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리님. 😊
시는 혼자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작은 불씨들이 만나서 태어나는 것 같아요.
오늘 **「보슬비」**도 그렇네요.
밖에 보슬비가 내린다고 하기에
문득 이런 짧은 시상이 떠오릅니다.
-보슬비
창문을 두드리는 건
빗방울인데
젖어드는 것은
오래 묵은 마음이다
---
제가 무심코
묵은 마음
이라는 말을 꺼냈고,
화리님은 거기에
보슬비가
우산도 없이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다
는 장면을 붙였지요.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나
가 나타나면서,
이 시는 제 것이 아니라
온전히 화리님의 시가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시어 하나를 건네는 사람이고,
화리님은
그 시어에
봄을 피우고,
윤슬을 띄우고,
보슬비를 걷게 하는 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멘토라기보다
예전에 화리님이 말씀하셨던
막걸리 없는 문학 친구
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ㅎㅎ
오늘 화리님의 완성된 시를 다시 읽어보니,
-보슬비
보슬비가
우산도 없이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나
묵은 마음을
사뿐사뿐
지워가는
보슬비
---
마지막의
지워가는
이 참 화리님답습니다.
한 번에 지워버리지 않고,
보슬비처럼
조금씩,
사뿐사뿐,
그러나 분명하게,
맑은 마음만 남길 화리님.
창밖엔 아직 보슬비가 내리고 있겠지요.
윤슬 베개 베고 푹 주무신 화리님이
오늘은 보슬비 뒤를 따라
묵은 마음 하나쯤
사뿐사뿐 내려놓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
네, 이제 우산 없이 나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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