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안 익어도 문제지만 현재까지는 익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죠?....^^;
얼마 전 중국산김치를 수입하고 싶어하시는 회원(호주교민)님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꼭 저희 김치가 아니라도 믿을만한 업체를 추천해드리고 싶었는데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치의 숙성문제였습니다. 중국에서 호주까지 3주-4주 가량의 운송기간이 걸리는데 판매기간까지 고려해 볼 때 김치가 익어버리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죠.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김치를 연구하는 박사급들이 수두룩하지만 아직까지도 김치의 숙성을 지연시키는 최적의 방법은 저온저장만한게 없다고 합니다.
꽁꽁(!) 얼렸다가 해동시키면 가능하지만 얼었다 녹은 김치가 어떨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회원 한 분이 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김치가 빨리 익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메일로 답변을 해드리려다가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추가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리플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1. 중국산김치의 적정 보관온도
영하 2도(-2)가 적정온도라고 생각하는 분이 다수입니다. 제 경험으로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산김치유통업자들이 이용하는 대형냉장고(우레탄폼 or 샌드위치판넬)의 세팅온도를 영하2도에 맞추면 보통 0도에서 -3도 사이에서 온도가 유지됩니다. 이 온도에서는 정상적인 냉장유통을 거친 김치라면 생산일자로부터 길게는 약 15일까지 숙성이 지연됩니다. 새우젓이나 당근과 같은 농산물과 김치를 같이 보관하는 일반 보세창고의 경우 보통 0도에 세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 2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김치의 숙성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2도에 보관하면 김치가 얼지 않냐고 그러시는 분이 있는데 숙성이 진행되면서 김치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과 골판지박스의 보온효과로 인해 중국산김치는 얼지 않는게 정상입니다. 골판지박스로 포장되지 않은 국산김치의 경우 장시간 보관하면 얼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산김치와 같이 보관하는 업체에게는 보통 -1도에 세팅할 것을 권유합니다.
컨테이너의 경우 -3도에 세팅하고 중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노후화된 컨테이너의 경우 온도조절이 잘 안 되서 가끔 김치가 얼어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2평 이상의 냉장고에 중국산김치만 보관하고 계시다면 -2도를, 국산김치도 보관하고 계시다면 -1도에 세팅하실 것을 권유합니다.
2. 김치가 익어서 들어오는 경우
중국공장에서 직접 생산에 참여하시던 회원님들이 많아서 저보다 더 잘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치의 숙성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면 재료의 세척과정에서부터 냉장유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재료의 세척과정부터 한국으로 수입되어 대리점의 냉장고에 입고될 때까지 한 과정에서라도 냉장유지가 안 된다면 김치의 숙성은 빨라지게 됩니다. 모든 과정을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아는데까지만 짚어보겠습니다.
* 재료(배추 등)의 세척과정에서 높은 온도의 지하수 사용
* 찹쌀풀을 사용할 경우 양념혼합 시 식지 않은 찹쌀풀에 고춧가루, 마늘 등의 양념 혼합
* 배추의 절임과정에서 높은 온도의 지하수 사용
- 공장마다, 계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8시간 이상 배추를 절이게 되는데 이때 높은 온도의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면 배추가 쉽게 물러지고 빠르게 숙성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업체에서는 지하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절임통에 얼음을 띄우기도 합니다. 실제 눈으로 보면 이게 뭔짓인가 싶습니다...-.-;
* 혼합된 양념을 장시간 상온에서 방치
- 배추의 숙성도와 양념의 숙성도가 다른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혼합된 양념은 저온저장실에 보관하는게 정상입니다.
* 공장의 냉장시설 미비
-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치를 보관하는 냉장고를 말하는게 아니라 양념을 혼합하는 양념실과 양념과 배추를 혼합하는 작업실의 실내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고가의 냉장시설에 대한 투자가 안되었거나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실외온도가 높은 계절에도 냉장시설을 작동하지 않는 업체가 의외로 많습니다. 여름에도 작업장의 실내온도는 18도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 예냉을 하지않고 바로 출고하는 경우
- 발주량이 갑자기 늘어났거나 재료 매입이 늦어졌을 경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예냉도 하지 않은 채 출고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컨테이너의 경우 냉기가 투입될 만큼 적재공간을 비워두지 않기 때문에 예냉을 하지 않은 김치는 운송기간 중 컨테이너의 중심부분부터 숙성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24시간 예냉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 중국 내륙운송에서 냉장컨테이너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 대부분의 공장이 부두로부터 3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정도의 시간쯤이야...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냉장컨테이너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냉장컨테이너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운전기사) 특유의 만만디 정신(?)으로 인해 운송 도중 시동을 끄고 기사가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업체는 기사에게 냉을 끄지 말아달라고 웃돈을 주거나 부두까지 미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 정전사고
- 중국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작년 평택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또는 배에서 실수로 전력공급선(짹)을 꽂지 않은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보상받을 때도 있지만 해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하역작업시간의 지연
- 일반 보세창고에서 하역할 경우 한 여름 상온에서 2-3시간 동안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시간동안 설마 김치가 익겠냐 싶지만 냉이 빠져나가고 일단 어느 정도 열을 먹은 김치는 냉장고에 입고된 이후에 숙성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작업을 빠르게 해달라고 쪼아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사 냉장고로 바로 입고할 때도 역시 직원들을 쪼아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조건 빠르게!!
* 배송시 냉장탑차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 너무 많은 업체들이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 특히 배송비용 문제로 한여름에도 일반 카고(용차)를 사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합니다. 김치는 냉장보관을 요하는 '식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 악덕공장
- 지난 컨테이너에 보내고 남은 재고를 다음 컨테이너에 섞는 경우. 저 같은 사람에게 걸리면 컨테이너 통째로 하자처리 됩니다.
- 어떤 이유에서건 너무 일찍 만들어놓은 김치를 보내는 경우. 보통 한 컨테이너의 물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2-3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제조일이 4일로 찍힌 김치는 1-3일 사이에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1-3일에 만들어 놓고 출고일인 7일 날짜로 찍어서 납품하는 경우...역시 컨테이너가 입고되고 검수할 때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 냉장고 온도유지(대리점)
- 입출고가 너무 잦으면 문과 가까운 곳에 보관된 김치는 아무래도 냉장유지가 안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보세창고를 이용하는 경우 한여름에는 일부러 안쪽에 보관해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길었네요...^^
마지막으로 배송비용 문제로 10일에서 15일에 한 번씩 납품받는다면(대리점의 경우) 배송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1주일에 한 번 납품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여름에는 식약청에서 허용한 방부제의 경우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천연방부제라면 더욱 좋구요.
김치는 시간이 흐르면 익는게 정상입니다. 익었을 경우에는 수입원이든 대리점이든 끼어앉고 애무(?)하지 마시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라도 빠르게 판매하는 것이 덜 손해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장유지, 재고관리 잘하셔서 덤핑으로 나온 숙성지가 온 시장을 뒤덮어버리는 일이 올 여름에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