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김기추거사님(1908~1985) 제자들의 수행단체인
보림선원 하계 철야용맹정진에 다녀왔습니다.
보림선원 철야정진은 백봉거사님께서 재가인들에게
'새말귀(新話頭)' 를 들 것과 함께 힘주어 강조하시던
백봉문도들의 중요한 가풍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승 사후에도 제자들이 여름 겨울 두 철 각 1일주일간
빠짐없이 철야정진을 봉행해 오고 있는 것도
철야정진 속에 스승의 정신이 깊이 배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올 여름이 77회이니 햇수로 자그마치 38년이 되었습니다.
저도 4년전부터 참석하기 시작해 이번 참석까지
모두 여섯 번을 참석했습니다.
1주일 밤낮 동안 등을 바닥에 대고 잠을 자지 않을 뿐만아니라
등을 어디에 기대거나 해서도 안되고, 잡담을 하는 등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오직 새말귀만 챙기고 설법을 들으며 묵언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1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한다는데 매력을 느껴
참석하기 시작해 여름 겨울 방학 때가 되면 최우선적으로
시간 배정을 해놓고 참석을 할 정도로 열성 팬이 되었습니다.
보림선원 철야용맹정진을 마치고 나오게 되면
한동안은 현상계의 삶이 조금은 이상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집에 돌아와 방에 누우려면 이상한 감정이 드는 거지요.
정진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첫날 방에 들어가는데
장판이 갑자기 낯설어 보였습니다.
1주일 전만해도 그토록 친숙했던 방바닥인데 말입니다.
여엉 낯선게 이상해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한 발 멈칫 물러섰다가는 그만 돌아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 잠은 꼭 누워서만 자는 것이 아니지~~~' 하고
혼잣말로 되내이다가 곧바로 좌복 위에 좌정을 했습니다.
비록 1주일간의 이별로 장판바닥이 낯설긴 했지만.
머지않아 금방 친숙한 옛날같은 사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문득 이 참에 나도 성철, 청화 등 기라성 같은 선장들이
몸소 보여주신 장좌불와로 죽는 날까지 일관해 볼까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은 해보았습니다.
모든 것은 길들이기 나름이니까요?
이런 것이 바로 용맹정진이 가져다 주는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생겁을 통해 익힌 나쁜 습을 빼는 데는
용맹정진만한 것이 없으니까요.
1주일 간 함께 정진한 도반님들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이 편리한 세상에 고생이 뻔한 데도 삼복 더위 속에
수행하겠다고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잠을 자기는 커녕 눕거나 기대지도 못하는데,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지요.
물론 모든 참석자가 다 그렇게 엄격하게 지키는 것도 아니고,
1주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 자세는 결코 예사로울 수가 없는 법입니다.
용맹정진을 다 끝마치고 소감발표 시간에
'묵언을 지키지 않는 것', '정진에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쓴소리를 조금 하긴 했지만 그 소리는 어디까지나
저 자신에게 한 쓴소리일 뿐이었습니다.
누굴 탓하는 말이 아니라 제가 더 잘하고 싶은데
옆에서 좀 도와주지 않느냐는 일종의 투정인 것이지요.
한편 생각해보면 오랜세월동안 수행이랍시고 해왔고,
나름 발심이 되었다 라고 자부하는 나도 힘든데
초심자들이야 오죽이나 힘들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한 때 거사선풍을 드날리던 시절의
보림선원을 생각하면 이정도로는 몹시 부족한 법이지요.
보림선원 법우님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크고 무거운데 비해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보림선원은 한국불교연구원 구도회와 더불어
한국재가불교의 희망을 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와 동일한 질타를 우리 구도회에도 보내고 싶습니다.
구도회원님들의 발심정진을 발원하면서 이만 가름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