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마지막이 있다는 것.
문득 그 끝에 선
흰 수염의 인자한 얼굴이
웃고 있다.
축복 / 서정윤
가지 끝에 서서 떨어졌지만
저것들은
나무의 내장 들이다
어머니의 손끝을 거쳐
어머니의 가슴을 훑어간
딸들의 저 인생 좀 봐
어머니가 푹푹 끓이던
속 터진
내장들이다
낙엽송 / 신달자
행복은 미덕도, 쾌락도,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단순히 성장이다.
우리는 성장할 때 행복하다.
예이츠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
봉우리도 있고 바위너설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갈대밭도 있다
품안에서는 산짐승도 살게 하고 또
머리칼 속에는 갖가지 새도 기른다
어깨에 겨드랑이에 산꽃을 피우는가 하면
등과 엉덩이에는 이끼도 돋게 하고
가슴팍이며 뱃속에는 금과 은 같은
소중한 것을 감추어두기도 한다
아무리 낮은 산도 알 건 다 알아서
비바람 치는 날은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
햇볕 따스하면 가슴 활짝 펴고
진종일 해바라기를 하기도 한다
도둑떼들 모여와 함부로 산을 짓밟으면
분노로 몸을 치떨 줄도 알고
때아닌 횡액 닥쳐
산 한 모퉁이 무너져가면
꺼이꺼이 땅에 엎으러져 울 줄도 안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근심어린 눈으로
사람들 사는 꼴 굽어보기도 하고
동네 경사에는 덩달아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출 줄도 안다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
있을 것은 있고 갖출 것은 갖추었다
알 것은 알고 볼 것은 다 본다
우음(偶吟)-예산에서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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