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 파이(π)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입니다. 그런데, 3월 14일은 ‘파이 데이’이기도 합니다. 원주율은 원의 둘레를 지금으로 나눈 값으로 약 3.1419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3월 14일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나 히브리 사람들은 원주율을 3으로 계산했습니다. 구약성경 열왕기상 7장에는 솔로몬이 궁을 지으면서 지름이 10 규빗이고 둘레가 30 규빗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사람들이 원주율이 3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어떻게 원주율을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집트의 유명한 수학자 아메스(기원전 1,650년경)가 원의 넓이는 지름의 8/9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원주율은 약 3.16049가 됩니다. 이것은 지금 수준에서도 놀랄 만큼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와 컴퍼스만으로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문제가 그리스에서 세 가지 어려운 무제로 알려진 것 중의 하나인 것을 보면 당시 이집트나 그리스에서는 원주율과 관련한 문제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 같습니다.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40년경)는 원의 안과 바깥에 정육각형, 정십이각형 등을 그려서 원의 둘레가 밖에 있는 다각형과 안에 있는 다각형의 둘레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원주율이 3∙10/71보다 크고 3∙1/7보다 작다는 것을 계산해 냈습니다. 이 결과는 우리가 원주율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3.14에 해당됩니다. 아르키메데스 이전에도 그리스의 여러 수학자들이 원주율을 구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들은 원의 둘레를 구하는 대신 원의 넓이를 구하여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로마인들도 3∙1/7이 원주율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계산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3∙1/8을 더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서기 150년경)는 그가 직접 계산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결과를 그대로 가지고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주율로 약 3.14166을 제시했습니다. 원주율이 아르키메데스 시대의 3.14에서 3.141로 소수점 한 자리 수가 더 정확해지는데 400년이 걸린 셈입니다.
중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원주율로 3 또는 √10(약 3.16) 등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송나라에 와서, 조충지(480년경)가 그의 아들과 함께 원주율을 계산했는데, 조충지는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방법으로 변이 24,576개인 다각형을 이용하여 원주율을 355/113(약3.1415929)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것은 소수점 이하 여섯 자리가 정확한 것으로, 이후 천년이 넘도록 누구도 이보다 더 정확한 계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원주율로 22/7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도 기원전부터 원주율로 √10(약 3.16)이나 22/7를 사용했는데, 서기 530년경의 브라마굽타나 1,150년경의 바스카라 등은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방법으로 원주율을 구했습니다.
아르키메데스의 방법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16세기 네덜란드의 수학자 루돌프입니다. 루돌프는 일생을 다 바쳐서 원주율을 계산했는데 루돌프는 변의 수가 320억이 넘는 다각형을 이용하여 소수 이하 20자리까지 계산했고 같은 방법으로 루돌프는 소수 이하 35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고 합니다. 루돌프가 죽었을 때 루돌프의 묘비에 이 수를 써 넣었으며 지금도 독일에서는 원주율을 루돌프 수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17세기부터는 아르키메데스 방법보다 더 편리하게 원주율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원주율과 관련한 공식들을 찾아내게 되었고 이런 공식을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1699년에 영국의 샤프(Sharp)는 소수점 이하 72자리까지 계산하였으며 1947년에 스미스(Smith)와 렌치(Wrench)는 계산기를 이용하여 소수점 이하 808자리까지 계산했습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원주율을 계산하게 되었습니다. 1949년에는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을 70시간 가동하여 소수점 이하 2,037자리까지 계산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99년에는 일본의 가네다 야스마사가 소수점 이하 2,061억 5,843만 자리까지 계산하였으며, 지금도 더 많은 값을 구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원주율을 구하는 문제는 그 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마음과 컴퓨터의 성능을 테스트하려는 욕심에서 계속 탐구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와 같이 원주율은 끝이 없는 무한소수이지만 우리는 간단하게 3.14로 계산하고 기호로는 π로 나타내고 ‘파이’라고 읽고 있습니다.
원의 둘레를 구하기 위해 생각한,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지극히 단순해 보였던 이 값이 4000년 이상 동안 우리 인간을 괴롭히고 수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신기하지만, 네덜란드의 수학자 루돌프가 파이의 값을 구하는데 일생을 바친 것을 우리는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인지 무의미하다고 해야 할 것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이렇게 수학에 미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수학이 발전하고 인류문명이 발달하게 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원주율 파이에는 여기서 말한 것 이상으로 많은 신비가 숨어 있으며,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곳에서 응용됩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살펴보려면 약간의 전문적인 수학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