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펜이 있다. 오래 전 한글학교에서 사용했던 게 남아 있다.
붓펜을 집어 글자를 써 보니 재미가 있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는데
몇 장의 흰 종이를 버린 후에, 조금씩 형태가 갖춘 글이 써진다.
제대로 된 붓이 아닌 붓펜이지만
붓펜을 쥐고 글을 쓸 때면 마치 한석봉이 된 것 처럼 집중이 된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쯤에 이젠 고인이신 아버지께서 붓글씨를 배우셨다.
소일거리로 붓글씨를 배우셨는데, 단기간에 명필처럼 아주 잘 쓰셨다.
그때 아버지께서 잠시 나를 가르쳐 주신 적이 있었다.
그 배움 탓인지, 아니면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그냥 쓰는데도 보기 싫지 않게 글이 반듯하게 써진다.
성경을 읽거나, 혹은 독서를 하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있으면 붓펜을 들고 써 본다.
그리고 그것을 책상이나 집 한 귀퉁이에 둔다.
집안에 족자를 하나 걸어 놓은 듯 하다.
내 안에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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