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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작성자멋진날|작성시간26.01.05|조회수479 목록 댓글 2


아버지는 시골을 떠나 멀리 돈을 벌러 가셨다. 울며 매달리는 막둥이를 겨우 달래고, 짐보따리 하나 메신 채 정선으로 향하셨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섰지만,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 정선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아버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정선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셨다.

떠나오기 전 보았던 막둥이의 젖은 얼굴이 그 순간 문득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다짐했을 것이다. 더 이상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노라고.

그 시절 탄광은 ‘내일’을 약속하는 곳처럼 여겨졌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탄광은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지까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막장은 특히 그랬다.
아버지는 훗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했지. 제일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데로 보내 달라고 큰소리쳤어.”

막상 막장에 들어가 삽과 괭이를 들자 상황은 달라졌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나면 오후에는 몸을 일으킬 힘조차 남지 않았다고 했다.
큰소리쳤던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던 날들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그 시절의 삶에는 묘한 온기가 있었다. 연탄불 위에서 된장이 익어가는 냄새만으로도 하루의 고단함은 잦아들었고, 골목 어귀에 매달린 마른 명태 한 마리에도 마음은 넉넉해졌다.

아버지의 손톱 밑에는 늘 검은 석탄 가루가 끼어 있었다. 아무리 씻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그 검은 때는, 하루하루를 버텨낸 노동의 흔적이었다. 아버지는 그 고단함을 웃음으로 덮으며 살아내셨다.

밤이 깊어지면 거칠게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에 집 안의 어둠이 흔들렸다. 검게 토해내는 숨결 하나하나에 젊음과 세월이 함께 묻어 있었다.

광부 1세대. 검은 탄가루 속에서 청춘을 바치고, 이 나라의 산업화를 떠받친 이름 없는 전사들.
아버지는 많은 말을 남기지 않으셨다.

하지만 정선의 밤하늘 아래서 흘렸을지도 모를 한 방울의 눈물은, 가족을 위한 결심이었고 삶을 향한 다짐이었으며, 말없이 견뎌낸 세월의 증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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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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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rex0203 | 작성시간 26.01.05
    광부의 삶 뿐만아니라
    1960년대의 암울했던
    옛 이야기에 현재의
    새대들이 얼마나 동감
    할까요..

    요즘 아이들 배고픈 시절
    이야기하면 아빠 배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 되지..
    하는 새대들의 아이들인데..

    영화나 소설에나오는 ~~~
  • 작성자임꽃잎 | 작성시간 26.01.09 글을 읽을때마다 얼마나 깊은글인지 ..
    느끼게 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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