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게시판에서 한번 소란을 피운 김에, 근래 다녀온 크로아티아의 대중교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크로아티아는 정상적인 중등교육을 거치며 월드컵을 지켜본 여러분들이라면 (^^) 다들 어느 정도 알고 계실 정도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이었던 크로아티아는 90년대 분리독립에 이은 다중의 민족갈등으로 인하여 치열한 내전을 겪으며 나락에 내려앉았지만, 구 유고슬라비아 시절 상당히 탄탄히 다져져 있던 국력의 바탕과 천혜의 환경, EU의 주변부라는 위치로 인해 급속히 회복하며 현재는 일단 경제규모로는 한국 등의 상위 중진국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인구가 500만에 불과한 나라가 매년 1천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이것은 교통을 위시한 사회 인프라가 어느 정도 되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기가 교통 관련 커뮤니티니까 교통 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죠. 교통 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죠. i) 육-해-공으로 나눌 수도 있고, ii) 시내-장거리-국외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후자가 좀 더 practical하니까 후자를 다루겠습니다.
1. 국제 교통
크로아티아는 육로로 5개 국가 (헝가리 및 구 유고슬라비아 4개국 -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와 연결되고 있고, 아드리아해를 건너서는 이탈리아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즉, 항공로를 제외한 방식은 위 6개국과 연결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특히 아드리아해 연안지역에서는 길거리에 5대 중 한대 정도는 다른 나라 번호판을 단 차량이 다니고, 이 나라의 주간선 철도는 빈에서 자그레브를 거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쪽으로 이어지는 철도입니다. 오히려 국내철도가 더 빈약합니다.
2. 장거리 교통
철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지만 매우 불편한데, 위에 주간선이라고 되어 있는 국제노선 정도나 복선이고 (그나마 전철화도 다 되어 있지 않고) 나머지는 생짜 단선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일부러 산악 국립공원으로 돌아가는 자그레브-자다르 버스가 4시간 내외 걸리는데 철도는 7시간쯤 잡습니다. 자그레브에서 국내선으로는 리예카, 스플리트, 오시예크 등으로 주요 노선이 나가는데 운행 빈도가 일 7~8회 정도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뮌헨에서 자그레브 경유 베오그라드행 열차가 일 6회) 그러다 보니 수도 자그레브의 철도역조차 우리 구 청량리역 정도의 규모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구가 적은 나라인 탓도 있겠지만요.
사실 재미있는 건 장거리 버스입니다. 위에 철도 이야기를 했지만 도로도 하품나기는 별 차이가 없죠. 현재 자그레브에서 서쪽으로 제3도시 리예카 방면의 고속도로가 되어 있고 다시 여기에서 남쪽으로 제2도시 스플릿까지 고속도로가 나 있는 것 외의 나머지 간선도로는 우리 나라로 치면 군도 레벨의 2차선길입니다. 그나마 서부지역은 지형이 대단히 험합니다. (고속도로에 소위 U자 터널이 존재할 정도) 그런데 장거리버스는 고속도로를 제쳐두고 시골길로 뱅뱅 돌아가죠. 그 이유는, 노선별로 하루 5~30회 다니는 장거리버스가 그 구간의
'군내버스' 역할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속초 가는 버스가 영동고속도로 근방을 가되 그 근처의 구도로를 따라 리마다 다 세워 준다고 생각하면 대략 맞습니다 :) 덧붙여, 그 길을 유럽식의 하이데커 버스가 참 터프하게도 달립니다. 운임은 4시간 정도 걸리는 자그레브-자다르 (250km 정도던가) 가 128쿠나 (원화 환산시 3만원 조금 넘음) 정도입니다. (버스편마다 운임이 다릅니다) 보너스로 차 아래 짐칸에 짐을 실을 경우 7쿠나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티켓 값에는 발권 수수료와 터미널 이용료도 별도로 계산되어 추가되고, 23%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도 물론(!) 빠지지 않고 부과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래 비싸겠죠.
이런 버스 시스템 덕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수도 자그레브를 빼면 어느 도시 (인구 15만짜리 스플리트나 수천짜리 중간기착지 도시나) 나 버스 터미널의 규모가 비슷합니다. (자그레브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터미널) 우리로 치면 면소재지 규모 이하의 마을은 간이정류장으로 통과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버스티켓을 차내에서 구입하는 일도 흔합니다. 이 점은 크로아티아를 통과하는 국제 버스도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버스는 운행 시간이 긴 탓도 있기 때문에, 운전사가 2명이 탑승하면서 돌아가면서 남은 한 명이 차장 역할을 맡습니다. 또한 운행구간이 장거리 (자그레브에서 최남단 두브로브니크까지는 11시간선) 인 탓에 버스 운행시간은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다르에서 스플리트 경유 두브로브니크까지 달마치야 해안을 8시간 걸려 다니는 노선이 일 9회 다니는데, 자다르 출발시간이 무슨 22시, 01시, 03시, 06시 이렇게 나갑니다.
3. 시내 교통
크로아티아는 각 도시의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대중교통이 잘 된 편으로 알려져 있고, 인구 5만명 정도의 소도시 (...라곤 해도 이 나라에서는 큰 편) 인 자다르나 두브로브니크 등에서 자체 교통카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시외버스 부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대체로 야간에도 쉬지 않고 운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버스나 트램 등이 야간 노선이 존재)
수도 자그레브는 트램 시스템을 갖고 있고 (미터게이지), 조금 외곽 지역에서는 트램의 편의를 위해 도로가 입체화되어 있을 정도로 트램 우선의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시가 중심인 요십 옐리치치 광장에서 철도역에 이르는 중심 구역은 차량이 통제된 트램노선의 존재와 더불어, 트램 무료 탑승 구역이 설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중심가 이외의 도로 중앙부 트랙의 경우 다소 관리가 미흡한 곳이 제법 있어서 승차감이 꽤 재미있게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중심가는 서유럽보다 더 쌩쌩하죠. 트램과 버스 공히 요금이 8쿠나 (~2000원) 입니다.
다른 도시의 버스도 잘 갖춰져 있는데, 보통 지역별로 하나의 계약 운행업자가 운행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차량은 제가 본 차는 모두 저상이었고, 요금은 자그레브와 비슷하거나 살짝 비싸거나 (10쿠나) 합니다. 이들 버스 운행업자는 그 지역 장거리 버스 터미널도 운영하곤 합니다. 또한 일부 가까운 외곽지역 (행정상으로는 별도의 마을) 을 운행하는 노선도 존재합니다.
물론 택시도 있는데, 안 타봐서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론리플래닛 가이드에 의하면 기본요금이 25쿠나, km당 8쿠나 정도 합니다. 자그레브 플레소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본 바로는 차량은 메르세데스에서 푸조, 스코다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주요 공항에는 공항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편인데, 가장 보편적인 건 크로아티아 항공사가 자기네 운항편에 맞춰서 시내 터미널까지 태워주는 겁니다. (덕분에 밤 10시 넘어서 내렸는데도 택시 안타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운임은 30쿠나니까 거리는 짧지만 인천공항 버스와 비슷하죠. 크로아티아의 공항 중 큰 건 자그레브,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인데, 3개가 각각 연간 200만명쯤 수송하는 비슷한 규모의 공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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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일인승무(One Man) 작성시간 09.09.02 크로아티아는 제2의 이탈리아나 제2의 그리스로 불리면서 해마다 많은 유럽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는 서부 지역에는 지형이 험해서 ICN이라고 하는 틸팅 디젤동차가 운행하고 있어서 수도인 자그랩-스플릿 사이를 5시간 30분 정도에 운행합니다. 남단 두브로브니크는 근처가 다른 나라로 둘러싸여 있는 특이한 장소죠. 도선을 이용하여 가던지 보스니아헤르세고비나를 거치지 않으면 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토가 초승달 모양으로 되어 있고 발칸 반도가 그렇듯이 산이 높고 많으며 인구 밀도가 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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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짜가정우성 작성시간 09.09.05 국토 모양이 악어가 입벌리고있는 형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