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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초로와 같아서 만날 때가 많지 않은 것을

작성자월인재|작성시간20.09.29|조회수294 목록 댓글 3

선생님, 사모님, 오랜만에 카페에 글을 남기네요. 이 카페의 글에는 언제나 잔잔하고 소박하고 정직한 마음들이 보여서 비록 올 때마다 흔적은 남기지 않지만 종종 엿보고 갑니다. ^^ ‘코로나’가 추석 연휴 동안 참배도 못하게 해서 저도 엊그제 일찌감치 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영천호국원엘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현곡 용담로도 지나오면서 선생님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다음은 그날 느낀 감회를 제 페이스북에 쓴 글인데, 여기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선생님, 사모님, 그리고 카페 회원 여러분, 모두들 한가위 무탈하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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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초로와 같아서(人生如草露)

만날 때가 많지 않은 것(會合不多時)

 

이 여리디여린 풀잎 같은 감성의 시를 지은 사람이 놀랍게도 유사 이래 폭군의 으뜸으로 꼽히는 연산군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불과 두어 달 전의 일이다. 연산의 유배지 교동도에 가까운 강화도에 사는 내가 아는 어떤 분의 글에서 읽었다. 일락서산(日落西山)이라, 해는 지고 날은 어두운데 연산의 황음무도(荒淫無道)도 이미 절정을 넘어서 반정(反正)이 일어나기 직전의 어느 날, 예와 다름없이 장녹수와 궁중 나인들과 더불어 잔치를 벌이다가 문득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읊은 시라는 것이다.

 

이 사연을 읽자니 문득 중학교 때 한문 시간에 배운 한무제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한문 선생님이 백묵 글씨로 폼나게 “歡樂極兮哀情多(환락극혜애정다)”라고 휘갈기고는 자못 비장한 어조로 풀이해주기를 “환락도 극에 다다르면 슬픔의 정이 스며든다”라고라고라고라... 그날 교실 창밖으로 바람이 불었는지, 노란 은행잎이 하염없이 무너져내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영천호국원에 들렀다가 되돌아오는 길, 영천 고경에서 수운 선생 생가가 있는 현곡 용담로를 지나오는데 그야말로 황금들판에 햇살이 무진장 쏟아진다. 순간 무심코 내뱉어지는 소리 “인생은 초로와 같아서 만날 때가 많지 않은 것...”

 

나에게 연산의 이 시를 가르쳐준 강화도에 사는 그분은 벌써 10여 년 전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친절”이라고 본인의 어떤 글에서 써놓았더라. 어린 시절, 나는 하도 세월이 더디게 가서 내가 환갑이 되는 해를 계산해본 후 두고두고 잊지 않는다. 2022년이다. 인생은 초로와 같아서 만날 때가 많지 않은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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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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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엽서 | 작성시간 20.09.30 돌아오며 황금들판을 보셨군요
    여기도 코로나 땜에 유즈센터가 문 닫아 아침마다 산책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 읽고 제 맘도 숙연하고 편안합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입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월인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04 ^^
  • 작성자footgo | 작성시간 20.10.07 오직 건강입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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