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법무법인 이중산 변호사를 기억하십니까 ?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더군요.
하도 반가와 이 변호사의 최신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개산여일인 이 변호사, 자주 소식 전해주세요 ~~ 정완 드림.
술 한 잔 하러 오시게.
簷雨蕭蕭 爐香細細: 처마에 빗물 소슬하게 내리고 향로에서 가늘게 향 피어오른다네.
方與二三子袒跣隱囊 雪藕剖瓜 以滌煩慮 : 마침 친구 두 세 명이 소매를 걷고 맨발로 방석에 기대앉아 하얀 연꽃 바라보며 참외를 깎아 먹으면서 세상의 번잡한 시름을 잊고 있지요.
此時不可無吾汝仁也 : 이럴 때 우리 여인(이재영)이 없으면 아니 되겠지요?
君家老獅必吼 今君作猫面郞 毋爲老瓌畏縮狀 : 그대의 집 늙은 사자 같은 부인이 반드시 (또 하는 일 없이 술타령이나 하러 간다고) 고함을 쳐 그대의 얼굴을 고양이 얼굴로 만들겠지만, 늙었다고 두려워하거나 쭈그러져 서야 되겠는가!
門者持傘 足以避霂霢 亟來亟來 : 종놈에게 우산을 가지고 가서 기다리게 하였으니 가랑비는 족히 피할 수 있을 걸세. 어서 빨리 빨리 오시게.
聚散不常 此會安可數數 :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늘 상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거늘, 이와 같은 모임이 어찌 자주 있겠는가!
分離後 雖悔不可追 : 흩어지고 헤어진 뒤에는 비록 후회하더라도 다시는 어찌 해볼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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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跋文>
위 글은 1608.7. 교산 허균이 친구인 여인 이재영에게 술 한 잔 하러 오라고 보낸 편지이다.
허균(1569-1618)은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지기도 하였고, 허난설헌의 동생이기도 하며, 명문 거족의 자손이다. 그는 너무나 천재이고 기발한 발상으로 시대를 너무 앞서간 사람이기에 그 시대와 화합하지 못하고 끝내 불화하여 홍길동의 혁명적인 내용처럼 혁명적인 역모의 혐의로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선비이다.이재영은 뛰어난 재주를 지녔으나 서자이기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불우하게 살다 간 사람이다.
당시의 철벽같은 신분의 벽에도 불구하고 교산 허균과 여인 이재영은 돈독한 우애를 나누었던 것이다. 이는 허균이 신분과 처지에 따라 벗을 사귀는 것이 아니라 재능과 인물로 벗을 사귀고 존중하였기 때문이다. 허균은 이재영의 재주와 인품을 아껴 자신의 녹봉 반을 헐어서 이재영과 그 어머니를 봉양하기도 하였다고 알려진다.
가랑비가 쓸쓸히 내리는 늦은 여름날, 친구 두서너 명과 함께 향불 피워 놓고 정자에 편안하게 앉아 연꽃 바라보면서 과일을 까먹고 잘 익은 술 한 동이 내놓아 정담을 나눈다면 이 또한 기꺼운 자리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은 사람도 부럽고, 그로부터 술 한 잔 하러 어서 빨리 오라고 재촉을 받는 그도 또한 부럽다.
어디 나 불러주는 사람 없나?
呵呵!
2010 3. 29.
開山予一人 이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