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돌확에
물이 넘쳐서
포갠 하늘조차
넘쳐흐르네
너를 기다리는
지금
기다림 / 정채봉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꽃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시간은 흘러
흐르는 시간
쓸쓸하여
마음 안팎을 물들여
가을 바람이 나무를 흔들 듯이
내가 말없이 걸어가듯이
말없이 걸어가듯이 / 정현종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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