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의 빚을 많이 지고 사는 사람이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들의 사랑과 배려속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빚을 갚기는 커녕 늘어만 가니 이 세상을 떠날 때 이 큰 부채를 어찌할 지 걱정이 된다.
물질적 빚은 갚을 방법이 명확하지만 마음의 빚은 더 복잡하고 어쩌면 영원히 갚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부담은 때로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갚지 못한 빚이 내 마음에 깊은 주름을 남기고 그 부채의 크기는 삶의 끝에서조차 나를 따라올 것만 같다.
죽음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말을 듣곤 하지만 나는 이세상을 떠날 때도 마음속에 갚지 못한 빚의 무게를 안고 갈까 봐 걱정이 된다.
내인생은 그리 길지않다.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 안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충분히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을까?
어떤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어떤이는 더 이상 나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
삶이 그리 너그럽지 않아 사람들은 떠나가고 관계는 변해 가며 그 빚은 더 갚기 어려워졌다.
그들에게 지은 마음의 빚을 제대로 갚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종종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경우, 어쩌면 마음의 빚을 갚는 방법은 그들의 가치를 기억하고 삶으로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누군가 나에게 베풀어준 사랑과 친절이 나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 진다면 그것은 내가 받은 것을 갚는 일종의 순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의는 나의 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에게 전해져야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닌다.
이로 인해 마음의 빚을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받은 것 처럼 세상에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