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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태극권 강의(6) 태극경의 동력-5

작성자박하균|작성시간18.09.11|조회수398 목록 댓글 0
전사경의 이중구조.

진식태극권의 대표적인 발경 초식은 엄수굉권입니다. 일종의 주먹지르기이지요. 그러나 일반적인 인상과 달리 엄수굉권은 그저 발경의 초식인 것이 아닙니다. 엄수굉권에는 화경의 과정이 이미 그 안에 내재하고 있습니다. '화발동시(공방일치)'라고 부르는데 사실 시간상으로는 발경에 앞서 상대를 제어하는 화경의 메커니즘이 먼저 작동하는 것이지요. 엄수굉권 뿐 아니라 모든 태극권 초식에서는 화경과 발경은 항상 쌍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의 속도는 비할데 없이 빠른데 그것은 전사경의 이중구조 덕분입니다. 화경과 발경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자연스러운 구조가 바로 전사경에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전사경의 이중구조란 무엇일까요. 이 물음으로 바로 들어가기 전에 양식태극권과 진식태극권 간의 해묵은 논쟁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 해묵은 논쟁의 해결점을 제가 제안한 태극경 혹은 전사경의 이중구조라는 개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논쟁은 이렇습니다. 양식태극권의 입장에서 보면 진식태극권은 진가권, 즉 외가권의 일종이지 내가권이 아닐뿐더러 태극권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식의 추수는 그저 힘을 겨루는 "소싸움"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양식태극권의 창시자인 양로선이 진가의 진장흥에게 배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양로선은 형태를 빌렸을 뿐 이른바 "펑경"의 비밀은 양가 고유의 것이고, 바로 그것이 태극권을 태극권으로 만드는 핵심 비의라는 것입니다. 진식의 전사경은 그 펑경을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태극권일리 없다는 것이고, 진식의 전사경은 펑경이라는 내공이 아니라 몸의 구조를 사용하는 외공이란 뜻입니다. 그 펑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문외불출이라고 하니 저는 직접 배운바는 없습니다. 당연히 공적인 자료로 나온 것도 없습니다. 양가의 특정분파는 알리지 않기 위해 무척 노력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아헌 노사의 양식태극권를 전하는 아헌무관이라는 도장 홈페이지에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뭐 그 내용은 조금 있다 논하기로 하고, 여튼 양가는 진가를 태극경이 뭔지 모르는 외가권자들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러한 공격은 진가태극권이 세상에 나온 진발과의 시대부터 있던 주장입니다. '강유상제'라는 진가의 유명한 구결이 시비의 핵심이 되었겠지요.

그렇다면 여기에 진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별 효과적인 대응을 못했던 걸로 보입니다. 우리도 태극권 맞다. 우리도 의를 사용하지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방송이 우리의 핵심 구결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강유상제의 '강'도 부드러움에서 나온 강함이지 힘을 쓰는 것이 아니다 등. 진발과는 세인들이 부드러운 양가의 태극권에 대비해 그의 태극권을 강권태극권이라 부를 때 강권태극권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답니다. 자신의 권이 결코 외가권이 아니라 내공을 사용하는 태극권 맞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 말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지만 그 당시 내공을 기르는 운기법이 없지않느냐는 양가 인사의 질문에는 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도 하구요. 현대에 와서는 추수, 즉 실전으로 붙자 뭐 이런 기류가 강한 듯 합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추수 시합에서 보면 사실 양가는 '펑경'이든 뭐든 사람을 날리는 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실전에서 공개적으로 붙자는 말이 맞는 말이긴 한데 여기에는 이 실전의 이름으로 진가의 약점하나를 감추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양가에 비해 이론이 부족하다는 측면이지요. 붕리제안, 십삼세 이런 것들이 사실 양가의 이론체계에서 나온 것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지적하고자 하는 진가가 놓치고 있는 지점은 붕리제안 같은 그런 체계들이 아니라, 진가태극권의 핵심인 전사경의 원리에 대한 규명입니다. 진가에서 그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그 논의가 누에실, 나사 뭐 이런 수준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양가의 주류는 어차피 이미 신비주의를 자신의 길로 삼았기 때문에 도나 기, 내공, 뉴에이지 과학 등 기타 신비주의의 용어로 자신들의 비밀을 감싼다고 해도 별 간섭하고 싶지 않습니다. 태극권의 세계적인 보급과정이 보여주듯이 그 길이 꼭 태극권의 대중화와 발전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구요. 문제는 진가입니다. 자신의 태극권이 과학과 합리에 의거하고 있다고 늘상 주장하고, 진가태극권의 비밀은 모두 공개되었다고 얘기하면서도 논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진가 태극권사들의 이론적 나태 외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움직임의 그 원리를 과학과 합리성으로 새롭게 규명해야 하는 것, 그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학과 합리의 이름으로 겪고 있는 진가태극권의 강권태극권화도 막을 수 있겠지요. 진발과의 말대로 강권태극권이란 말은 모순이며, 양가의 지적대로 그것은 태극권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논의로 돌아가서, 힘이 아니라 의를 사용하는 전사경의 원리는 무엇이고, 힘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발생하는 그 빠름과 강맹한 경력 그리고 실전성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태극경의 이중구조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위의 양자간의 논쟁을 화할 수 있을까요.

앞의 강의에서 우리는 동력의 측면에서 본 태극경의 구성요소를 첫째 몸힘(wholebody movement)의 사용( E=1/2mv^2), 둘째 중력가속도의 이용(E=mgh), 셋째 자세반사의 의식적 조절, 넷째 상대방의 긴장(tensions of fascia)을 폭발시키기 이 네가지로 정리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네가지 발경의 동력 중 어느것도 사용될 때 우리에게 주관적으로 힘을 쓴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힘의 사용에 대한 설명에서 태클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예를 사용했기에 수평으로 달리는 힘을 쓰는 것이 아니냐 하실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그 말은 몸의 일부 예를들어 주먹이나 발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에너지를 이용하라는 의미일 뿐 다른 뜻이 없습니다. 공식상 같은 속도일 때 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하니까요. 게다가 태극권 초식으로 예를 든 옥녀천사의 초식에서도 사실 주관적 감각 상으로는 앞으로 '힘을 써서 뛴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순간 몸을 송해서 침하고 그에 따라 자세반사가 과(hip joint)에서 발생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진다'라는 수동적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몸이 수평으로 이동할 때 조차도 이용되는 에너지는 중력과 자세반사라는 것이지요. 이 중 자세반사는 당연히 몸에서 일어나는 생체에너지의 작용이기에 근육을 포함한 몸의 적극적인 힘이 사용되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힘쓰기는 내가 적극적으로 힘을 쓴다는 느낌이 거의 없는 힘쓰기입니다. 중학교 다닐 때 배운 무릎반사실험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무조건반사가 뭐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실험이지요.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사람의 무릎 앞쪽 인대를 가벼운 고무망치로 퉁치면 자기도 모르게 다리가 뻣어지는 거지요. 바로 그 느낌입니다. 주관적으로는 힘을 쓴다는 느낌을 전혀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한 동력인 상대방의 긴장은 내것 조차도 아닌데 어찌 내가 힘쓸 것이 있겠습니까.

검토가 보여주듯 태극경의 동력은 그 어느것도 힘을 쓴다는 느낌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옆으로, 그러니까 수평 방향으로 밀때조차도 사용되는 것은 다리의 힘이 아니라 중력과 자세반사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몸이 수직의 중력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구조를 따라 빗면으로 미끄러지는 것이지요. 중력에 의해 빗면을 구르는 돌처럼요. 전사경 중 정면전사를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처음 연습할 때는 다리의 힘으로 좌우로 밀지만 태극경의 감을 찾게 되면 몸의 힘을 빼고 그저 좌우로 미끄러질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힘을 쓴다는 주관적 감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시 위치에너지를 쌓기위해 몸을 위로 올리는 힘도 그저 자세반사의 작용일 뿐이므로 마찬가지로 축경의 과정에서도 힘을 쓴다는 주관적 감각은 없습니다. 그저 발경하기 위해 힘을 뺀다는 감각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그저 초식의 의도에 따라 송침할 뿐인 것이고, 송침에 따른 자세반사의 트랙을 특정 방향으로 활성화 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각양각색의 초식일 뿐입니다. 원리가 이러하기에, 모든 태극권 명사들이 누차 말했듯이 태극권은 힘이 아니라 의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어기고 힘을 쓴다는 의도가 생기는 순간 반사의 트랙은 길이 막히게 되고, 경 또한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게 됩니다. 자세반사는 오직 온몸의 긴장을 뺏을 때 바르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이상의 논리를 전사경의 이중구조라는 맥락으로 재배열 해보도록 합시다. 전사경은 기본적으로 회전운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추를 중심으로 하는 수평적 회전과 양쪽의 과(hip joint)를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회전, 이 두가지 축이 만나 상하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구형태(sphere)의 회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축들이 만나는 중심을 전통적으로 단전이라고 불러왔지요. 단전에 대한 해부학적 논의는 앞으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사경의 운용이 단전을 중심으로 수평방향과 수직방향 두가지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전사경을 구성하는 이 수직방향의 움직임과 수평방향의 움직임의 노선을 전사경의 이중구조라고 부릅니다. 수직방향의 움직임이던, 수평방향의 움직임이던 그 힘의 동력은 중력과 자세반사라는 사실은 바로 앞에서 논했구요. 그렇다면 태극경의 동력의 측면에서 이 이중구조의 역할이 무엇이냐 이것이 핵심이겠지요. 간단합니다. 수직운동이 주로 화경을 담당하고 , 수평운동이 주로 발경을 담당합니다. 그러니까 엄수굉권을 예로든다면 수직운동이 상대방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수평운동이 상대를 타격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쪽 과(hip joint)를 아래로 회전, 즉 송침하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동시에 송침의 힘을 전달하여 척추를 수평으로 회전하면서 상대를 타격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화경과 발경은 거의 동시에 발생하면서도 그 구별되는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이 원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저는 전사경의 이중구조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밀면 자연스럽게 수평방향으로 밀리면서 과의 구조에 따라 또 자연스럽게 수직방향으로 송침되고, 송침하면 자세반사의 전이에 의해 상대는 자연스럽게 제어되고, 그 순식간에 제어되어 당황하는 상대에게 또 자연스럽게 수평방향으로 타격을 날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수굉권 한 초식에 사실 상대방은 두번의 충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제어될 때의 충격과 타격 받을 때의 충격, 이 두개의 충격 중 태극권의 관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첫번째 충격입니다. 태극권을 태극권으로 만들어주는 독특성이 바로 이 화경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화경 없이 상대를 넘어뜨리려 하면 유도처럼 될 것이고 화경 없이 상대를 치려하면 권투처럼 될 것입니다. 화경이라는 제어기 없이 발로만 차면 태권도가 될지도 모르지요. 결국 화경 없는 발경은 이미 태극권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발경 없이 화경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니까 태극권의 핵심, 그 정수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전사경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강맹한 발경을 빼버린다면 말입니다. 여러가지로 상상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 실제적 결과가 바로 현재의 주류적인 양식태극권이라고 봅니다. 이른바 '펑경'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큰 움직임 없이 날리는 시연이 바로 제가 논한 화경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비슷한 시연이 일본의 '합기올리기'라는 것인데 내 손목을 제압한 상대를 서거나 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에서 내던지는 것이지요. 합기올리기를 해보시면 알겠지만 원리상 화경과 합기가 다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참고로 제가 자주 언급하는 정만청계의 스캇 메러디스와 더불어 한국의 아헌무관 관장도 태극권과 합기가 거의 동일한 것이라는 관점을 취합니다. 어쨌든 발경을 배제한 화경, 이것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양식태극권 경력시범, 즉 '펑경'이라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현대의 양식태극권이 어째서 실전적으로 약한가, 그러니까 어째서 태극권추수시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도 바로 도출됩니다. 태극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화경의 수직적 에너지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수평적 발경에 소홀한 결과라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결론은 저의 이론적 상상일 뿐 실제 양식태극권이 내부에서 어떻게 연습되는지는 실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두 섣부른 추측이 될 뿐입니다. 그러나 양식태극권을 배우고 있는 어떤 분이 진식태극권의 전사경을 두고 '침경이 없다 그러므로 태극권이 아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제 추측이 가히 틀린 것은 아닌 것으로도 보입니다.

어쨌든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그만하고 이제 전사경의 이중구조라는 논의가 정작 진식태극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사실 더 논할 것도 없습니다. 위의 논의를 정리하기만 하면 됩니다. 첫째 전사경에는 발경의 국면과 더불어 화경의 국면이 있다는 것, 둘째 화경은 과를 송하는 것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에 힘을 쓰는 것과는 상관이 없으며, 셋째 발경의 국면에서도 사용되는 것은 중력과 자세반사이므로 힘을 쓴다는 감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전사경의 원리를 볼때 졸력은 전사경과 상관이 없으며 강권태극권이라는 말은 모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진식태극권 애호가 여러분들도 제발 어깨에 힘 좀 빼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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