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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金浦)소식

[제20회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시 부문

작성자鄭喜泳|작성시간26.06.08|조회수0 목록 댓글 0

[제20회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시 부문

  •  김포신문
  •  승인 2026.06.08 08:10

 

김성훈, 「누운 자리 하나 나오던 밤을 지켜보는 아낙네」

누운 자리 하나 나오던 밤을 지켜보는 아낙네

김성훈

  마루 끝에 베틀이 놓여 있었다

  북이 어둠 속을 오갔다

  실 한 올이 끊어졌다

  손톱에 침을 묻혀 매듭을 이었다

  문풍지가 울고

  씨실이 당겨졌다

  무명 한 필 나오려면

  손등부터 닳았다

  아궁이에는 검불이 탔고

  솥뚜껑 안에는 김이 맺혔다

  등잔 심지는 짧아졌다

  북을 밀고

  실을 고르고

  발판을 밟았다

  베 한 폭은 사람 몸집을 먼저 익혔다

  어깨를 덮는 일

  상처를 감는 일

  돌아오지 못한 몸을 가리는 일까지

  입 밖에 내지 못한 것들이

  베틀 아래로 모였겠다

  낮에 삼킨 말

  밤새 삭지 못한 기침

  허리뼈에 박힌 저녁

  개가 짖고

  산바람이 처마 밑을 쓸었다

  먼 길 떠난 목숨은 칼끝에서 떨었겠지만

  남은 목숨은 북끝에서 먼저 떨었다

  한 줄 가고

  한 줄 오고

  무늬 없는 무명이 차올랐다

  해진 소매를 대보면

  닳은 자리끼리 먼저 맞아들었다

  식은 이마를 덮으려고 펼친 베 끝에서

  손 하나가 오래 머물렀다

  접으면 사람의 폭이 되고

  펴면 누운 자리 하나 나왔다

  베틀 아래 모인 밤은

  끝내 울음 한 장도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김성훈 시부문 우수상 당선자

당선 소감문

먼저 부족한 작품을 귀하게 봐주시고 우수상으로 불러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헌문학상이라는 이름 앞에서 제 시가 불렸다는 사실이 아직도 조금 낯설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 시를 쓰면서 오래 바라본 것은 거창한 영웅담보다, 남겨진 자리와 손의 움직임과 말해지지 못한 마음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역사는 자주 큰 이름과 큰 장면으로 기억되지만, 저는 그 곁에서 천천히 닳고 버티고 감싸는 것들 또한 오래 남는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이 작품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생각 안에서만 한 편의 시가 완성되진 않습니다. 오래 망설이고, 여러 번 고쳐 쓰는 시간 속에서 윤리는 시의 모양을 흉내낸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곁을 지나간 문장들과 사람들, 그리고 제 삶의 조용한 시간들에도 함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시를 쓰게 만든 오래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 잘 쓰겠다는 조급함보다, 더 오래 보고 더 정확히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을 기쁘게 받되, 여기 머무르지 않고 더 단단한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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