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라는 회계방식은 기업의 미래주가동향을 평가하고 예측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의 한 애널리스트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EVA는 우량기업은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하며 회사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익수치 뿐 아니라 그 외의 것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회계사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인 지표가 필요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EVA입니다.
EVA가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일단 계산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또 활동기준원가계산(ABC, Activity Based Costing) 등과 같은 회계방식처럼 막대한 IT투자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사차원에서의 수익창출여부만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회계방식과 달리, 산업 또는 상품단위까지 세세하게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그만큼 위기 때 대응조치를 취하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가치평가수단으로 두루 활용됩니다.
EVA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도록 합시다.
EVA는 자본비용을 기회비용으로 인식하고 이를 영업이익에서 차감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회계방식과 다릅니다. 기업은 소위 영업이익이라 불리는 EBIT(이자 및 세금차감 前 이익)를 창출합니다. 사업성과 대부분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이후 전사차원에서 세금을 차감하고 환거래로 인한 수익 또는 손실, 부동산투자수익 등의 조정이 이뤄진 後 세후순영업이익(NOPAT)이 산출됩니다. 세후순영업이익은 애널리스트에게 보고되며, 표준회계방식에 근거해 등록됩니다.
EVA는 세후순영업이익 수치에 자본비용을 차감합니다. 자본비용이란, 자본조달에 든 비용을 포함해 사업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자금을 의미합니다. 자본비용을 간단히 말하면 회사 내부의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내부금리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본비용 액수는 아주 큽니다. 이익을 웃도는 경우도 있는데,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많은 기업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자본집약적인 사업의 경우 자본비용이 매우 큽니다. 부채규모가 큰 경우에도 높은 내부금리가 적용돼 자본비용이 더 높아집니다.
표면상으로는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나 EVA를 산출해보면 실제로는 손실을 낸 경우도 빈번합니다. 한국에서도 EVA를 사용해 회사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증권사들이 일부 있지만, 한국에서 EVA를 적용하는데 있어 한 가지 문제점은 계열사가 독립회사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내부자가격이 책정돼 있는 경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시장가격이 아닌 인위적인 수치를 적용하면 정확한 이익 수치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D라는 자동차회사가 계열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 경우 시장가격이 아닌 ‘특별가격’에 이뤄집니다. 가격이 실제시장가격과 다른 경우 수익이 과대계상되거나 손실이 과소계상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EVA가 왜곡돼 나타납니다.
이것이 한국기업에 EVA를 적용하기 어려운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재벌의 내부거래로 인해 회사운영차원에서 각 계열사가 얼마나 많은 가치창출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모니터링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S라는 그룹의 전자사업이 EVA를 창출하고 있다 할지라도 계열사로부터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는다고 한다면, 실제 EVA가 플러스인지 아니면 마이너스인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유수기업들과 당당히 겨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EVA가 너무 난해하거나 재무적인 내용이어서 관심을 잃을 수도 있으나, 보다 넓은 관점에서 시장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개념입니다.
EVA는 ‘투자를 해야 할 상품 또는 사업이 무엇인가? 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라는 매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특정한 사업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면 일차적으로 드는 생각은 ‘사업이 잘 되는구나’ 정도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은행에서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낸 후에도 이익을 내고 있어야 하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X%의 투자수익률(ROI) 또는 목표수익률(Hurdle Rate)을 충족시켜야 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실제 기업이 내고 있는 수익은 이런 논리적인 사고를 거쳐 평가돼야 하는데, 실제 사업관련 의사결정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내부투자수익률 기준이 15%이고 신규사업의 성과가 10%라고 가정합니다. 10%로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사업을 지속하게 되면 사업자체의 매력도와 상관 없이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EVA 방식으로 평가하면 여전히 사업을 지속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EVA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부서별 기여도와 자본비용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원한다면 상품군별로 EVA를 계산해 실제로 돈을 벌어다 주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면, 어느 상품과 부서가 실제로 수익을 내는지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미국의 철강업체인 ACME의 예를 들어 봅시다. 1880년대 설립된 ACME는 시카고 지역의 대표적 업체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철강업계가 불황이 늪에 빠지자 ACME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부도를 신청했습니다.
ACME는 일부 공장을 처분해야 했는데, 공장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 때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가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 공장과 상품을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우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자본집약적인 산업의 경우, 투자금액을 공장 또는 상품별로 배분해 분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ACME는 EVA 개념을 도입했고 ACME의 구조조정 사례는 철강업체의 좋은 본보기가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산관리공사가 부도난 기업을 매각하면서 동일한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모회사가 차입했기 때문에 계열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시장가격보다 낮았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부도난 재벌기업의 계열사 중에는 재무구조는 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을 한 기업이 있었던 반면 부도처리 됐어야 할 기업이 건실한 것으로 잘못 인식되기도 했었습니다. 사업부 차원이 아닌 전사차원에서 차입이 행해졌기 때문에 자본비용을 산정하기란 매우 어려웠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투명성이라는 보다 큰 문제가 있었지만, 명확한 표준 EVA 산정기법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도난 기업의 사업부별 수익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EVA는 수익성을 파악하고 매각대상사업과 사내유보대상사업을 결정하기 위한 간단한 툴로, 대부분 부실기업에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EVA는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서구 기업들은 보너스 책정을 위해 이를 사용합니다. 한국에서는 STX가 임원진을 대상으로 수익배분(Profit Sharing)과 EVA를 적절히 활용, 우수한 보상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지난 몇 년간 STX의 시가총액은 4배 급상승했습니다. 주가상승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가운데 CFO 출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