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 양식을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도록 바꾸어 놓았다. 휴대폰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휴대폰으로 이동하면서 전화를 하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TV를 본다. 그런데 경영 기법은 이와는 대조되게 상대적으로 천천히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 경영에서 사용되고 있는 표준화된 작업방법, 생산계획, 원가회계, 수익분석, 보고 시스템, 보수체계, 예산관리 등 이 모든 것이 19세기에 태어난 사람들에 의해 발명됐다. 경영의 아버지들,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와 막스 베버(Maximilian Weber)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생산성을 높여야만 했고 이는 표준화된 업무, 상세한 직무명세서, 상명하달식 명령체계, 계층화된 보고 체계 등 관료 조직 형태로 실현됐다. 이렇게 우리는 여전히 테일러의 방식대로 일하고 있고 베버가 만든 조직구조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20세기 경영방식, 즉 매니지먼트 1.0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효율 극대화’ 좇던 매니지먼트 1.0의 시대는 갔다
그런데 매니지먼트 1.0은 효율 극대화라는 큰 선물을 주었지만 또한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엄격한 상하 위계질서, 조직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단절, 엄격한 업무 표준화, 경직된 조직 등이 그것이다. 바로 무기력하게 주어진 일만 하는 직장인들을 대량 생산시킨 것이다. 대량생산 시대에는 매니지먼트 1.0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남보다 앞서 제품을 생산하고 팔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인터넷으로 제품 정보를 발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제품이 마음이 안 들면 금방 바꿔 버린다. 기술 발달로 진입 장벽도 낮아져 남보다 앞서 시장을 창출해도 금새 경쟁자들이 치고 들어온다. 이런 환경 하에서 혁신 지향적이지 않은 기존의 매니지먼트 1.0 조직은 힘을 못쓴다. 코닥(Kodak), 시어스(Sears), GM, 토이저러스(Toys-R-Us) 등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글로벌 기업들이 왜 힘없이 쇠퇴해 갔을까? 매니지먼트 1.0 조직을 고수했다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과 같은 경영 방식을 고수하면 기업의 10년 뒤 운명을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으로 세계의 경영지식인들이 똘똘 뭉쳤다. 세계적인 구루 게리 하멜(Gary Hamel)을 필두로 경영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경영학자, 진보적 경영자 등 35명이 2008년 5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컨퍼런스를 열었다. 그들은 현대 경영이 간과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1.0 조직’의 폐해를 파헤치고 창의성과 열정이 가득 찬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그 토론의 결과물인 매니지먼트 1.0을 넘어 2.0의 길을 밝혀줄 25개의 탐사 항목을 결정했다.
매니지먼트 2.0의 길을 밝혀 줄 25개 탐사 항목
1. 사명감에 불타는 조직을 만들어라
2. 경영시스템에 공동체/시민의식을 불어 넣어라
3. 경영의 철학적 기반을 구축하라
4. 계급구조의 폐해를 제거하라
5. 공포를 줄이고 신뢰를 쌓아라
6. 새로운 통제의 수단을 발명하라
7. 혁신/협동의 설계자로 리더십 역할을 재정의하라
8. 다양성을 확장하고 개척하라
9. 전략 창출을 프로세스화 하라
10. 조직의 구조를 파괴하고 분해하라
11. 과거에 얽매이지 말아라
12. 방향 설정하는 작업을 공유하라
13. 전체적인 성과측정지표를 개발하라
14. 경영의 시간적 틀과 시야를 확장하라
15. 정보의 민주주의를 창조하라
16. 진보주의자들에 권한을, 보수주의자들은 무장해제를
17. 직원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라
18. 아이디어/자원 배분을 위한 내부시장을 만들어라
19. 의사결정에서 정치색을 없애라
20. Trade-off 문제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라. (경쟁과 협력, 규율과 자율처럼 겉보기에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요소들을 양립할 수 있게 하라)
21. 인간의 상상력을 더욱 자유롭게 하라
22. 열정의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게 하라
23. 열린 세계를 위해 경영을 재편성하라
24. 비즈니스 언어와 관습에 인간성을 부여하라
25. 경영 마인드를 재교육하라
위 25개의 항목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비전을 공유하라, 직원에게 자율을 주어라, 상상력을 자극하라 등 들었을 때 ‘특별한 게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슈퍼마켓 업계의 혁명가 ‘홀푸즈마켓’ 사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매니지먼트 2.0 조직이 기업의 성공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나아가는 홀푸즈 마켓
이런 슈퍼마켓을 상상해보자. 일선 종업원이 어떤 제품을 놓을지 결정한다. 업무에 대한 압력이 상관이 아니라 동료로부터 온다. 새 직원을 뽑을 때 관리자가 아니라 팀의 구성원들이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슈퍼마켓이 있다. 미국의 자연주의 식품만을 취급하는 슈퍼마켓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 얘기다. 홀푸즈는 미국 내 2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1년에 8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이는 2002년 매출 27억 달러에서 3배로 껑충 뛴 수치다. 그런데 홀푸즈마켓은 일반 할인마트 보다 보통 2~3배에서 많게는 8~10배까지 더 비싸다. 이렇게 비싼데 오히려 더 잘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소비자의 관심이 많은 친환경 식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아니다. 그 비결은 타 기업과는 매우 다른 매니지먼트 2.0 조직에 있다. 그 조직의 특징을 살펴보자.
1) 팀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
홀푸즈에서 기본적인 조직 단위는 점포가 아니라 팀이다. 각 매장은 해산물부터 농산품,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대략 8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은 팀은 가격 결정이나 주문, 채용, 매장 진열, 매장 내 제품 홍보 등 운영상 중요한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는 타 마트와 전혀 다른 조직이다. 일반적으로 각 매장을 지휘하는 본사가 있고 본사에서 내려온 관리자가 매장 전체를 관리한다. 그런데 홀푸즈는 전혀 반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집권식이 아니라 지방 분권을 선택한 것이다. 권한만 부여한 것은 아니다. 성과에 따라 철저히 보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도 커진다. 홀푸즈는 4주마다 한번씩 모든 상점의 팀들을 대상으로 노동시간당 이윤을 계산한다. 일정 수준을 넘는 성과를 낸 팀은 다음 월급 때 보너스를 받는다. 본인이 잘하면 팀에 큰 도움이 되어 보상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못하면 팀에 큰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 당연히 책임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부과된 자유와 권한, 책임은 매출 증가와 연결된다. 그 뿐 아니라 문제점에 사전에 포착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점을 직원들이 포착하는 즉시 해결할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커지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대기업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을 모른 체 지나친다. 그러다 더 큰 문제로 커졌을 때 조치를 취하면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2) 직원과 경영자가 서로를 믿는다
기업들은 왜 홀푸즈와 같은 조직을 쉽사리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경영자가 직원을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원이 경영자를 믿지 못해도 홀푸즈와 같은 팀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열심히 일할 의지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홀푸즈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모든 직원은 다른 매장 직원의 보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투명성은 상여금 결정에 대해 관리자가 개인적인 편애나 근거 없는 차별을 두기 어렵게 만든다.
홀푸즈마켓의 특이한 조직은 단숨에 미국 슈퍼마켓 시장을 뒤흔들었다. 신선한 유기농 식품, 고객이 쇼핑하는 게 허드렛일이 아닌, ‘새로운 요리를 위한 모험’으로 느낄 수 있게끔 상품을 배열한 진열대. 웰빙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 단숨에 월마트, 크로거(Kroger)에 이어 업계 3위까지 올랐다.
열정이 끓어오르는 ‘매니지먼트 2.0 조직’을 만들어라
홀푸즈와 같은 조직이 딴 세상 조직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여러분 직원의 회사가 아닌 일상 생활 모습을 들여다 보라. 동호회 또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회사에서의 무기력한 모습과 달리 열정적이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할 때 창조적이고 열성적인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다. 매일 수백만 개의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오고, 새로운 요리법이 발명되고, 시를 쓰고, 혹은 그들의 집을 새롭게 단장한다. 매니지먼트 2.0이란 바로 매니지먼트 1.0에 의해 잃어버린 직원의 열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열정으로 일하는 직원을 가진 기업이야말로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당신 직원의 모습은 어떠한가? 열정을 가지고 활기차게 일하고 있는가? 아니면 몽유병에 걸린 환자처럼 집과 회사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가? 만일 후자라면 위 25개 탐사항목을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열정적인 조직을 만드는 힌트가 그 안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