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詩 창작실

● ●당신 지집 (여순3)

작성자인묵|작성시간26.06.17|조회수9 목록 댓글 0

1. 당신 지집

인묵 김형식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보, 당신 봉산 양지밭에 세워 놓은 쟁기
지금도 숨어서 보고 계십니까

놀란 가슴 독다리에 눌러 놓고 두근두근 그 끝을 따라가면
어두운 밤 올빼미굴이 비어 있던 것을
그 동굴 깊숙이 얼어붙은 여순 사건의 공포

하얗게 웃으시며 살아서 돌아오시는 것을
더러는 나무지게 짊어지고 오시는 것을
참꽃 한 묶음 꺾어 건네주시는 것을

여보, 당신 지금도 살아서 망보고 계십니까

큰절골 넘어 끌려가는 당신 보았다는 그 뒷모습
쑥꾹새가 절 골에 부려놓았다는 것을

어둠 내리면 아랫목에 보리밥 한 그릇 묻어 놓고 바지락국 끓이고 있는
가끔은 양지밭에 풀 뜯는 뿌사리*로
그렇게 꿈속에서 만나는 것을

여보 당신은 잊으셨습니까
봉산 양지밭에 세워놓은 쟁기와 당신 지집

지금도 내 가슴팍을 갈고 있습니다

*뿌사리: 황소의 전라도 방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