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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무 그늘

[시] 궁금한 일_장석남

작성자마마님|작성시간09.03.21|조회수155 목록 댓글 2
 

궁금한 일

                        -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

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라든가 <손자>라는 제목을 붙여놓아

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

는 마당에 걸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

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성

자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

니다.

 그러난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거

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지......

저녁이 되어 오는지...... 가을이 되어 오는지......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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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햇살이 궁금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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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봄볕 | 작성시간 09.03.21 슬프다..
  • 작성자윤명옥 | 작성시간 09.03.22 뒷산에 뻐꾸기 소리 슬프게 들려요 소쩍새는 더 그렇고 십대에 헤르만 헷세 작품 좋아햇는데 수레바퀴아래서 유리알유희 지와사랑 등...요즘 그의 시집 사서 누워서 어쩌다 읽습니다 h.h에게 헌정함 김두수님 노래도 있어서 감기 조심하세요 밤에 더 심해서 옆집에서 약 얻어 먹었습니다 일하는데 지장 잇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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