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대리(法定代理)․지정대리(指定代理)․서리(署理)
|
행정관청(行政官廳)의 권한대리(權限代理)는 그 발생원인에 따라 피대리관청(被代理官廳)의 수권(授權)에 의하여 성립되는 임의대리(任意代理)와 피대리관청(被代理官廳)의 수권(授權)에서가 아니라 법정사실의 발생으로 법령상 당연히 발생하는 법정대리(法定代理)로 구분된다. 법정대리(法定代理)는 대리기관의 결정방법에 따라 다시 협의(狹義)의 법정대리(法定代理)와 지정대리(指定代理)로 구분된다. |
Ⅰ. 협의(狹義)의 법정대리(法定代理)라 함은 대리기관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미리 정하여져 있어서 법정사실의 발생으로 직접 발생하는 대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闕位)되거나 사고(事故)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정부조직법 제7조제2항은 「차관 또는 차장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사무를 처리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事故)가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같은 법 제12조제2항은 「(국무회의)의장이 사고(事故)로 인하여 직무를 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의장인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事故)가 있을 때에는 재정경제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및 제26조제1항에 규정된 순서에 따라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대리를 말한다.
Ⅱ. 지정대리(指定代理)라 함은 법정사실이 발생하였을 경우 일정한 자가 대리기관을 지정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대리를 말한다.
정부조직법 제22조는 국무총리의 직무대행에 대하여 「국무총리가 사고(事故)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재정경제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의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하고, 국무총리 및 부총리가 모두 사고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의 지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지명을 받은 국무위원이, 지명이 없는 경우에는 제26조제1항에 규정된 순서에 따라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Ⅲ. 지정대리(指定代理)는 피대리관청의 구성원이 존재하나 사고로 인하여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피대리관청의 구성원이 궐위(사망․면직 등)된 때에는 임시로 그 대리자를 지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서리(署理)라 한다.
ⅰ) 서리(署理)는 피대리관청의 구성원이 궐위되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고 행정관청의 권한의 전부를 행사한다는 점, 서리(署理)의 행위가 직접 행정관청의 행위가 된다는 점, 서리(署理)의 책임에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 등은 지정대리와 다름이 없으므로 통설은 서리를 지정대리의 일종으로 본다.
ⅱ) 행정관청의 권한대리는 인격의 대리가 아니라 권한의 대리이며 따라서 행정관청으로서의 행위는 그 효과가 행정관청의 구성원에게 귀속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주체에 귀속하는 것이므로 행정관청의 구성원인 자연인의 존부는 행정관청의 권한대리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의 입장이다.
ⅲ) 우리나라는 헌법 제86조제1항에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同意)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여 국무총리의 임명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게 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여 국무총리를 임명하게 함으로써 국무총리로 하여금 국회의 신임하에 행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고 하겠다.
※ 대통령과 국회의원간의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의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된 후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없이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한 데 대하여 다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또는 자신들의 권한 침해를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대통령과 국회의원간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재판관 9인 중 각하의견 5(김○○, 조○○, 고○○, 정○○, 신○○), 인용의견 3(김○○, 이○○, 한○○), 기각의견 1(이○○)로 의견이 나뉘어 본안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각하(却下)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8. 7. 14. 선고 98헌라1 결정).
(1) 재판관 김○○의 의견
정부에 의하여 국회의 권한이 침해가 된 때에, 국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점에 관하여 다수의원이 찬성하지 아니함으로써 국회의 의결을 거칠 수 없는 경우에는, 침해된 국회의 권한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수의원에게도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국회의 권한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국회의 부분기관에게 국회를 위한 '제3자소송담당'을 허용하는 것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정 수 이상의 소수의원이나 소수의원으로 구성된 교섭단체에게만 국회를 위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적격이 인정되는 것이지, 재적의원 과반수를 이루는 다수의원이나 그들 의원으로 구성된 교섭단체의 경우에는 그들 스스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침해된 국회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으므로, 이들에게까지 굳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한 '제3자소송담당'을 허용할 필요성은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심의․표결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에서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가질 뿐, 국회의원과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다른 국가기관과 사이에서는 아무런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가지지 아니하므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한 행위가 국회에 대한 관계에서 국무총리의 임명에 관한 국회의 동의권한을 침해한 것인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국회의원인 청구인들과의 관계에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관한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한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방해함으로써 그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재판관 조○○, 재판관 고○○의 의견
대통령이 헌법에 정한 바에 따라 국회에 국무총리 임명동의요청을 한 다음 국회가 그 사정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주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한 것은, 대통령이 국회에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그 동의안이 부결된 상태에서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한 경우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할 국무총리를 임명한 것이 아니라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행정부 구성권자인 대통령이 헌법 제87조제1항, 정부조직법 제23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국무위원을 임명하여 국무총리 직무대행자를 지명할 수 있는 것에 준하여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의결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국무총리 직무대행자를 임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임명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국무총리서리 임명행위가 직접적으로 헌법 제86조제1항에 의한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권이나 그 임명동의안에 관한 청구인들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없는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헌법해석을 통하여 그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국가권력의 균형을 유지하여 헌법질서를 수호 유지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국회는 대통령이 이미 국회에 제출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하여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 있고 특히 청구인들은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로서 그들만으로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여 분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의안에 대한 의결절차를 마치지도 아니한 채 미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재판관 정○○, 재판관 신○○의 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2조제1항제1호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관이나 또는 열거된 기관내의 각급 기관은 비록 그들이 공권적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지라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또 위에 열거된 국가기관 내부의 권한에 관한 다툼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회의 경우 현행 권한쟁의심판제도하에서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만이 당사자로 되어 권한쟁의심판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고, 국회의 구성원이나 국회내의 일부기관인 국회의원 및 교섭단체 등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국회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체 기관으로서 국회의 의사는 결국 표결 등으로 나타나는 국회의원들의 의사가 결집된 것이므로, 헌법 제86조제1항에 규정된 국무총리 임명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한은 그 속성상 필연적으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표결권한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은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사건 임명처분으로 국무총리 임명에 관한 국회의 동의권한 및 자신들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권한을 동시에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있다.
청구인들이 다수당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 이 사건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미 행해진 이 사건 임명처분이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장차 이 사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 김○○을 국무총리로 재직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는 별도로 이 사건 임명처분에 의한 권한침해를 다툴 이익이 있다.
헌법 제86조제1항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여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법문상 다른 해석의 여지없이 분명하고, 이에 더하여 헌법이 국무총리의 임명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회동의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국무총리 임명은 대통령의 단독행위에 국회가 단순히 부수적으로 협력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국회가 대통령과 공동으로 임명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국회의 동의는 국무총리 임명에 있어 불가결한 본질적 요건으로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국무총리를 임명하였다면 그 임명행위는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고, 이러한 법리는 국무총리 대신 국무총리서리(國務總理署理)라는 이름으로 임명하였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조직법 제23조는 국무총리가 「사고(事故)」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직무대행자가 국무총리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사고」는 국무총리가 직무를 행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경우 즉, 「사고」와 「궐위(闕位)」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국무총리의 사퇴로 인하여 국무총리의 직무를 수행할 사람이 없어 국정공백이 우려되었다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무총리 직무대행자를 지명함으로써 이 사건 임명동의안의 처리시까지 국정공백을 방지할 수도 있었다. 이와 같이 국무총리 직무대행체제가 법적으로 완비되어 있어 헌법에 위반함이 없이도 국정공백을 방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법률상의 근거가 전혀 없는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하였으므로 이를 국정공백의 방지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5)재판관 이○○의 반대의견
국무총리의 궐위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새 행정부 구성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는데도 헌법은 궐위된 국무총리의 직무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수행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헌법제정자는 이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예상하지 못하였고, 이러한 헌법규정의 흠 때문에 대통령의 국무총리서리 임명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는 해석에 의하여 가려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은 조건을 갖춘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가 표결할 때까지 예외적으로 서리를 임명하여 총리직을 수행하게 할 수 있고, 대통령의 이 국무총리서리 임명행위는 헌법 제86조제1항의 흠을 보충하는 합리적인 해석범위내의 행위이므로 헌법상의 정당성이 있다.
정부조직법 제23조에는 국무총리가 「사고(事故)」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직무대행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궐위(闕位)」된 경우에 관한 규정은 없다.
「사고(事故)」와 「궐위(闕位)」의 개념은 대통령(헌법 제71조), 국회의장(국회법 제12조, 제16조), 대법원장(법원조직법 제13조 제3항),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소법 제12조 제4항)의 경우에 이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고의 개념에 궐위를 포함시키는 해석론은 옳다고 볼 수 없다. 신임 대통령의 취임으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모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이고 국회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 사직서를 제출한 종전의 국무총리가 총리의 직무를 수행하거나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하여야만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관계조항에 부합한다는 견해는, 현실과 실질적인 면을 도외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