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명예역장]3월, 횡천역이 임대되어 역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작성자내일의驛長|작성시간10.03.01|조회수905 목록 댓글 5

2월의 두번째 명예역장 활동을 하러 횡천역으로 향하여,

횡천역의 기록을 남기려 제 친구 두명과 함께 새벽 첫차로 횡천에 도착하였습니다.

역무실을 점검하고 9시 59분 첫차가 올때까지 숙직실에서 잠시 휴식합니다. 

 첫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역 주변을 돌아봅니다. 주변에 마을 및 도로가 없어 정말 고요한 느낌이 파고들어 사진에도 나타나네요.

 

 

 

 

 

 

 

 

 

 

 

 

 

 

 

 

 

 

 

 

 

 

 

녹을 품고 시간을 버티어낸 포인트,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시간 열차를 기다려 오셨을 손님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진주 쪽에서 RDC가 아닌 기관차 편성이 진입합니다. 언제나 기관차 편성은 장내를 압도하는 힘이 넘칩니다. 내리막길을 가쁘게 내려왔겠지만 브레이크 냄새도 심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없어진 전호를 실시하며, 고객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조용한 이곳에 남아있는 덩그러니 쓸데없이 묵직한 역사처럼, 저도 조용히 덧없이 열차를 멈추고, 떠나보냅니다.

 

 

10시 49분, 하동 방향의 터널 응달에도 햇빛이 비쳐 옵니다. 이곳에서는 진주 방향으로 역의 전경을  바라봅니다.

 

 

 

이제 몇달 후면 2번 국도 확장, 이삼년 후엔 경전선 이설로 사라짐을 예정하고 있으니 꿈같은 몽환적인 풍경이 될듯합니다.

 

 

이제 무인역+역사폐쇄 역이 될 것을 예정하며,장내진입용 신호등입니다.

 


열차가 정차하고 기관사분들이 응답해주실 때의 그 쾌감은 매니아로서는 평생 못잊을겁니다.

남도에 내려와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의 "개조무궁화동차"군입니다.  횡천역의 가파른 고개 미션때문에
가끔 흰 연기도 풍겨주십니다...
CDC종운탑승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녀석이 옷(도색)과 명찰(행선판)을 갈아입고 활보하네요

 

면소재지가 있는 횡천면 읍내로 나갑니다. 벌써 신 횡천역 진입용 굴다리를 만들고 있군요. 이런 류의 녀석은 선로가 생길때 맨 처음 만들어지고 땅에서 그 흔적을 깨끗하게 지울 맨 나중까지 살아남는 녀석입니다. 완사역 수몰 이전과 이후를 전부 목격한 기억 속에도 이녀석을 제일 먼저 짓더니 레일이 하늘로 옮겨다니더군요...

생필품 몇가지를 구비하고 다시 횡천역으로 돌아오는 길을 건조한 남도의 오전 햇살이 늦서리의 하얀 기운을 잘라먹고 녹여갑니다.

역 현황이 남아있던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68년대 사진과 현재의 사진에서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 변함없는 역명판과 디자인의 역을 2010년대의 사람과 열차가 머물다 갑니다. 그야말로 미지의 은하철도가 70년대의 지구와 비슷한 상황을 갖고 있는 별에 정차했다 떠나는 에피소드와 유사한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멀고 까마득한 역사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레일이 잠들어 있는 피난선을 방문합니다. 피난선엔 군데군데 레일이 빠져 있고 침목이 녹슬어 있지만, 그래도 700미터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점점 레일의 나이가 100년 가까이 가는 것까지 발견됩니다.

사진의 꺾어지는 곳보다 조금 더 올라가면, 1912년 100년 가까운 세월을 녹여낸 카네기사의 레일의 실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레일은 경부 철도 건설 당시, 일제자본의 경부철도 주식회사가 표준궤규격과 운행에 버틸 강철제작기술이 없어 미국에서 직수입해서 사용한 레일이 68년 개통과 함께 이곳에서 생을 끝내려 합니다.

 

 

 

 

 

손님들은 평소와 같이 열차에서 내려서 각자의 갈 길을 갑니다.

2-3년 후에 다가올줄 알았던 횡천역의 변화가, 이제 3월 곧 시작되려 합니다.

작년 6월 갑자기 역무원이 사라진 횡천역, 이제 또 조용히 올해 3월,
역사로서의 기능이 사라질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까지 원형을 버티어온 역사는 그저 조용히 햇빛을 맞고 있습니다.

 

속도와 광풍의 시대에, 2009년 2010년에 걸쳐 배치간이역 -> 무배치간이역 -> 역사임대 등 간이역의 테크트리를 밟고 있는 횡천역입니다.

RDC 개조 이전의 CDC통근형디젤동차의 설계원형이 되었던 전철 스타일의 의자가 있던 비둘기호 객차가 운행하던 시절, 1995년 초여름 저와 친구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다솔사역 건물이, 포크레인 앞에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억의 단편이 또다시 이곳에 살아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철도는 어떻게든 고객이 있고 수익이 있어야, 손님이 있음으로 해서 존재가치가 있는 시설입니다. 그러므로 임대의 방식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창출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연간 약 19000회에 달하는, 하루에 역을 지키고만 있어도 50명 내외의 손님이 타고내리는 것을 볼수 있는,

하동과 북천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로 인해 진주가는 버스 편이 적은 이유로 열차를 타는 횡천의 "간이역" 교통약자 고객을 통해 얻는 수입도 아무런 투자없이 가져갈 수 있는걸까요.

임대를 통해 역사의 기능을 잃게 된다면, 적어도 이설 전까지 사용할 수있는, 지리산 자락의 여름 비바람과, 강렬한 태양,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응달인 횡천역에서 찬 칼바람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고객이 대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한달에 두어번 와서 역장이라고 인사를 드리기도 부끄러운 명예역장을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들은 기쁜 얼굴로 맞아주시며 역에 담긴 추억을 이야기해주십니다. 그 분들께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이윽고 해는 뉘엿뉘엿 퇴근을 서두르고, 횡천 산골에 작은 온기를 레일에 남긴채 사라져 갑니다. 역의 대합실의 빈 의자에도,

지난 여름의 추억이 담긴 다양한 동호회분들이 간이역 사랑의 마음으로 기증하신 소중한 온도계 및 액자에도 마지막 햇빛이 스쳐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세상에 없었던 83년 기증한 의자, 부자가 함께 거닐며, 역장이 없을 때는 역을 홀로 지키고 있는 정지 안내판에 열차가 멈추고, 개미소리도 들리지 않는 횡천역은 조용한 비명을 지르며 시간의 저편으로 흘러가려 합니다.

간이역이지만 아직까지는 찾아주시는 손님들로 인해 심장이 On Beat로 살아있는 횡천역. 그러나 이제 지금까지 없었던 변화의 충격이 몇 J로 주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 변화에서 얼마만큼 승객의 입장에서 이 공간을 지켜낼 수 있을지...

 

점촌역의 강아지도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횡천역은 역사도 역사의 기능을 잃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밤 9시 40분차를 타지 못하고 오후 마지막차로 횡천역에서 떠나는 아쉬운 발걸음은 임대형식으로 대여된 진상역의 현재 탑승객 대기장소의 모습,

역 기능으로서 살아나고 있는 진상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져 오면서 나는 명예역장으로서 무엇을 했고 할수 있었는가, 지금까지 많이 도와주신 주변의 많은 분들께 부끄럽고 씁쓸해져 옵니다.

그저 허수아비인 명예역장이지만 바람앞에 지켜야 할 것이 있음에 걱정이 앞서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발걸음을 옮깁니다. 

 

횡천역과 간이역을 사랑하고, 코스모스 축제 때에도 많은 발걸음으로 2000여장의 엽서와 스탬프를 동나게 해주셨던 많은 손님들.. 늦었지만 이번 연휴와 3월 첫재주 횡천역의 모습을 잃기 전에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들러서 한때의 모습을 추억에 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3월 첫재주부터 횡천역사의 사용권한은 더이상 승객에게 있지 않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코스모스퀘어 | 작성시간 10.03.02 내일의驛長님의 사진풍경이 넘 맘에 들어 소장용으로 스크랩했는데 괜찮을까요? 불펌내용없이 스크랩이 허용되서 담긴했는데요 정성담긴 사진을 담아가서 죄송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내일의驛長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3.02 퍼가시는건 괜찮지만 사진을 따로따로 담아서 다른곳에 업로드는 불가능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코스모스퀘어 | 작성시간 10.03.02 예 알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m(- -)m m(_ _)m m(- -)m 꾸뻑
  • 작성자Lyubishev | 작성시간 10.03.02 (--)(__)
  • 작성자스카레블 | 작성시간 10.03.03 횡천역을 지키는 역장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