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
김혜련
체중조절에 실패한 시간이
퉁퉁 부은 얼굴로
아파트 정문 앞을 서성거리는 밤 10시
나는 우산을 쓰고 뒤돌아서 걸어가는
달님의 무거운 어깨를 보았습니다
누군가 참 혹독하게 아팠던 모양입니다
온난화로 끓고 있는 이 지구 위에서
뼈대가 보이는 낡은 주공아파트 베란다에서
오래전에 내 심장도
목 잘린 거미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지독하게 아팠습니다
대학병원 유능한 의사조차
통점을 찾지 못해
내 동공은 24시간 개방된 채
달님의 입술만 바라봤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그 절박한 기도조차
목이 메고 손끝이 떨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습니다
또 누군가 통증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달님의 무거운 어깨라도 주무르며
노모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통사정하고 싶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용기가 없어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와 방문부터 걸어 잠그고
아무도 몰래 달님께 피맺힌 디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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