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퇴직연금 [2] : 홍콩 MPF
아시아 금융시장의 메카로 손꼽히는 홍콩은 지역 내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기업연금제도에 눈을 떴습니다. 지난 90년대 초 사적 기업연금제도 도입으로 시작된 홍콩의 기업연금제도는 90년대 중후반 치밀한 준비단계를 거쳐 2000년 12월 초 ‘강제성공적금계획(MPF : Mandatory Provident Fund)’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기업연금과 국민연금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홍콩의 MPF는 제도 시행 이래 개별 근로자들에게는 노후보장을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전체 경제 및 자본시장에도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 왜 MPF인가?
90년대 중반부터 홍콩이 퇴직연금제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에는 사회전반의 고령화와 이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홍콩 인구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전체 홍콩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12%에서 2023년 19%, 2033년에는 2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인구통계청은 또 2003년 38세였던 인구의 평균연령 역시 2023년에는 46세로 사회 전체적으로 ‘노쇠화’ 현상이 급속히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노후소득을 위한 공적 연금제도를 갖추지 못했던 홍콩 행정부로서는 노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노동자들의 근로의욕 및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MPF 시행 이전에도 개인연금 등에 가입하는 개별 근로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비율은 전체 노동인구(340만명)의 3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특별행정부는 1995년 외부 전문기관에 MPF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95~99년에 걸쳐 관련 법안을 제정, 입법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기존 법정퇴직금제도의 사내 적립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사회 위탁을 강제화하는 이른바 ‘홍콩식 기업연금제’를
2. 효율성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18~65세 사이의 모든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MPF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급여의 5% 씩을 공동부담해 연금을 운영하는 확정갹출형 제도로 자영업자도 의무 가입대상에 포함됩니다.
홍콩의 기업연금제도가 싱가포르 등 기타 아시아 국가와 다른 점은 바로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홍콩행정부는 이를 통해 개별 근로자들이 퇴직 후에도 안전하게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MPF제도 이전인 90년대 초에도 ‘직능퇴직계획법령(ORSO : Occupational Retirement Scheme Ordinance)’과 같은 비구속적 기업연금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했고 연금의 운용 측면에서도 다소 경직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ORSO는 한국의 퇴직금제도와 유사합니다. 근무연수가 10년 이상일 경우 자신이 받아야 할 퇴직금을 100% 받는 구조입니다. 다만 사업장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퇴직금제도와 다릅니다. 사업장의 자발적 참여에서 출발하는 구조는 결국 전체 근로자의 65% 이상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홍콩은 ORSO가 자발성에 따른 한계를 노출하자 ‘강제적 시행’이라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물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각 임금의 5%씩(각각 월간 최고 1,000 홍콩달러로 제한) 강제적으로 납입을 하고, 이에 대한 지급은 65세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존 ORSO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체는 MPF와 ORSO 중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ORSO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체나 신규로 입사해 MPF 대상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나 MPF에 가입하도록 했습니다. MPF를 시행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부담할 돈이 각각 1,000홍콩달러(미화 약 130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ORSO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가 적었기 때문에 큰 저항은 없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마크 코닌 알리안츠자산운용 홍콩지사 대표이사는 “2003년 이후 주식시장이 회복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게 되자 MPF제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저스 투자담당 이사는 “MPF도입에 따른 불만이라기보다 제도 도입 직후 IT산업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펀드운용성과가 부진하자 초기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았다”면서 “그러나 당시는 불입초기단계였고 주가하락으로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면서 수익률도 올라가자 평가가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MPF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홍콩의 MPF는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호주식 DC플랜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구속력 있는 확정기여형(DC)’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펀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감독기관의 적절한 모니터링, 국제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수탁기관들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용이 더해져 개별 가입자들이 퇴직 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MPF 구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각 기업은 노사 합의 하에 MPFA(MPF Authority)에서 승인한 19개의 금융기관(수탁자)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MPF 유형(Scheme)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합니다. 주요 MPF 유형으로는 일반적 형태이자 중소규모 회사에 적합한 위탁운영플랜(Master Trust Scheme), 대기업 혹은 기업연합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단위기업플랜(Employer-sponsored Scheme), 임시직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당한 산업특수플랜(Industry Scheme)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유형 안에는 다시 위험 별로 특징이 다른 5, 6개의 구성펀드(Constitutional Fund) 들이 있고 이 구성펀드가 다시 국내외 뮤추얼펀드나 주식 및 채권 등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홍콩의 MPF는 미국처럼 하나의 사용자가 하나의 신탁을 만들 필요가 없어 비용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 홍콩 퇴직연금제도 비교 >>
|
구 분 |
MPF |
OR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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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여부 |
강제성 |
자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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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자 |
근로자 전체 확대 |
근로자 3분의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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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갹출 |
사용주, 근로자 각각 5% 기여 |
근무연수에 따라 적용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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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유형 |
DC |
DB, D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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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형태 |
신탁 |
신탁 또는 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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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자격 |
60일 이상 근속 근로자 |
근로자 자율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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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권 |
자격요건 충족시 전액인정 |
제도에 따라 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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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혜택 |
12,000 홍콩달러/연간 |
12,000 홍콩달러/연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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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제한 |
4,000~20,000 홍콩달러/연간 |
없음 |
3. 가입자 보호와 감독기능 강화
홍콩의 MPF는 도입단계부터 강제성이 수반되는 만큼, 각종 보호 및 감시장치를 강화함으로써 참여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MPF 시행 전인 98년 강제성공적금계획청(MPFA)이라는 전담기구를 출범시킨 것은 이 같은 의지를 잘 드러냅니다.
MPFA는 내부통제기준, 재무건전성 등의 기준에 따라 수탁자를 엄격하게 심사, 선정하고 수탁자와 자산운용사 사이의 계약이 MPF 규정에 부합하는지 감독합니다. 또 가입자들의 의무기여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MPF제도의 개정안도 행정부에 제출하는 등 MPF 제도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입자들을 위한 전문적인 보장보험이 존재하는 것도 홍콩식 기업연금제도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탁자의 불법행위 및 직권남용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탁자가 보장보험에 가입토록 했습니다. 또 보장보험 이외에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손실에 대비해 행정부는 600만달러(HKD)를 투입해 보상펀드(Compensation Fund)를 설립, 법적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