얀마의 레훼 전문가 진 린 흐뚠(Zin Lin Htunn)에 따르면, 첫 외인 파이터가 레훼 시합에 출전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주로 태국 출신이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일본, 미국, 필리핀,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코스타리카 출신 복서들이 미얀마를 찾고 있는데, 보통은 먼저 태국에서 무워이 타이 훈련을 받은 경우가 많다.
"외국인 파이터들은 레훼가 가장 고된 무술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레훼 시합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들이 얼마나 센 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군부독재에서 유사 민주주의로 이행한 정치적 변화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부분적인 도움이 됐다.
큰 꿈
툰 툰 민의 한해는 레훼의 인구학적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나는 올해 9번의 경기를 가졌지만, 그 중 미얀마인 상대는 없었다. 모두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었다."
툰 툰 민은 2014년도 미얀마 레훼 챔피언이다. 그를 비롯한 내국인 파이터들의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파이터들은 레훼의 국제적 지명도 제고에 도움을 준다.
툰 툰 민은 레훼 복서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다. 툰 툰 민이 선수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의 대전료는 불과 1,000짯(kyat: 약 900 원) 남짓이었다. 그는 활짝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나는 한 경기에 650만 짯(약 584만7800 원) 정도를 받는다. 복서에게 이 액수는 미얀마 최고의 수준이다."
툰 툰 민은 미얀마 스타일의 격투기인 레훼를 다른 나라에도 전수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 태국의 무예로 유명한 무워이 타이에 비해, 미얀마의 레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얀마 레훼 연맹'(Myanmar Lethwei Federation)의 사이 소우 소우(Sai Zaw Zaw)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얀마 레훼를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해, 우리는 정부와 사회의 격려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
미안마는 지금 대규모 관광산업 붐을 장려하고 있다. 일요일 시합에서도 관중들 중 일부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은 이 거슬리는 격투기의 새로운 관객층이다.
미국에서 온 관중 줄리안 알렉스(Julian Alex)는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미얀마 레훼를 좋아하지만, 더 아름다운 싸움을 보고 싶다. 그러나 미얀마 복서들은 몸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용감해보인다."
* 참조용 게시물
- [개론] 캄보디아 전통 킥복싱 "쁘러달 세레이" (편역: 크메르의 세계)
- [포토 에세이] '무워이 타이'(무에타이) :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어우러진 태국의 국기(國技) (Khaosod English 2014-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