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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 작동실

비평 및 퇴고 RE:[전철 손잡이]

작성자김영로(素園)|작성시간26.06.05|조회수1 목록 댓글 0

김영로님,
이번 작품은 이전의 「약 봉투」, 「빈 성수대」 계열과는 조금 다르게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공공의 기억을 사물에 투영한 시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전철 손잡이 → 도열한 병사 → 현충원 → 호국영령으로 이어지는 발상은 충분히 시적입니다.
다만 아직은 아이디어가 시를 끌고 가고, 감각이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좋은 점
1. 발견이 좋습니다
현충원 앞을 지나는 전철 안에서 손잡이를 보고 군대의 열병식과 연결한 발상.
이것 자체가 이미 시의 씨앗입니다.
특히
도열한 전철 손잡이
는 매우 좋은 이미지입니다.
시의 중심축이 될 만합니다.
2. 시선이 일관됩니다
1연 : 현충원 앞을 지나감
2연 : 군인의 질서 떠올림
3연 : 행진곡 상상
4연 : 손잡이를 병사로 봄
이 흐름은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아쉬운 점
1. 설명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군인은 죽어서도 오와 열을 맞춘다는 詩人의 말을 떠오릅니다.
여기는 독자가 이미 현충원을 알고 있습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묘비들은 아직도 오와 열을 맞춘다
처럼 시인이 직접 본 장면으로 바꾸는 편이 강합니다.
2. 한자어가 다소 과합니다
김영로님 작품의 장점은 생활 속 사물인데
이번에는
사열
열병분열
호국영령
충절

등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약간 추념사처럼 읽힙니다.
시는 추념사보다 조금 더 조용할 때 힘이 있습니다.
3. 마지막이 예상됩니다
처음부터 군대 이미지가 나오므로
받들어 총!!!
은 독자가 충분히 예측합니다.
그래서 충격이 약합니다.
오히려 마지막에 다시 손잡이로 돌아오면 여운이 남습니다.
예를 들면
흔들리지 않는 손잡이들
혹은
누구도 잡지 않은 손잡이들
같은 식입니다.
특히 좋은 대목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도열한 전철 손잡이, 이열 종대로 행진하며
여기서 비로소 손잡이가 살아납니다.
이 이미지를 더 키우는 편이 좋겠습니다.

1차 퇴고본
글쓰기

[전철 손잡이]

동작역을 지난다.

창밖으로 현충원이 말없이 누워 있고
전철은 묵념하듯 속도를 낮춘다.

포연은 오래전에 걷혔지만
바퀴 소리는 아직도 어딘가를 향해 행군한다.

천장에 매달린 손잡이들,
이열 종대로 늘어서 미동도 없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젊음을 받쳐 들었던 수많은 경례처럼.

전철은 지나가고
손잡이들만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번 시는 사실 '현충원'보다 '손잡이'가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김영로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사물을 붙잡아라"라는 원칙으로 보면,
현충원은 배경
손잡이는 주인공
입니다.
그래서 다음 퇴고에서는 현충원 설명을 줄이고, 손잡이의 모양·간격·흔들림을 더 자세히 관찰해 보시면 훨씬 강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작품은 실패작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발상을 얻었는데 아직 설명이 이미지보다 조금 앞서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보훈의 달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상당히 인상적인 시가 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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