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차익거래의 함정
코스닥 기업의 투자자라면 해외CB(전환사채)나 BW(해외인수권부사채) 발행공시를 한 번 쯤은 접해보았을 것입니다. 이는 연간 수 조원의 시장으로 커진 해외전환사채시장의 80% 이상을 코스닥 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닥에서 해외CB나 BW를 발행하는 회사들을 살펴보면 우량기업도 있지만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흔쾌히 엄청난 물량의 CB를 인수하곤 합니다. 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기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위험 코스닥기업의 CB나 BW에 기꺼이 투자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전환사채 차익거래에 있습니다. 전환사채 차익거래란 주식을 공매도하고 전환사채를 매수하여 무위험 이익을 노리는 차익거래 기법으로 외국의 헤지펀드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전환사채 차익거래의 간단한 예를 들어봅시다.
<< 정보 >>
5% 쿠폰의 CB 현재가 : \100,000
전환가 : \1,000
주식 현재가 : \1,000
리픽싱 조항 : \500 (주가가 어느 이하로 내려가면 전환가를 낮은 가격으로 조정해 주는 옵션. 케이스의 경우 500원 이하로 주가 하락 시 500원으로 전환가 조정)
Debt Premium(전환사채와 일반채권의 가격 차이) : \10,000
수수료 및 세금, 공매도 금액, 이자수익 무시
<< 전략 >>
CB 1주 매입, 주식 50주 공매도
<< 시나리오 1 >>
주가가 1년 후 그대로인 경우 -> 주식전환
쿠폰지급액 : \5,000
연수익률 : 5%
<< 시나리오 2 >>
주가가 1년 후 50% 오를 경우 -> 주식전환
쿠폰지급액 : \5,000
공매도 손실 : -50주 * \500 = \25,000
CB전환이익 : 100주 * \500 = \50,000
연수익률 : 30%
<< 시나리오 3 >>
주가가 1년 후 25% 하락할 경우 -> 주식전환 안 함
쿠폰지급액 : \5,000
공매도 이익 : 50주 * \250 = \12,500
Debt Premium : -\10,000
연수익률 : 7.5%
<< 시나리오 4 >>
주가가 1년 후 50% 하락할 경우 -> 리픽싱, 주식전환
쿠폰지급액 : \5,000
공매도 이익 : 50주 * \500 = \25,000
연수익률 30%
위의 시나리오를 보면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안전하게 수익이 나고 있습니다. 특히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나 크게 하락하여 전환가가 리픽싱되는 경우 CB 차익거래의 수익이 극대화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면 공매도 수량을 늘려서 기대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이런 좋은 전략을 헤지펀드들이 놓칠 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CB 차익거래는 헤지펀드의 3대 전략 중 하나이고 GM 회사채 쇼크 이전에는 수 천여 개의 CB 전문 차익거래 헤지펀드가 활동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해외 CB도 이들의 좋은 투자대상입니다. 해외 CB가 외국인으로 가장한 내부자에게 인수되어 주가조작이나 주식 파킹 등에 이용된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으며 DKR 오아시스, 피터벡 등의 외국 CB 차익거래 펀드로 유입되는 양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형상으로 CB 차익거래를 투자자에게는 무위험 차익거래의 기회를 주고, 투자기업에게는 손쉬운 자금조달의 수단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나리오 4입니다. 즉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인데 보통 재무상태가 상당히 불안정한 코스닥 기업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업은 증자 등으로는 자금조달이 어렵기 대문에 차익거래를 노리고 들어오는 헤지펀드에 CB나 BW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합니다.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위해 대주주와 대차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이런 거래로 인해 1대 주주가 바뀌기도 합니다. 헤지펀드는 이렇게 빌린 주식을 가차없이 공매도합니다. 헤지펀드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공매도한 주식을 상환하면 그만이므로 주식 재매수에 따른 가격상승 리스크도 전혀 지지 않습니다. CB의 금액이 클 경우, 공매도되는 금액은 일일거래량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으므로, 주가는 속절없이 급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리픽싱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리픽싱 가격 아래까지 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헤지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됩니다. 대주주 또한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어차피 경영권 유지를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주식을 이용해서 대차거래수수료를 챙겼고 회사에 많은 양의 현금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경영이 어려운 회사일수록 주가하락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당장 눈앞의 현금에 대한 반가움이 더 큰 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손해는 모두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됩니다. 때로는 외국인 지분의 급증을 호재로 오해하여 주식을 더 매수하다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조차 발생합니다.
아이브릿지, 엘켐, 엠피오, 아인스, EBT 네트웍스, 에이트픽스, C&상선 등의 기업을 살펴봅시다. 이 기업들은 외국인 지분율과 대차거래 잔고가 급증했으며, 엄청난 금액의 CB나 BW가 발행되었고 매물 폭탄을 맞으며 주가가 급락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나 상황 등을 살펴볼 때 CB 차익거래의 희생물이 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헤지펀드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식의 주가급락을 유도하는 거래는 경우에 따라서 시장조작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이러한 CB 차익거래 등과 관련한 공매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CB 차익거래 헤지펀드가 불법적인 공매도로 인해 엄청난 액수의 합의금을 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규제가 전무하고 얼마 전 대차거래에 관한 규제를 푸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검토하지 않아 코스닥 시장을 헤지펀드의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규제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여 해외 CB 발행과 관련된 이면계약을 공시하도록 하고 단기유입가능한 CB나 BW의 유가즈우건 신고의무를 면제하지 않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융업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기업들의 자금통로가 막히게 되어 기업들이 망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계기업이 개인투자자들을 담보로 헤지펀드에서 돈을 끌어다쓰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모를 리 없습니다. 눈앞의 CB, BW 중개수수료를 탐하다가 개인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떠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l CB, BW 차익거래 관련 Talk Tip
ü 보유주식의 대차거래 잔고는
http://www.ksda.or.kr.statistics_trade.cfm?l_str=5&m_str=2&s_str=3 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ü CB나 BW 차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 주가가 전환가 밑으로 크게 빠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변수들이 중립적이라면 대차거래 잔고가 줄어들면서 주가가 어느 정도 복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가가 전환가를 크게 밑돌게 되면 대차거래한 주식의 상환을 CB가 아닌 장내주식매수를 통해서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식매수가 발생하게 되고 주가는 상승압력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엘켐의 경우 리픽싱 하한이 액면가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액면가인 500원 밑으로 주가가 크게 빠지더라도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상관관계는 CB의 발행금액이 거래량이 비해 클수록 정확하며 CB 전환가능 날짜 및 리픽싱 조항, 조기상환 옵션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대차거래한 주식의 상환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ü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CB 차익거래를 하는 펀드는 DKR 오아시스, 아마란스, 피터벡 등입니다. (이 중 아마란스는 2006년 청산되면서 DKR 오아시스에 포지션을 넘긴 바 있습니다) 공시에서 해당이름이 보이면 대차거래 잔고와 CB, BW 현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ü DKR 오아시스의 아이브릿지 CB 차익거래 사례분석
Ø 아이브릿지의 외국인 보유비율은 2006년 두 차례 외국인 지분이 급증한 후 다시 급락한 바 있습니다. 2006년 2월의 첫 번째 지분변동은 DKR 오아시스가 2005년 10월말에 인수한 BW가 주식전환되어 상장되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대차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CB 차익거래가 아닌 단순 CB투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DKR 오아시스는 전환된 주식을 대부분 매도함으로써 3~4개월 만에 100% 가량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편 기관은 이 기간에 아이브릿지 지분을 꾸준히 높이며 DKR 오아시스의 물량을 고점에 받아가서 후에 큰 손실을 입고 손절매하고 맙니다.
Ø 2006년 9월말에 발생한 외국인 지분 급증은 CB 차익거래로 인한 것입니다. 이 거래에서 DKR 오아시스는 천만 달러에 달하는 아이브릿지 BW를 인수함과 동시에 아이브릿지 주식 153만 주를 대차거래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차거래로 빌린 주식 대부분을 곧바로 매도하였습니다. DKR 오아시스의 매물과 기관, 개인의 손절매가 겹치면서 아이브릿지 주식은 급락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