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숄즈 방정식과 무위험 차익거래
2008년 경제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무엇일까? 경제위기 원인은 百家爭鳴입니다. 작게는 파생상품이나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에서부터 크게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모순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입니다. 따라서 처방도 다양합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주범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과 그것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준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입니다. 이 중 서브프라임은 워낙 많이 거론됐고, 주택저당과 관계 있는 용어라서 이제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반면 금융공학은 누구에게나 아직 생소하기만 합니다.
실제 금융공학은 수학적인 도구와 경영, 경제, 산업공학 등의 이론을 융합시켜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의 현물시장과 선물, 파생시장을 분석하는 분야입니다. 금융공학이 발달하면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근거로 수없이 많은 선물과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금융공학은 1990년대 이후 냉전 종식으로 미국의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물리학자들이 금융계로 몰려들어 급속히 발전했다고 합니다.
금융공학의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1973년에 발표된 블랙-숄즈(Black-Scholes) 방정식입니다. 이 방정식은 일본 이토(Ito) 교토대 교수의 확률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파생상품 옵션의 가격을 계산한 모델입니다.
이토 교수는 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연기나 물 위를 떠다니는 꽃가루와 같은 불규칙한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는데, 블랙-숄즈 모델은 이토 이론을 응용한 특정한 방정식을 통해 옵션과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결정원리를 풀어냈습니다. 즉, 위험이 전혀 없는 차익거래는 불가능하다는 공리를 세우고 주식의 현물과 선물, 옵션, 그리고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 리보(런던은행간 거래금리)간 관계식을 세워 방정식을 유도해 옵션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정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블랙-숄즈는 물리학의 열 방정식을 기초로 확률론적인 방법으로 解를 구했다고 합니다.
블랙-숄즈 모델이 등장한 이후 월가에는 수없이 많은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투자은행들은 한동안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1980년대에는 노벨상 수상자와 수학자, 물리학자 등이 직접 헤지펀드의 효시가 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숄즈는 파생상품을 발전시켜 금융의 영역을 크게 넓힌 기여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블랙은 안타깝게도 1995년 암으로 사망해 사후에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숄즈와 헤지펀드를 같이 만든 머튼 교수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결국 블랙-숄즈 방정식으로 파생상품의 가치평가가 가능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옵션을 부여한 상품도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 방정식 하나로 지난 십여 년간 월스트리트는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고, 미국은 세계의 금융산업을 제패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론은 이론입니다.
엄격한 가정과 조건 속에서만 작동하는 모델을 변동성이 너무 큰 시장에 무리하게 적용하다가 파국을 맞은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과연 무위험 차익거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물론 블랙-숄즈 모델 자체가 위험 업는 차익거래는 불가능하다는 공리에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 이 모델은 파생상품 등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차익을 극대화하는 상품개발에 응용돼 왔습니다.
난해한 모델을 설명하는 대신 블랙-숄즈 모델의 개념을 가장 초보적으로 응용해 만들어진 파생상품 하나를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특정금액(1,000만원)은 가장 안전한 국채에 투자하고 그 이자(50만원)만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뛰어드는 경우를 가정합니다. 먼저 50만원을 고스란히 주식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50만원의 손실을 본다면 국채에 투자한 원금만 건지게 됩니다. 그러나 주가가 오른다면 그만큼 추가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국채와 주식을 혼합한 이 투자전략에서 이자(50만원)을 무시한다면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무위험 투자가 됩니다.
여기에 파생상품을 도입하면 게임은 훨씬 복잡해지고, 투자자는 더 흥분할 수 있습니다. 5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대신 일정 조건이 맞으면 주식을 살 수 있는 선택권(옵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블랙-숄즈 방정식 덕분에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몇 배의 비율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상품개발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 조건이 맞지 않으면 옵션에 투자한 50만원을 모두 손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에 직접 투자한 경우보다 몇 배의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습니다. 손실범위는 같으나 확률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에게는 더 좋은 일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파생상품의 특성입니다.
예를 든다면, 주식워런트증권(ELW)이 그런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ELW는 기초자산이 기준가격 이상으로 올라가면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주가가 내려갈 것을 기대하고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주가가 내려가야 이익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주식과 파생상품을 적절히 결합하면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로 정교하게 안전자산과 파생상품 등을 연결하다 보면 이론적으로 위험이 없는 투자에 근접하는 전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자(50만원) 외에 원금까지 파생상품에 투자할 경우 손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즉,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블랙-숄즈 모델 자체가 현실시장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엄격한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무위험 거래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최근의 금융위기처럼 주가가 일정 범위를 넘어 폭락할 경우에는 많은 금융공학 모델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만든 헤지펀드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투기적인 이익추구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뿐입니다.
뉴턴은 1720년대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한때는 엄청난 수익을 올려 투자규모를 늘렸지만, 결국은 원금까지 모두 날렸다고 합니다. 파산을 경험한 뉴턴은 시장에 명언을 남겼습니다. “천체의 움직임은 초 단위로 계측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인간의 광기는 계산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