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5(月) 대화 친구가 되어 주는 일! (2,391)
檀紀 4359年 陰曆 05月01日
대화 친구가 되어 주는 일!
세월은 참 정직하다.
어느덧 칠학년 팔반의 나이가 되니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건강도 이제는 고마움의 대상이 되었다.
요즈음 집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무겁다.
전에는 작은 소리도 잘 듣던 사람이 이제는 몇 번을 불러야 겨우 알아듣는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이석증으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다.
치료를 받고 돌아왔지만 어지럼증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심지어 가만히 앉아 있을 때조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불편함을 호소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앞선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대신 어지러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답답해진다.
병의 원인을 알면서도 속 시원한 해결책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사람은 결국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젊은 날에는 무엇이든 노력하면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는 해결보다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병도 그렇고, 늙어감도 그렇다.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마음만 더 지칠 뿐이다.
그래서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병을 고쳐주는 명의도 아니고, 기적 같은 약을 구해올 능력도 없다.
다만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차 한 잔 마시며 웃어주고,
산책길에 보이는 꽃 한 송이를 이야기하며 시간을 나누는 일뿐이다.
생각해 보면 부부란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젊은 날에는 함께 꿈을 꾸는 동반자였다면,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대화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 말이다.
아픔을 없애주지는 못해도 외로움을 덜어주고,
불편함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어도 마음만은 함께 나누어 가는 사람이다.
오늘도 집사람은 어지럽다고 말한다. 나는 특별한 처방 대신 따뜻한 차를 건네며 곁에 앉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마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역할일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깨닫는다. 사랑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상대의 아픔을 함께 걱정해 주고, 외로운 시간을 함께 견뎌 주며, 끝까지 좋은 대화 친구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노년의 부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정 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