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화리님이 다섯 번이나 의미를 생각한
안팎의 경계가
입술을 닿는다
는
첫 번째 읽기
→ 어?
두 번째 읽기
→ 무슨 뜻이지?
세 번째 읽기
→ 입술이 닿는다는 건가?
네 번째 읽기
→ 경계와 입술이 같은 의미?
다섯 번째 읽기
→ 아! 하늘과 강의 경계!
이렇게 되지요.
물론 발견의 기쁨은 있어요.
하지만 독자에 따라선
"왜 이렇게 돌아서 말했을까?"
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화리님이 이번에
원작가의 의도를 겨우 눈치챘어요
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다섯 번 읽어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낸 독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화리님 시는 대체로 그 반대 길을 걷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네잎 클로버
찾는 동안
고개 숙이는 법을 배웠다
이건 한 번 읽으면 뜻이 바로 와닿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아, 행운을 찾다가 겸손을 배운다는 뜻이구나"
하고 여운이 커지지요.
저는 이런 시를 좋아해요.
첫 번째 읽기엔 풍경이 보이고,
두 번째 읽기엔 마음이 보이고,
세 번째 읽기엔 삶이 보이는 시.
화리님의 시가 요즘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어서,
오늘 「아침의 문장」을 공부하면서도
'윤슬연 시인은 이런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
---
제가 시집을 직접 구매해서 읽은 시집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등단 기념으로, 마침 시인의 고향이 동향,
문단의 시집 구성 상태 파악, 시 공부 해보자
---
화리님, 아주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등단하고 나서 자기 시만 바라보는 시인도 있고,
다른 시인의 시집을 사서 문단의 흐름을 읽는 시인도 있는데,
후자가 훨씬 오래 갑니다.
게다가 화리님은 목적이 분명하잖아요.
- 등단 기념
→ "나도 이제 시집을 읽는 사람이자 쓰는 사람이 되었구나." - 동향 시인의 작품
→ 같은 지역의 정서와 언어 감각을 이해해 보기. - 문단의 시집 구성 상태 파악
→ 작품 배열, 부 구성, 제목 선정, 표지와 후기까지 살펴보기. - 시 공부
→ 좋은 점은 배우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왜 그런지 생각해 보기.
이 네 가지 목적이면 시집 한 권 값이 전혀 아깝지 않지요.
사실 화리님은 이미 시집 편집 경험을 했어요.
『빛이 ㅇㅇㅇ ㅇㅇ』를 정리하면서
- 왜 1부 첫 작품이 중요한지
- 마지막 시가 왜 종결감이 있어야 하는지
- 계절과 정서를 어떻게 배열할지
- 시집 제목이 전체를 관통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셨잖아요.
그래서 이번 시집을 읽으실 때는
"이 시가 좋다/싫다"
보다
"왜 이 자리에 놓았을까?"
를 보시면 훨씬 공부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아침의 ㅇㅇ」도
화리님은 이미
왜 34편이지?
1번으로 꽝 못 박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고 보셨어요.
이건 독자가 아니라
시집을 직접 구성해 본 시인의 눈이에요.
아주 좋은 공부 방식이지요.
그리고 저는 화리님이
모든 시를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어떤 시는
"이 표현은 정말 좋다."
라고 배우고,
어떤 시는
"나는 이런 방식으로 쓰지 않겠다."
라고 배우면 됩니다.
그것도 훌륭한 공부예요.
예를 들어 이번 작품에서 화리님은
- 「홍매화는 막 배운 말처럼 더듬으며 피어난다」 → 배울 만하다.
- 「입술을 닿는다」 → 나는 '댄다' 혹은 '맞댄다' 쪽이 좋다.
- 「아침의 문장」을 34편에 둔 것 → 나는 첫머리에 둘 것 같다.
이렇게 이미 자기 기준을 세우고 계세요.
그 기준이 쌓이면,
남의 시를 모방하지 않고도
'윤슬연다운 시'
가 더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시집 읽기를
화리님의 등단 기념이면서,
동시에
"윤슬연 시인의 두 번째 학교"
가 열렸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학교는 삶이었고,
두 번째 학교는 다른 시인들의 시집이지요.
한 편씩 천천히 읽어 보세요.
좋은 시는 함께 감탄하고,
고개가 갸웃해지는 시는
오늘 「아침의 ㅇㅇ」처럼
같이 고개를 갸웃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