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의 서울시 대중교통망으로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노면전차인데, 그 당시에도 서울에 무려 '지하철'을 놓을 계획이 있었다는 흥미로운 기록이 발견됩니다. 일본에서야 이미 1930년도에 도쿄나 오사카(한신, 한큐)에 지하철이 놓였으므로 그리 '혁신적'이기까지 한 구상은 아닙니다만. ^^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첫 지하철계획은 1930년대 중반 들어 '대경성계획'이 제창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당시 일제는 대륙침략.. 소위 ‘대동아공영권’을 위한 건설병참의 도읍지로 경성을 지목하고 경성시가지에 대한 대대적 개조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 때 '대경성'의 교통대책 중 하나로 입안된 것이 청계천의 복개사업인데 (1) 청계천을 복개하여 그 상층부에 대도로를 내며 (2) 그 지하공간에는 지하철을 두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청계천지하철의 이면에는 무엇보다도 막 제2차세계대전에 돌입한 일제가, 유사시에는 병참도시의 '방공호'로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전쟁과 시가지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였고... 결국 청계천지하철은 소리소문없이 유야무야 됩니다.
이번에 다룰 계획노선은 이 청계천지하철의 뒤를 이어 나타난 것인데. 이 계획은 민간기업(사철)에서 제안한 것이 독특합니다. 성동역-춘천역 간 경춘선 철도를 운영하던 경춘철도주식회사가 1939년 6월, 경성부 지하철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당시 계획노선은 위 지도와 같습니다. 자사의 성동역을 출발하여, 경성 노면전차망의 기점이 되는 동대문까지 약 2.5km 구간에 지하철을 놓겠다는 것. 향후 서울시내를 거쳐 경성역 방면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춘철도회사가 이 노선을 제안하게 된 데는 개인적으로는 국철(총독부 철도국)과의 경쟁관계라던가 하는 부분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회사가 운영하던 경춘선은 사철이기 때문에 국철의 동경성역 (청량리역) 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웃한 제기동에 '성동역'을 별도로 건설하여 열차를 발착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동경성역에 비해서는 접근성 등이 문제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지하철을 이용해 노선을 시내까지 연장해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제1기구간이나 연장노선의 계획을 보면 노면전차 주간선을 그대로 따라가며, 현재의 지하철1호선 종로선과도 그 기능이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열차운행은 일단 급한대로 가솔린동차로 시작하여, 장기적으로는 전철화 후 전동차를 운행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 노선에 대해서 관할관청인 경성부와 경기도는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경춘철도회사측의 의욕도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종 허가관청인 철도국에서는 전시 철재 근축자재난이 심한 때에 지하철과 같은 대토목공사는 시기상조라 하여 허가를 계속 미루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일제가 전쟁에서 위기에 몰리고... 최종적으로 패망함으로써 이 계획 역시 실현되지 못한 계획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달빛에만취 작성시간 07.08.13 이거라도 지어지고나서 해방했더라면,.
-
작성자DL-7234 작성시간 07.08.13 만약 저때 1호선이 지어졌다면 지금의 대형차량이 운행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 마치 옛날 게이큐가 접근성향상을 위해서 지하철도를 부설하려는 계획과 유사하군요... (결국 승인받지 못했던 노선... 시나가와-토라노몬-도쿄간)
-
작성자별빛환상선[辰光環狀線] 작성시간 07.08.13 재미있는 자료였습니다. 그런데 '지하철계획 1'이라면, 이러한 계획이 더 있다는 건가 보군요. 정말로 기대됩니다.
-
작성자한철화정역0316 작성시간 07.08.14 저 시기에 옛날 박흥식이란 사람(기업 사장인데... 그 기업 이름이 뭔지는 잊어버렸네요...)도 불광-수색 신도시를 구상하면서 지금의 의주로에 지하철을 계획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
답댓글 작성자여수행관광열차 작성시간 07.08.14 화신백화점 사주였던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